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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과맘 Aug 18. 2022

앱으로 영어랑 놀자

영어를 익히는 채널은 풍부하다


계획한 일은 아니었지만 새해가 되어 스페인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앱으로  가지 언어를 동시에 익히고 있다는 작은 딸에게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물었더니 ‘'**링고(라는 앱을 소개했다. 다양한 외국어 중에서 내가 선택한 언어는 예전부터 동경하던 스페인어였다. 원어민의 발음으로 일상 생활을 들려준다. 게임을 하듯이 손가락이 움직일 때마다 "띠리링 띠리링" 효과음이 들리고,  단계를 완료하면 응원 박수가 나오고 점수를 부여한다. 실수하면 감점을, 잘하면 보너스 점수를 준다. 점수로 등수를 매기지만 자존심을 건드리지는 않는다. 등수는  엎치락 뒤치락한다. 특별한 동기가 부족한 학습자에게 게임의 '재미'라는 요소로 지루할 겨를이 없다.


10년 전쯤 아이들이 왜 이렇게 게임에 열광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아 '애니팡'’이라는 게임을 핸드폰에 설치했다가 한 보름간 게임에 빠져 헤맸던 기억이 있다. 게임에 집착하다 잠을 안 자는 것은 물론이고, 자려고 누으면. 천정에 게임 화면이 보이는 듯 하며 "한 판 더 할 걸..."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엄마, 태권도 다녀올게요."

"응, 다녀와!"

"엄마, 태권도 다녀올 때까지도 게임하시는 건 아니죠?"

"(자기들은 많이 하면서 나한테는 왜 그걸 물어?) 몰라. 일단 다녀와 봐."


"다녀왔습니다."

"응, 벌써왔어? 엄마 조금만 더 하고 저녁 차려줄게!"


2주 쯤 지나 하나둘 해야할 일들이 어그러지는 걸 보며, 나에게도 이렇게 빠져드는 잠재력이 있음을 확인한 뒤 핸드폰에서 게임을 지웠다. 현실에 할 일이 이렇게 많은데 '내가 설마 그깟 게임에 빠지겠어?' 하는 처음 생각과는 달리 손과 마음은 늘 게임으로 달려들었다. 가족이 모두 잠든 사이 다른 방으로 가서 몇 게임만 더 하려다 새벽으로 시간이 치닫기도 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당연히 핸드폰에서 게임을 먼저 켰다. 마음과 생각이 이렇게 불일치하는 경험을 하며 '아, 어린 아이들이 게임을 스스로 통제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겠구나!' 하는 깨달음이 왔다.


올 1월 1일부터 지금까지 200일이 넘도록 하루도 빠짐없이 스페인어 앱을 들랑달랑 거렸다. "시간이 흐르면 저절로 실력이 는다"던 딸의 말이 어느 정도 사실인 것 같다. 그러면서도 게임만큼 중독성이 강하지도 않다. 언어 습득의 지름길인 반복을 수없이 하기 때문에 일상 회화가 장기 기억에 저장된다. 스페인어 전문가가 되자고 시작한게 아니었기 때문에 잘해야 한다는 부담도 없다. 게임 단계마다 아주 미세하게 변화를 주어 달라지기니 스페인어의 규칙을 설명하지 않아도 저절로 터득하게 된다. 마치 우리말을 배우던 것처럼.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친구를 기다리는 카페에서 지루하게 기다릴 필요가 없어졌다. 버려질 수 있는 자투리 시간에 재미를 통해 반년의 시간이 흐르니 이젠 스페인 사람에게 말을 걸어볼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코로나가 다 끝나면 스페인 여행 계획해 볼까? 엄마 아빠 결혼 25주년 기념으로 말야. 어설프지만 엄마가 스페인어로 여행 통역 정도는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하하하."

"우와, 좋아요. 멋져요!"


새로운 언어를 배우다 보니 그 언어가 사용되는 환경에 가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여행지에서 사용하는 언어는 생존용에 가깝고 고급일 필요는 없다. 단지 앱에서 재미로 익힌 표현을 앵무새처럼 따라하면 대화가 되다니 성취감이 든다. 정말 스페인을 갈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설렌다. 언어 앱을 통해 지난해 연말까지는 꿈도 꾸지 못했던 횡재를 얻었다. 나의 꾸준한 스페인어 연습을 지켜보던 큰 딸도 일본어 앱을 설치했다. 그러더니 다음 방학에 친구와 JLPT 일본어 능력시험을 보기로 했다고 한다.


영어를 배우고 싶은 어른과 아이에게 이런 학습용 앱을 추천하고 싶다. 영어를 배우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계속 미루던 분들, 영어를 오랫동안 포기했다가 다시 시작하고 싶은 분들, 사교육 없이 영어를 잘하고 싶은 아이에게 소개해도 좋을 것 같다. 단, 어린이의 눈을 보호하고, 스마트폰 자체에 빠져들지 않게 하기 위해 사용전 부모와 명확한 사용 서약을 해야 할 것이다. 핸드폰은 중독성의 보고이기 때문이다.


내가 중학교 1학년에 처음으로 영어를 배우기 시작했을 때 이런 앱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6개월 정도 신나게 놀다보면 생활영어를 그리 어렵지 않게 터득했을 것 같다. 10년 이상 공부하고도 쉬운 말을 하지 못하던 우리 교육 방식을 뒤집을 수 있는 솔루션이 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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