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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과맘 Aug 11. 2022

영어 유치원 안 다녀도 영어 잘하기

영어 유치원 보낼까 말까


나는 두 딸 모두 영어 유치원에 보냈다. 그때는 한창 회사에서 일을 배우고 집중하여 인정받고 싶었다. 모든 것을 다 잘할 수는 없는 법. 영어는 교육적으로 중요한 과목이었고, 앞으로 영어는 거의 필수 능력이기 때문에 무시해서는 안됐다. 전업주부였다면 영어 유치원을 안보냈을 확률이 훨씬 더 높다. 엄마가 영어 전공자이고, 영어를 자연스럽게 익히게 할 재료가 세상에 너무나 많은 시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을 아끼기 위해 아이들 영어 교육은 과감하게 외주를 줬다. IMF 금융위기 때 대출로 전세를 얻어 신혼을 보내보았기 때문에 대출이자가 무서운 줄 잘 알고 있었고 지출을 통제해야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영어 유치원의 장점은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등원부터 하원까지 아이들이 영어로만 대화를 한다. 쉬는 시간에도 친구들끼리 영어로 대화한다. 원어민 선생님 한 분이 10명 미만의 아이들과 수업을 하며, 한국인 보조 선생님이 여러 가지 소통에 도움을 주신다. 우리말을 일부러 가르치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 말을 할 수 있는 이유는 가족과 매일 우리말로 말하기 때문이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수업에서 영어로 듣고 말하고 읽고 쓰고 발표하기 등을 하면서 아이들은 우리말 배우기와 비슷한 과정으로 영어를 익힌다. 발음도 집에서 엄마가 말상대를 하는 것보다는 낫고, 원어민의 능숙함이 도움이 될 것이다. 숙제가 많지 않고, 경쟁보다는 아이들을 부드럽고 따뜻하게 대해주는 영어유치원이라 딸들은 유치원 가는 것을 즐거워했다.


영어유치원의 다른 장점은 그림책부터 시작하여 수준에 맞는 영어책을 꾸준히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수업시간에 원어민 선생님이 직접 책을 재밌게 읽어준다. 스스로 읽을 수 있도록 숙제로 아이가 직접 고른 책을 읽게 해준다. 영어 유치원을 보내지 않았더라도 나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신경을 최대한 썼을 것이다. 우선은 우리말 책읽기에 재미를 붙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우리말보다 몇 년 정도 단계가 낮은 영어 책을 읽게 할 참이었다. 집에서 엄마와 원서를 읽든 영어 유치원에서 원어민의 도움을 얻어 읽든 세상의 정보를 얻기 위한 도구인 영어의 수준을 높이는데 책읽기만한 방법은 없다. 다행히 엄마 아빠의 노력 속에 아이들은 우리말 책읽기를 선물처럼 즐거워했다. 책에 대한 기대는 자연스럽게 영어책으로 옮겨 붙어 영어를 공부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영어 독서의 초급 단계를 잘 다져주니 곧 홀로 읽기가 가능해졌다. 한글책을 골라 읽듯이 영어 원서를 골라 읽을 수 있도록 책을 갖춰주는 일이 나의 임무였다. 숙제를 봐줄 시간은 충분하지 않았지만, 읽을 책이 부족하지 않도록 신경썼다. 온라인에서 중고서적으로 원서 시리즈를 많이 들여놨다. 중고라 저렴하기도 했지만, 새책이더라도 한 번 사면 두 아이가 보고 또 보고 해서 아깝지 않았다. 더구나 책을 잘 읽을수록 초등학교 이후에는 영어 학원을 보내지 않아도 된다는 계산이 들어있어서 책값은 전혀 아끼지 않았다. 혹시라도 잘 보지 않는 책이 있어도 굳이 보라고 강요하지 않았다. 읽은 원서는 대체로 깔끔했기 때문에 다시 중고 시장에 판매할 수도 있어서 독서로 영어를 공부하는 것은 비용 효율성이 최대를 이룬다.


영어에 대한 기초를 초등 정도까지  다지면 이후 독서로 연결해 나갈  있다. 우리나라 입시 공부의 80% 독서로 이룰  있다고 강하게 믿었기 때문에 초등학교부터는 학원을 아주 선택적으로 조금만 다니게 했다. 특히 국어와 영어가 독서로 저만치 앞서가 있어서 충분히   있는 시간이 확보되었다. 다시 말하면, 자유 시간이 많아 다른 부족한 과목을 스스로 공부할 시간이 많다는 뜻이다. 영어 유치원에서 기반을  잡은 독서의 영향은 이후 홀로 읽기로 이어졌다. 어린 시절의 원서 독서는 독해가 중요한 고등영어까지(그 이후는 더욱) 엄청난 도움이 되었다.


엄마가 바쁘다는 핑계로 책읽기 습관을 잘 잡아주지 못하면 중등 내신부터 문법위주로 급선회하는 우리나라 학교 영어에서 무척 힘들어 할 것이라는 예측을 할 수 있었다. 다행히 두 딸은 초등 때 환타지류를 무척 좋아하여 <Harry Potter> <Warriors> <Percy Jackon> 등 수백권의 책을 원서로 읽었다. 우리말 책을 많이 읽은 아이들이 "국어를 왜 어려워해요?"라고 우리말은 누구나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영어 독서에 빠졌던 딸들은 어려운 영문법 용어에 관심이 적었지만 내신 시험에서 정답 찾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게 이겨낼 수 있었다. 즉, 지겹고 비효율적인 문법 공부에 발을 담그지 않고도 중등 내신을 가볍게 능가할 수 있는 비법은 깊은 독서에 있다. 이른 독서 시기를 놓치고 초등, 중등이 되었다면, 안타깝지만 독서로 공부를 하게 시간이 허락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무척 안타깝다. 그럴 때는 하던 공부 사이 사이에 흥미가 충분한 책을 영어로 읽도록 도와주면 발전의 속도를 늘릴 수 있다.


영어 유치원을 보내는 것의 단점으로 돈이 많이 든다는 점 외 에 다른 단점도 있다. 잘못 접근하면 우리말 발달이 늦어질 수가 있다. 우리말이 먼저 앞서서 인식의 틀을 만들고 그 뒤에 영어를 덮어쓰기 하는 식이 좋다고 생각했다. 굳이 영어를 우리말 수준과 같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버리고, 국어 실력에 기대어 영어를 이해할 수 있으면 충분하다고 느긋하게 마음 먹었다. 가끔, 아이가 영어를 잘하게 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절실하여 우리말로 알지 못하는 영어 단어를 암기하고, 테스트하면서 아이에게 영어에 대한 나쁜 선입견을 심는 부모님을 만나곤 한다. 그러면 아이는 영어를 싫어하고 피하고 싶은 공부로 생각한다. 영어는 커녕 우리말마저 습득이 늦어지는 문제를 일으킨다. 영어에 대한 조급함으로 아이에게서 재미가 빠진 활동을 어거지로 지속했다가는 소탐대실이다. 엄마랑 하는 공부는 죄다 재미없다는 인식이 생기면 앞으로 긴긴 공부에 큰 어려움이 다가올 것이다. 엄마와 함게 하는 공부에 일찌기 질리면 어린 시절 엄마와의 추억이 부족해진다.  


영어 유치원은 단순히 좋다 나쁘다로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 장단점이 있기에 내가 처한 상황에 따라 취사선택할 수 있다. 나는 영어 유치원을 보내든 안 보내든 비슷한 성과를 냈을 것이라 확신한다. 단지 나는 그 시기가 너무나 바쁜 워킹맘이었다. 그 시기가 하필 아이들이 영어를 자연스럽게 기반을 다지기에 좋은 시간이었기 때문에 큰 맘을 먹고 돈을 들여서 편하게 영어를 익히도록 했던 것이다. 내가 만일 워킹맘이 아니었다면, 좋아도 영어유치원을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없는 살림이어도 나는 가족 여행, 특히 아이들이 어리고 부모가 젊었을 때 세계 곳곳을 누며보고 싶은 욕구가 강했다. 따라서 영어 유치원에 보내는 비용을 모아 해마다 해외 여행을 가는 쪽을 선택했을 것이다. 영어를 왜 해야하는지 모르고 영어 학습을 시작하는 아이들이 참으로 많다. 공부로 시작하기에 앞서 영어를 사용하는 국가에 같이 여행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영어가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보는 것 만으로도 영어 학습에 대한 동기부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워킹맘이라면 영어 유치원을 꼭 보내야 한다고 고심할 필요는 없다. 유명 영어 유치원의 커리큘럼을 참조하여 엄마표로 이끌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그런 노하우를 공유하는 인터넷 카페나 서적이 무수히 많기 때문에 정보가 부족하지는 않다. '잠수네 영어공부법'을 필두로 돈을 들이지 않고 영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잘하는 방법을 수많은 사람들이 공유하고 있으니 말이다. 요즘은 유튜브며 인스타 등으로도 엄마표 영어 공부법을 홍보하는 자료가 무궁무진하다. 집에서도 유학하는 것보다 더 좋은 영어 학습을 할 수 있는 환경임을 감사히 여기며 이용하자.


부모가 영어도 못하고, 일도 해야하고, 해외 여행을 갈 수 있는 처지가 아니라고 해도 영어는 여전히 누구나 잘할 수 있는 것이 지금의 환경이다. '영어를 못하면 몸짓으로 대화가 가능하다'는 마음으로 아이들에게 영어환경을 노출해주면서 부모보다 영어를 잘하는 아이를 칭찬해주자. "엄마, 아빠보다 우리 아들이 훨씬 잘하네."라는 식으로 칭찬하면 아이들은 칭찬받는 행동은 더 자주 하고 싶어한다.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어린 나이부터 '공부' 점수로 평가되고 비교되면서 영어에 주죽이 드는지 모른다. 일찍부터 영어가 없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그런 아이들을 만나면 나는 가장 먼저 이렇게 말해준다.


"영어는 그냥 쉽게 재미있는 거야. 우리말처럼..."


이것은 사실이다. 영어 유치원 보내도 좋고 안 보내도 된다. 영어를 잘 할 수 있는 방법은 넓게 열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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