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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ePD Aug 12. 2020

가끔 이유 없이 뛰쳐나가고 싶어

직장인 일탈 노트 #1


출근 - 일 - 퇴근 - 잠의 반복

무기력한 나날들의 반복으로 내 인생 노잼 시기가 찾아왔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하루하루.

한주 업무를 어느 정도 마친 목요일, 충동적으로 금요일 연가를 냈다.



모두가 한창 일할 시간에  지하철에 있는 것 자체가 기분이 좋았다.



노래를 들으며 홀로 천천히 걸어 다니는 게 이렇게 위로가 될 줄이야.



따뜻한 봄날이라 그런지 평일 낮인데도 창덕궁에 사람이 꽤 있었다.



음악을 들으며 한적한 궁을 걷는다는 건

흔히들 뮤직비디오 주인공이 된 것 같다는 그 기분. 바로 딱 그 느낌이다.


근데 어쩌나. 블루투스 이어폰 충전을 제대로 확인 못하고 나온 탓에 나만의 뮤직비디오는 아쉽게도 짧게 끝나버렸다.



혼자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다 보면

평소에 지나쳤을 것들을 자세히 보게 된다.



평범하게 서서 보던 풍경을 다양한 각도로 보기도 하고.


끝나지 않는 장마 속에서 따뜻했던 봄날의 벚꽃사진을 보고 있으니 아득하게 먼 옛날인 것만 같다.

(출사는 봄에 갔으나 글쓰기는 여름에 하는 탓)

저 땅 가까이에 있는 꽃들도


하늘 높이높이 뻗어 피어있는 꽃도 모두 다 제각기 아름답다.


눈으로 직접 봐서 좋은 풍경도 있지만

나만의 틀을 만들어 프레임 속에서 연출한 사진을 보는 것도 나름의 재미가 있다.


궁은 항상 누군가와 함께 왔었는데 혼자 와보니 외롭기도 했다. 크게 마음먹고 나홀로 일탈이라고 외쳤지만 사실 난 혼자 지내는걸 무척 외로워하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사람들을 연속해서 만나다 보면 너무 지치는 순간이 오는데 이때가 딱 그런 시기였다.


“혼자는 외롭지만 혼자 있는 시간은 필요해.”


이 얼마나 모순적인 말인가.

하지만 난 모순적인 사람인 걸 어째.



봄의 일탈이라고도 부를 수 있었던 나홀로 궁 출사.


내가 혼자 출사를 가지 않았더라면

혼자 출사를 갔을 때 외로워하는 사람이라는 걸 몰랐겠지.


모든 경험은 의미가 있다.


그리고 가끔은

혼자만의 외로움을 즐기는 하루도 괜찮은 것 같다.


다음엔 시도해보지 못했던 혼자 여행도 올해 안에 가봐야겠다.

다음 일탈의 내 외로움아 잘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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