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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과맘 Oct 29. 2022

태교는 육아의 시작이다



미혼일 때는 결혼 생활을 예측할  실체를 속속들이 알기는 어렵다. 연애시절의 달콤함과 배려가 그대로 현실로 이어지기도 한다. 반면 기대와 빗나가면서 실망하는 일도 많다. 기대가 높으면 실망도 커지는 . 실망하며 아웅다웅 하다 관계가 삐걱거리지 않으려면 서로 배려심을 되찾아야 한다. 그래야 다시 긍정적인 기대할  있는 관계로 발전한다. 예측과 현실이 다른   가지가 있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이다. 연애와 결혼식과 신혼여행을 열심히 계획하듯이 임신과 육아도 속속들이 계획하고 준비를 마친  출산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여자가 임신을 한다. 태아는 산모의 뱃속에서 9개월을 지낸다. 밖으로 보이지 않아 볼 수 없지만 태아는 먹고 듣고 느낀다. 무엇을 먹고, 무엇을 듣고, 무엇을 느낄까? 산모가 먹은 음식의 영양분을 받아 먹는다. 산모나 주변인이 내는 소리를 듣는다. 산모가 느끼는 감정을 공유한다. 산모가 놀라면 태아도 깜짝 놀라서 산모의 배가 뭉치는 경험을 한 적 있다. 산모가 기분이 좋으면 태아도 기분이 좋을 것이다. 산모의 걱정이 많으면 태아에게도 분명 좋지 않은 호르몬이 전해질 것이다. 감정은 생각에서 유래된다. 산모의 생각은 남편과 주변 가까운 이들의 말과 태도에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태교는 예상보다 중요한 결과를 낸다. 학교 가정 교과 수업에서 태교를 배울 때는 도덕시간에 선함의 의미를 배울 때처럼 무덤덤했다. 현실 같지 않은 이상을 배운다는 거리감이 있었다. 그러나 두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두 아이의 육아 과정에 몸과 마음을 담았었고, 많은 주변인들의 육아 과정을 수없이 관찰했다. 그 결과 아이의 기질과 성격의 많은 부분이 태아 적에 엄마의 몸과 마음을 본따서 만들어진다는 것을 실감했다. 예전부터 산모는 장례식장에도 가지 않고, 좋은 것을 먹고, 좋은 생각을 해야한다는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잘 알 수 있었다. 태아의 모든 상황을 다 통제할 수는 없지만, 예민한 어린 아이를 둔 엄마들은 자신들이 임신기간 동안 시댁과의 마찰, 남편에 대한 서운함, 경제적인 어려움, 직장 생활에서의 갈등 등으로 무척 힘들었었다는 이야기들을 하곤 했다.


임신과 출산을 졸업한 내가 왜 다시 태교를 이야기 하고 싶은 걸까. 그렇지 않아도 힘든 현실에 추가적으로 엄청난 비용과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 것이 육아다. 아주 건강하고 순하고 이쁘기만한 아이여도 힘이 많이 드는 것이 육아다. 하물며 잠을 안 자고 칭얼대고, 자주 아프고, 식성도 까다로운 아이를 키우는 일은 미리 상상해 두기 어려운 고통스러운 하루 하루가 연속됨을 의미한다. 태교는 좋은게 좋은 것이라는 단순한 덕담을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부부와 아이가 가족이라는 인연으로 함께 묶여 살아갈 미래의 수십년을 인간답게 사랑하며 살 수 있는 바탕을 다지는 어마어마하게 중요한 시간이었다. 태어날 아이가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신체적으로 건강하길 바라는가. 엄마와 아빠가 먼저 서로 아끼고 건강에 좋은 음식을 먹어야 한다. 아이가 스스로 배움을 찾는 아이가 되도록 하고 싶은가. 지금부터 부부가 책을 가까이 해보는 것은 어떤가. 나는 하기 싫은데, 아이는 했으면 하고 바라는 데서 부모와 아이의 갈등은 증폭되는 것을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아이를 키우고 있는 현실의 부모에게 시간을 거꾸로 돌리는 마법이 생긴다면 아마도 태아의 정서에 몇 배는 정성스런 태교를 할 것이다. 조금 예민하고 아프고 잘 먹지 않는 아이도 충분히 사랑스럽고 잘 자랄테지만 과도한 힘이 든다. 부모라는 이름으로도 버겁고 지쳐떨어질만큼. 그러니 후회하는 대신 미리 준비하자. 태교는 지나고 보니 육아의 0기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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