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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 Jan 13. 2023

자기소개 레벨 업 & 다운

감정 언어 [다행히]

사전적 의미: 뜻밖에 일이 잘되어 운이 좋게


“각자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오랜만에 글모임에 나가기 전 문득 매 시간 선생님이 하셨던 말이 떠올랐다. ‘이번에 가면 뭐라고 나를 소개할까?…’

처음 글모임에 참여했을 때 생소한 ‘자기소개’란 말을 듣고 다급히 두뇌 회로를 가동해 어리숙하게 내뱉은 나의 소개는 소박하지도, 거창하지도 않은 딱 지금의 내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었다. 여러 차례 모임에 나가면서 같은 시간대에 만나는 익숙한 분들이 늘어갔음에도 자기소개 시간은 유지되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족이 아닌 낯선 타인에게 나를 소개할 일이 언제일까를 생각해 보니, 신기하게도 자기소개는 사회생활의 시작을 의미했다. 처음 학교에 들어갔을 때나 회사에 들어갔을 때, 새로운 모임에 참여했을 때 내가 누구인지,  나의 현주소를 밝히며 그 사회로 들어가게 되는 하나의 통과의례처럼 말이다. 그룹의 성격에 따라 내용이 약간씩 차이가 났지만, 이름과 나이를 기본으로 나의 능력치와 경력이 붙으며 나를 어필하는 목적으로 이용되었다. 그러면서 나와 함께 자기소개도 레벨 업이 되었다.


하지만 결혼, 출산을 거치며 사회에서 멀어지니 ‘누구 엄마(아이 친구 엄마), 누구 어머니(학부형), 몇 동 몇 호 누구네(동네 사람)’ 정도가 나를 대신했다. 그리고 낯선 누군가를 만날 기회가 사회생활을 하지 않으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다 맞닥뜨린 낯선 곳에서의 레벨 다운 된 나의 자기소개는 시간을 거듭할수록 신기하게 다른 방향으로 업데이트되고 있었다. 매 시간, 지금 내가 누구이고 뭘 하고 싶어서 이 모임에 나왔는지를 반복하다 보니 내 입으로 내뱉은 말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 더해져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 점점 선명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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