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치민과 하노이에서 _3. 드디어 시험
떨지말고 최선을 다하고 와! 자신 있게!
후끈한 더위는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
우리가 호치민에 왔음을 느끼게 했다.
이제 앞으로 살아갈 곳이라는 기대와 설렘보다는
학교 인터뷰를 잘 끝내야할텐데 걱정의 마음 뿐
한국과 시차가 2시간 밖에 나지 않아
크게 적응할 것은 없었지만
준비기간이 짧았던 만큼 부족한 점만 떠올랐다.
호치민에서 첫번째 일정은 2군 타오디엔에 있는 EIS 유럽국제학교 투어였다.
원래 독일 국제학교로 개교를 했다가 European International School로 변경되었다.
한 학년당 반이 2개정도 밖에 안되어서 킨더부터 고등부까지 있지만 전교생인 480명 정도
IB 과정으로 수업이 진행되며 한국 학생 수가 적은 반면 유럽 출신 학생과 베트남 학생 비율이
높다고 했다.
투어를 진행해주신 한국인 선생님이 학교에 대한 설명을 잘 해주셔서
아이들과 국제학교는 이런 모습이구나 하며 구체적인 상상이 가능했다.
주황빛 빌라 형태의 학교가 아기자기하게 참 예뻐보였으나 7군 푸미흥에서는 가는 길이 멀어
40분이상 걸렸었고 결정적으로 당시 아이들 학년 모두 TO가 없어서 지원을 해볼 수 없었다.
Canadian International School , CIS
가장 먼저 시험을 본 캐나다 국제학교
북미 학교 답게 액티비티가 많고 한국 아이들도 많이 다닌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그렇기에 아이들이 처음에 적응할 때는 가장 좋은 학교겠구나 짐작을 하고 방문했다.
지인의 아이가 다니고 있는 학교였기에 친근감이 있던 것도 지원 이유 중 하나였다.
푸미흥 끝자락 주택가 안에 위치한 학교는 작은 입구에 비해 중앙 홀이 매우 넓고 컸다.
자줏빛의 캐나다를 상징하는 단풍나무 잎의 학교 로고가 곳곳에 보였다.
당시에는 학교에 한국어로 소통이 가능한 선생님이 계셔서
입학 진행과 관련한 모든 상담을 편하게 할 수 있었다.
다만 인터뷰 당일에 병가를 내신 선생님을 못 뵈었을 뿐
행정실 선생님 안내를 받고 아이들 인터뷰를 볼 수 있었다.
이미 스캔파일로 보낸 원본 입학 서류들을 제출한 뒤
각각 2,200,000동씩 테스트 비용을 내고 대기를 했다.
Grade 3로 입학 신청한 작은 아이부터 들어갔는데 외국인 남자 선생님께서
별도의 교실로 데리고 가서 약 40분 동안 oral test도 하고 그림을 그려보게도 하고
단어를 보여주며 읽어보라고 하셨다 한다.
아이가 잘 못알아듣고 문장을 쓸 수준은 아니었으니 아주 단답형으로 했겠지만
다행이 울지는 않고 나왔다.
이어서 Grade 6로 입학 신청을 한 큰아이는 1시간 정도 시간동안 같은 선생님께서 별도의 교실로 이동하여 조금 더 난이도 있는 시험을 진행하였다. 수학문제도 풀고 작문도 하고 좋아하는 과목과 취미와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했다 한다. 선생님께서 골라 준 영어 책을 읽고 그 내용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고 했다.
떨림 그리고 합격
약간의 평가 정리 시간이 지난 뒤 인터뷰를 진행했던 입학담당 선생님으로부터
두 아이 모두 입학 허가를 받았다.
Admissions Assessment for Canadian International School 이라는 평가지가
한 장씩 작성 되어 나왔고 Executive Summary, Recommendation 이 기록되어 있었다.
특히 Listening, Speaking, Reading, Writing 항목별로 아이 수준이 Step 1부터 6까지 평가 되어 체크되었다. 이 평가를 근거로 입학 허가가 결정이 되고 English Language Learning(ELL) 이라는 영어 학습 보조 프로그램 수강 여부가 결정된다.
큰 아이는 Listening만 Step 4를 받고 나머지는 Step 3을 받아 ELL Program을 수강하는 조건으로 입학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영어를 시작한지 얼마 안된 둘째 아이는 Grade 3이기에 아직 ELL 대상자는 아니었지만 Listening과 Speaking은 Step 2 단계, Reading과 Writing은 Step 1단계를 받았다.
Grade 5-6의 경우 최소 Step 3이상을 받아야 하고 Grade 7-8은 Step 4, Grade 9이상은 Step 5가 되어야 한다 했으니 어찌보면 정말 턱걸이 수준의 합격이었지만
첫 합격은 아이들에게도 함께 과정을 지켜본 부모에게도 정말 큰 기쁨이었다.
The Anglophone British Curriculum International School , ABCIS(ABC)
합격 허가를 받은 학교 한 곳을 마음에 품고 찾은 두번째 학교 ABC
1995년도에 세워진 ABCIS는 ABC라고도 많이 하는데 영국계 학교 중 호치민의 많은 학부모가 보내고 싶어하는 학교 중 하나였다. 그런 만큼 학교 정보를 찾을 때에도 워낙 아이들이 공부를 많이 하고 입학도 어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입학 문의를 드렸을 때 한국인 담당 선생님이 보내주신 메일에도 예비시험을 먼저 보고 통과한 학생들만 본 입학시험을 볼 수 있다고 당부를 하셨다.
7군 푸미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던 학교는 단아하고 바로 앞에 축구장이 넓게 펼쳐져 있어서 시원해보였다. 국제학교들은 제각기 고유의 색상이 있어 로고에도 교복에도 쓰이는데 ABC는 초록색이어서 싱그러운 느낌을 주었다. 전날 CIS에서 입학 시험 절차를 한번 해본 덕분인지 헤매지않고 입학 원본 서류들을 행정실에 제출한 뒤 행정실에 딸린 유리로 된 투명한 방에서 예비시험을 한 명씩 보았다.
한 장짜리로 된 Admissions Pre-Test 페이퍼는 Year 3 and 4 와 Year 5 and 6 로 나누어져 있었다.
두 버전 모두 같은 스타일의 테스트였고 사용된 어휘나 문장 길이 정도만 차이가 있었다.
처음은 사용 빈도가 높은 단어들을 25개 제시하고 정확하게 읽는지를 보는 문항을 시작으로 휴일에 즐겨하고 좋아하는 일에 대해 세 문장 이상 작성하는 짧은 작문이 있었다.
Reading 실력을 보는 지문은 기본 문장 구조를 익히고 있는지 문맥을 잘 파악하는지 이어지는 짧은 질문에 대답하는 것으로 평가를 했다. 마지막으로 적절한 단어를 사용해 질문을 이해하고 답하는지를 보는 Speaking 테스트로 가족과 학교, 주말 여가에 대한 질문을 했다.
예비 시험이었음에도 Year 3에 지원한 둘째 아이에게는 상당히 어려웠을 것이라 생각했다.
울면서 나온 아이를 달래주며 본 시험지에는 정말 손 대지 못한 문항이 거의 다였으니
25개의 단어 중 5개 정도 읽을 수 있는 아이가 어떻게 시험을 정상적으로 치룰 수 있었을까
짠한 마음이 들었다 정말 어려웠겠구나
그래도 큰 아이는 조금은 더 나았겠지 했지만 곧이어 나온 아이 입에서는 어려웠다며 예비시험 통과를 못할 것 같다는 난색을 표시한다.
안타깝지만 역시나 두 아이의 결과는 불합격
예비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본 시험을 치룰 수 없기에 테스트비용은 따로 내지 않았다. 제출했던 서류들도 그 날 돌려받았다.
이미 시험으로 멘붕이 온 아이들이었지만 시험을 안내해 준 선생님께서 짧게 학교 투어를 시켜주신다하여 함게 둘러보았다.
이 학교가 특히 Writing을 중요하게 본다고 하던데 투어 때 본 학교 교실들에 걸려 있던 아이들의 에세이들은 그 학년이라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잘 썼고 내용도 짧지 않았다. 예전에 목동의 한 어학원에서 그 달의 우수작 에세이를 선정해 벽에 걸어두었는데 모든 교실에 그런 에세이들이 걸려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한 번의 기쁨과 한 번의 좌절을 함께 겪고
마지막 학교 인터뷰를 위해 또 준비했다.
American International School , AIS
현지에서 급하게 입학시험을 준비하다
원래 한국에서 준비했던 학교는 같은 이름의 AIS 였지만 Australian International School인 호주학교였다.
하지만 ABC 학교처럼 같은 IB 계열의 영국식 학제 학교는 분명 준비되지 않은 아이들이 입학 시험을 보기에 무리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Writing이 특히나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들이 시험을 보기에는 너무 무리가 될 것 같아서 남편과 고민을 하다 서류를 이미 다 제출했던 AIS에는 사정을 이야기하고 입학 테스트를 보지 않겠다고 전달했다.
2군에 있었던 호주 학교인 AIS와 달리 미국 학교인 AIS는 7군에서 차로 20여분 정도 더 남쪽으로 가면 있는 냐베라는 지역에 있었다.
입학상담 및 인터뷰를 당일 혹은 2~3일 내에 볼 수 있는지 확인을 해야했기에 ABC 학교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전화로 입학담당부서에 문의한 뒤 급하게 방문을 했다.
호치민 도시와 달리 냐베는 진짜 시골과 같은 느낌이었다. 이차선 도로에 흙먼지가 폴폴 날리며 길가에 늘어선 난전 사이를 지나니 거대한 캠퍼스가 보였는데 지금까지 봤던 학교들 중 가장 컸다. 대학 캠퍼스 같은 느낌이었는데 체육시설도 곳곳에 다양하게 있고 수업받는 교실도 건물이 큰 만큼 모두 큼직큼직했다.
방문한 당일에는 학교 투어만 하고 다음날 입학테스트를 볼 수 있었다. 테스트 비용인 5,000,000동은 카드결제가 가능했고 입학서류를 받아와서 저녁에 열심히 작성 한 뒤 제출할 수 있었다.
그 때만해도 입학테스트나 계약할 집을 확인하기 위해 잠시 한국과 베트남을 오갈 수 있었기에 우리와 같이 급하게 인터뷰를 추가해야하는 경우를 대비해 학교생활기록부 사본, 여권사본과 사진 등을 넉넉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당부를 함께 적으려했다가 지금은 베트남에 그런 단기 방문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직 코로나 시국에서 살고 있었구나.... 새삼 또 잊어버렸다
지금은 대신 온라인 인터뷰로 대부분 전환이 되어 한국에서 미리 입학 시험을 보고 입국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하지만 나의 이야기는 입국한 뒤 입학 준비를 할 수도 있는 경우를 대비하여 남겨보는 이야기인 셈이다.
이야기가 잠시 샜지만 다음 날 인터뷰를 위해 방문했을 때 큰 아이는 1시간 반, 작은 아이는 1시간 정도의 입학테스트가 진행되었다. Elementary vice principal 이 직접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CIS 학교와 비슷하게 책을 선정해 읽어보게 하고 내용에 대한 요약, 자기 자신에 대한 소개, 한국에서 즐겁게 했던 일들에 대한 이야기 등을 물어보았다고 했다.
둘째의 경우는 단답형으로 Yes, No라고 하니 교실에서 선생님이 지시하는 것에 아이가 따르는지(예를 들면 문 앞에서 한줄로 서, 뒤에 캐비넷에서 무엇을 꺼내 와 하는 지시사항에 대한 이해)를 보는 테스트를 진행한 듯 하였다.
테스트가 끝나고 특히 유호의 영어 실력이 현재 AIS Grade 3 아이들과 함께 수업을 받기에는 많이 어려울 수 있다는 염려의 이야기를 들었고 최종 결과는 일주일 이내로 안내하겠다는 답변이었다. 우리가 인터뷰를 본 시점이 한국 학년으로 5학년 1학기와 2학년 1학기가 아직 끝나기 전이었는데 바로 직전의 학교레코드가 필요하다는 요청이 있었다. 하지만 학교에 문의했을 때 끝나기 전 평가가 나오지 않은 서류는 따로 준비할 수 없다고 했다. AIS 에서 요청한 서류가 결과적으로 제출되지 않았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두 아이 모두 불합격이라는 내용이 담긴 친절한 편지를 일주일 후에 받았다.
도전한 세 개의 학교 중 한 곳에서 입학 허가를 받았기에 우리는 선택의 여지 없이 CIS에 등록하게 되었다.
국제학교 입학 테스트에서는 기본적으로 아이의 영어실력을 평가하지만 그와 더불어 중요하게 보는 점이 아이의 발전 가능성을 고려하는 듯 하다.
아이가 인터뷰에서 보여주는 태도, 모르는 점을 전달 받았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지
앞으로 학교에 들어와서 어떤 생활을 하고 싶은지를 꼼꼼하게 보는 것 같다.
그래서 당장 학교 수업을 따라갈 수 있는 실력이 아직 부족하다 해도 그것은 보조수업이나 추가적인 학습으로 차이를 메워나갈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아이가 보이는 태도와 자세가 능동적이고 유연하다면 학교 적응을 잘 해 나갈 수 있을 것이고
그런 발전 가능성까지 보고 입학을 결정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입학이라는 가장 큰 고개를 넘었기에 이제 학교에 등록하고 적응 시키는 문제가 남았다.
힘들게 입학해서 일 년 학교 생활 밖에 하지 못했지만
아이들의 첫 국제학교였던 CIS 입학 등록과 학교 생활 이야기를 이어서 남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