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닮은 연인을 찾는 이유
당신이 숨기고 있는 것들 7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고, 들지 않는 사람이 있습니다. 중요한 사람, 중요하지 않은 사람, 매력이 있는 사람, 평범한 사람, 같이 있고 싶은 사람, 멀리 두고 싶은 사람…. 결혼하고 싶은 사람, 그래서는 안 될 것 같은 사람…. 나는 남을 내 기준으로 나누고 바라봅니다.
첫인상이 중요합니다. 사람에 대한 호불호가 이성적인 판단을 따를 것 같지만 실상은 다릅니다. 논리가 아닌 감정이, 현재가 아닌 과거가 지배합니다. 어머니와 사이가 좋았던 아들은 어머니를 떠올리는 여성을 좋아합니다. 아버지를 좋아했던 딸은 비슷한 분위기의 남성을 선택합니다.
쉽게 이해가 안 되지만 반대로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냉정한 어머니, 무뚝뚝한 아버지를 연상시키는 사람에게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끌립니다. 성장하면서 결손으로 여겼던 냉정한 어머니나 무뚝뚝한 아버지가, 따뜻하게 자상하게 변해 보상받고 싶은 마음을 되풀이하는 겁니다. 세월이 지나 이 마음이 보상심리였다는 것을 깨닫게 되어도 이미 늦었습니다. 무의식의 힘입니다.
누구나 불만족을 만족으로 바꾸고 잃어버린 것을 보상받으려 합니다. 끝없이 돈을 벌고 물건을 채우고 관계를 개선하고 자존감을 올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불만족도 삶의 일부임을 인정해야 합니다. 대리 만족의 핵심은 진정한 만족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연예인의 화려한 행보를 보고 따라하며 대리 만족을 느껴도 연예인이 된 것은 아닙니다. 대리 만족이라는 ‘설탕물’로 갈증을 달래면 더 심한 갈증이 기다립니다.
삶을 대리 만족으로 채울수록 참된 나를 찾을 길은 점점 멀어집니다. 과도한 대리 만족은 자신의 삶을 ‘대리운전’시키는 겁니다. 벗어나려면 자신이 왜 그러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불만족스러운 삶이라도 환상에 빠지지 말고 삶에 집중하며 꾸준히 노력하면 만족스러운 삶으로 가는 길이 열립니다.
정신분석을 받기를 원해 찾아오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 이유의 겉모습은 다양하지만, 간추리면 삶의 어려움이 한계를 넘었거나 삶이 의미를 잃었기 때문입니다. 분석 시작부터 어려운 점은 고치려고 왔지만 ‘정해진 팔자’여서 소용없을 것이라는 생각도 한다는 겁니다.
분석이 진행되면서, 삶의 어려움을 겪는 원인 중에 자신의 역할도 있다고 서서히 깨닫게 된다면? 제대로 되고 있는 것입니다. 부모나 다른 사람 탓을 하던 버릇에서 벗어나서 원망으로 기억하고 있는 과거를 새롭게 보게 된 것입니다. 깨달음의 과정은 힘들지만 결과는 달콤합니다.
무의식의 탓이라고 말하면 마음이 더 편안해지시나요? 중요한 건 어떤 일이든 그 선택에는 나의 역할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입니다. 나의 무의식을 들여다본다는 것은 바로 그런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상대방은 어떨까요? 상대방의 무의식에도 어떤 보상심리가 있을 것입니다. 부모에게도 자식을 통해 얻으려는 보상심리가 있을 것이고, 나를 선택한 연인에게도 보상심리가 있겠지요. 그것이 옳은 선택이었는지, 틀린 선택이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무의식의 작용을 이해하게 되면, 나와 남이 놓여있는 '판의 구조'가 눈에 보입니다.
새로운 판으로 옮겨갈 수 있을까요? 가능합니다. 새로운 판으로 옮겨갈 수도 있고, 지금 내가 놓여 있는 판을 새롭게 바꾸는 해석하는 일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남이 아닌 나에게 다시 집중하는 일입니다.
"가장 어두운 곳에 삶의 에너지가 숨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