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eePD Jul 26. 2021

여름의 기억은 왜 미화될까

굳이 특별하지 않더라도

잘 쉬고 있던 주말,

갑자기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카메라를 들고 집 앞으로 출사를 나갔다

햇볕이 세게 내리쬐는 한낮

밖으로 나가기도 전에 여름 색감이 쨍하고 느껴졌다

나는 더위를 참 잘 탄다. 여름이 되면 입맛을 쉽게 잃기도 하고, 강한 햇빛 아래에 잠깐만 앉아있어도 일어날 때 눈앞이 핑 돈다.

이렇게나 더운 여름인데,

지나고 보면 그 청량함이 항상 그립다

왜 여름날의 기억은 미화될까 생각해보았는데

그 어느 계절보다 푸르게 기록되는 사진이

여름을 그립게 만들고, 더 아름답게 만드는 것 같다

오늘의 출사도 여전히 더웠고,

눈앞이 팽글팽글 돌았다

하지만 집에 와서 사진을 봤을 때 여느 때 찍은 사진들보다 훨씬 맘에 드는 사진이 나왔다

각 계절마다 가지는 장점이 있지만

새삼스레 여름이 가지는 청량함을 많이 느낄 수 있었던 오늘

항상 출사는 근사한 공간에서, 최적의 날씨에 해야 제일 좋다고 생각했었는데

집 앞에서 더운 열기와 함께 열심히 셔터를 눌러보니

제일 중요한 건 공간도, 날씨도 아닌

주어진 계절과, 내가 쏟는 시간이었다

노래를 들으며 셔터를 누르다 보면

머릿속에 돌아다니던 어지러운 생각들이 잠시 사라진다

그리고 무심코 지나쳤던 풍경들과 동네가

조금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더위를 얻었지만,

여름날의 소중한 사진도 함께 얻었던 하루

다음에도  근사한곳만이 아닌,

집 근처로 출사를 떠나봐야겠다 :)



매거진의 이전글 달리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