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이 말에 나는 멍해졌다. '무슨 말이지? 하루가 이렇게 길고, 한 달은 더 길고, 1년 전은 잘 기억도 안 나게 먼데, 어떻게 40년을 잠깐이라는 거지...?’ 믿기진 않았고 놀랍기만 했다. 엄마 말을 내 식으로 곰곰이 생각햐도 모를 일이었다. 그 후로도 여러 번 엄마의 말을 기억에서 끄집어내 곱씹곤 했었다.
세월이 흐르고, 내 나이 50이 되었다. 큰 딸이 성인이 되고 둘째도 곧 대학생이 될 것이다. 마음이 의무에서 해방되려니 곧 갱년기가 찾아왔다. 몸 여기저기가 이유 없이 아팠다. 다가올 인생 2막이 걱정되었다. 그 무렵 대학 입학 30주년이라며 동문회를 개최한다는 메시지가 왔다. 잊혀가던 지나간 30년을 한꺼번에 떠올렸다. ‘시간 참 빠르네.!’ 또 30년 이렇게 가면 내가 80이구나...'
그해 엄마는 딱 80이 되셨다. 엄마와 둘이 어느 날 식당에 갔다. 식당 계단을 오르내릴 때와 자리에 앉고 일어날 때 엄마와 나는 동시에 “아이구” 소리를 내며 닮아 있았다. 움직일 때마다 뼈가 아파서였다. 50년 산 내 몸도 이 지경인데 그보다 30년을 더 사신 엄마의 몸은 어떨까 조금 짐작할 수 있었다.
한참 맛있게 밥을 먹으며 두런두런 얘길 나누고 있었다.
“세상에 내가 벌써 80이라니. 80년이 금방이여!“
엄마의 이 말에 묻어두었던 10살 때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던 엄마의 말을 나는 온몸으로 알아들었다. 40년의 두 배인 80년이 금방이라는 데도 말이다. 아니 어쩌면 100년이 금방이라고 했어도 나는 똑같이 고개를 끄덕였을 것이다.
100년이 잠깐인즐 직접 체험과 약간의 짐작으로 나도 깨닫게 된 것이다. ‘앞으로 10년 일지 50년 일지 모르는 여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5년이 더 흐르고서야 더 이상 무시하면 안 될 원칙이 생겼다.
-내 마음이 원하는 것을 하고 살 것
-남의 시선을 먼저 의식하며 하고 싶은 일에 자꾸 제동 걸지 말 것
인생 1막에서도 수없이 노력했던 태도였다. 하지만 아직도 내가 나일 수 없게 주변 눈치를 본다. 모두 내려놓고 마음이 시키는 일을 해야겠다. 더 늦기 전에.
나는 다음 주부터 유튜브를 시작한다. 너무나 하고 싶었으나 5년간 주저하느라 시간을 낭비했다.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은 이제 그만이다. 유튜브의 소비자로만 살다 가기엔 유튜브가 너무나 유용하고 사랑스럽다. 나도 컨텐츠 생산자가 되고 싶은 거다. 그냥 눈 질끈 감고 즐겁게 해 보자. 남에게 해를 끼치는 일도 아니지 않나? 세상 마지막날 참 재밌게 살았노라며 행복한 미소를 지을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