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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iday Oct 20. 2022

나는 왜 글을 쓸까...

우리는 왜 글을 쓸까...


나는 왜 글을 쓸까?

누가 쓰라고 한 것도 아니고 꼭 써야 할 이유도 없는데 계속 뭔가 쓰고 싶고...

머릿속에는 이런저런 글 제목들이 자꾸 쌓이기만 하고...

그 쌓인 글들이 우리 집 옷장 안처럼 늘 뒤죽박죽 섞여있기에 한번 날 잡아서 정리를 해야지...

하지만 옷장 정리도 못하고  글 정리도 못하고 있는데 그 위에 또 다른 옷이 쌓이듯 또 글 제목이 쌓이고,

쓰지는 못하고... 이러는 와중에 '나는 왜 글을 쓸까'를 생각해본다.

글을 쓰는 게 내 직업도 아니고 또 취미라고 하기엔 너무 부정기적으로 가끔 끄적거리는 수준이기에

취미라고 말하기도 어렵지만, 머릿속에 뭔가를 계속 써야 한다는 '임무'가 저장되었는지  끊임없이

뭔가를 계속 쓰려고 한다.


혼자서 꾸준히 글 쓰는 시간을 만든다는 게 쉽지 않아서 게으름을 피우던 중 너무 고마운 '글쓰기 모임'을

만나게 되어 일주일에 한두 번이라도 자리를 잡고 글을 쓸 시간을 얻었다.

하루하루 일상을 이어가다 보면 문득문득 떠오르는 상념들이 있다.

사람들 사이에 섞여 살다 보니 예상치 않은 순간들도 만나고, 그동안 해보지 못했던 낯선 생각들이 나를

혼란스럽게 하기도 한다. 저들은 왜 저럴까? 그들과 함께 살고 있는 나는 또 왜 이럴까? 세상은 또 왜?

이런 화두 들을 머릿속으로 그냥 생각만 하다 눈으로 볼 수 있게 글로 정리하고 싶어서 그때그때 떠오르는

생각이나 느낌을 두서없이 노트에 적기 시작했다.

또 가끔 밑도 끝도 없이 어떤 이야기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인류멸망 후의 아포칼립스 세계에서 살아가는 이야기, 부모님들의 치열했지만 아름답기도 했던 옛날이야기,

나만의 타임루프 설정에 따른 이야기, 본능에 충실한 치정 멜로 이야기 등등...

각 각의 이야기에 나오는 캐릭터들에 대해서도 생각날 때마다 메모처럼 간단히 적어두었다.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이 세상 이야기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서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어른들과 늘 함께하는 등. 하굣길에 눈높이가 다른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무엇을 보며 다녔을까?

내가 느끼는 기쁨, 슬픔, 두려움, 희망 등을 아이들도 같은 감정을 느꼈을까 아닐까?

생로병사 같은 인생의 마디마디 들을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5살의 아이에게, 10살의 아이에게, 16살의 아이에게 어떻게 눈높이로 이야기를 해야 할까?

아이들이 커가는 만큼 나도 나이가 들어가니 내 생각도 바뀌고 가치관도 바뀌고... 그때 써놓았던 글들이

한참 후에 읽어보니 그때의 나는 너무 낯선 사람일 때도 있다.


말을 하는 것과 글을 쓰는 것의 차이는 무엇일까?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떤 사람은 내가 하는 말의 의도를 잘 이해하고 잘 듣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상대의  말을 잘 듣고 공감할 부분은 공감하고 본인의 의견과 다른 부분도 '뭐 사람들이 생각이 다를 수도 있지...'라고 넘기며 상대의 새로운 관점도 편견 없이 열린 마음으로 접근하려 하는 사람.

물론 현실에서 정말 만나기 힘든 보석같이 소중한 사람들이다.

나도 의식적으로 유연한 사고를 하기 위해 노력하고 열린 마음으로 이야기하려 하지만 저 아래 똬리를 틀고 앉아서 여차하면 튀어 오를 준비를 하고 있는 나만의 편견과 선입견들이 있기에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과의 대화에 늘 힘들어하고 그들 앞에 울타리를 쳐놓고 거리를 유지하려 한다.

가끔은 내 생각을 제대로 전할 적당한 단어나 문장이 떠오르지 않고 머릿속이 뒤죽박죽 뒤엉켜서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모를 때가 있는데 그럴 때는 천천히 글로 쓰면서 순서를 정하면  생각을 정리하는데 도움이 된다.


얼마 전 지인과 어떤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내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잘 정리가 안돼서 애를 먹었던

적이 있었다. 그 지인의 사고방식에 대해서 내가 느낀 점을 이야기하는 거라서 단어의 선택도 신중해야 했고

내 의견을 상대가 오해하지 않도록 전해야 했기에 입 밖으로 말을 내기 전에 머릿속에서 정리를 잘해야 했었다.

하지만 대화 도중 내 의도와 다르게 말을 받아들이면서 약간의 오해가 있었고 대화의 흐름이 산만해졌다.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잘 전달이 안 되니 내 생각을 좀 정리해서 다음 주에 다시 이야기하자고 했는데

본인에 대한 이야기이다 보니 예민했는지 무슨 이야기를 하다 마냐면서 펄펄 뛰는 바람에 그냥 어설프게 대화를 마무리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 좀 참았다가 글로 써서 전했으면 좀 더 확실하게 내 의사를 전달할 수 있지 않았을까? 아니면 사람의 생각을 바꾸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으니 짧은 글 아니라 책을 들이대도 의견을 좁히는 건 어려운 걸까? 모르겠다.

글보다는 서로 눈 마주 보며 이야기할 때 더 감정 전달이 잘 되는 경우도 있으니 사람마다 소통의 도구가

다르겠지... 역시 소통은 쉽지 않다.


이과 출신인 남편은 보통 사람들보다 말 주변이 많이 없고 경조사 카드에 글 한 줄 쓰는 것도 어려워할 만큼

글재주도 없는 사람이다. 자신을 표현하고 변호하는 게 서투르다 보니 부부싸움의 원인은 늘 이 불통과 대화의 부족 때문인 경우가 많았다.

오래전, 지금은 싸움의 원인도 잊어버린 어떤 문제로 냉전이 좀 오래간 적이 있었다.

그때 남편은 그 냉전을 빨리 끝내기 위해 자신의 생각을 전하고 싶었지만 말로 전하는 게 어렵다고

생각했던지 본인이 말로 하지 못했던 생각들과 사과를 담아 결혼하고 처음으로 장문의 편지를 써서 주었다.

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일 외에 대부분 서투른 남편은 그 편지를 직접 내게 전하는 게 쑥스러워 자신의

회사에서 보내는 것으로 하기 위해 우편으로 보내려 했는데, 보내는 사람 주소에 우리 집주소와 내 이름을,

받는 사람에 자기 회사 주소와 자기 이름으로 잘못 쓰는 바람에 며칠 후 그 편지는 회사에서 본인이 받아보게 되었다.  편지를 받은 후 자기 글씨도 못 알아본 남편은 내가 보낸 편지인 줄 알고 반갑게 뜯어보니...

자기가 보낸 편지 여서 너무 실망을 했다는 이야기를 나중에 듣고 정말... 한 동안 그 편지가 생각날 때마다

혼자 미친 여자처럼 웃었었다.

아무튼 그 우여곡절 끝에 받아본 편지로 남편의 표현 못했던 진심과 힘들었던 마음을 더 잘 이해가게 되고... 물론 그 후로도 다툼은 가끔 있었지만 되도록 냉전을 안 하고 대화로 풀어보려는 노력을 더 많이 하게 되었다.


몇 주 전 나의 글쓰기 모임에서 어떤 주제에 대해 글을 쓰기로 했는데 평소보다 나의 생각과 가치관이 더 많이 표현된 글을 쓰게 되었다.  평소에 내가 쓰던 글들은 내 생각이 일부 표현이 되긴 했지만 대부분 정보전달의 비중이 더 많았기에 글을 포스팅하는데 망설임이 없었지만 그 글을 포스팅하는 데는 잠시 주춤하게 되었다.

'나'를 보이는 게 조금 어렵다.

포스팅해도 될까? 남들이 어찌 생각할까? 누가 본다고...... 그래도 조금 두렵다.


말과 글이 소통의 한 방법이듯이 우리가 말을 하는 이유도 글을 쓰는 이유도 소통을 위해서 인데

소통하기 위해 쓴 글에 소통이 안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과 지레 겁먹음이 많이 생기는 건  아직 내가

여러모로 내공이 부족해서 일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문장의 마무리를 강하고 소신 있는 글귀를 사용하지

못하는 소심함 또한 이 글쓰기가 생업이 아닌 아마추어이기에 '그럴 수 있어'라고 스스로 위로해본다.

'나는 왜 글을 쓸까'를 생각하기 이전부터 '나는 왜 그림을 그릴까' 도 오래전부터 생각해온 화두이다.

어떤 대상을 보고 그려봐야지... 하고 생각이 들 때 내 머릿속에는 대충 생각하는 그림이 그려져 있지만 막상

끝낸 작품은 내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내 이야기를 잘 풀어내지 못한 것이다.

요즘 새로운 재료로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마음이 한결 편안하다. 이야기가 좀 더 잘 풀리는 느낌.

그림으로, 글로, 이야기로 사람들과 좀 더 많은 소통도 하고 싶고 내공도 더 키우고 싶고...

할 일이 참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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