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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YEON Aug 27. 2021

담배를 피우면 왜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까?

담배와 클래식과 생각의 삼각관계

새로운 생각이나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 저는 카페에 있는 넓은 책상에 앉아 깊게 고민합니다. 고민을 하다 보면 생각하고자 하는 주제에 대해 다양한 아이디어가 떠올라요. 그러고 그 내용을 정리하고 요약하고 메모하죠. 그리고 그 생각들은 보통 제가 책상에 앉아 고민했던 시간과 깊이가 비례합니다. 고민했던 시간만큼, 생각의 흐름과 깊이만큼, 고스란히 제 노트에 적혀있죠. 그리고 며칠 뒤 노트를 다시 들여다보면 그때 적힌 제 생각은 깊어 보이지 않았어요. 오히려 한없이 얕게 느껴졌습니다. 저는 도대체 왜 그런지 오랫동안 고민했어요.


보티첼리 봄(Primavera)

classic, 고전이 왜 대단한지에 대해서 살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고전은 수천 년이 지나도 여전히 아름답고 고귀하며 세대를 초월한 영감을 주고 있어요. 말 그대로 언제든지 다시 봐도 좋게 느껴진다는 것이죠. 위의 명화인 보티첼리의 프리마베라(Primavera)를 예시로 말한다면 단순히 비주얼적인 아름다움을 넘어 명화의 상징과 의미를 이야기하고 싶어요. 결혼을 축하하기 위한 그림이다. 민중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당시 민중적인 축제를 홍보하는 전략적인 수단이다. 등 다양한 해석이 있지만 그림이 전해주는 스토리를 본다면 등장인물인 비너스, 큐피드는 메디치와 나폴리 왕가의 결혼을 축복하는 소재로 사용되고 있어요. 그리고 비너스와 큐피드는 현대에도 많은 관심과 이야깃거리로 등장하는 사랑과 아름다움, 인연을 상징하죠. 프리마베라(Primavera)는 어느 시대에도 사랑받는 소재인 사랑과 인연, 그리고 시대를 초월한 미적인 아름다움 두 가지가 만나 명화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저는 생각도 같은 맥락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언제 어디서 보아도 좋은 생각은 결국 클래식에 가까운 생각이 아닐까. 그래서 저는 클래식에 가까운 아이디어는 어떻게 해야 나올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클래식이 언제 어디서 들어도 영감을 줄 수 있는 것이라면, 반대로 상황이나 시간, 장소 등 다양한 곳에서 아이디어를 떠올린다면 클래식에 가까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 도달하니 저는 문득 담배가 생각났어요. 더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리는데 왜 담배냐고 할 수 있어요. 담배를 피우기 위해서는 앉아있던 자리에서 일어나고 밖을 나가 담배와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여야 하죠. 그 과정에서 새로운 풍경과 소리를 듣게 됩니다. 즉, 단순히 카페에 앉아서 열심히 고민할 때 보다 담배를 피우면서 자연스럽게 환경에 변화를 주게 되고, 결국 두 가지 환경에서 아이디어 생각하게 되는 것이죠.


실제로 담배를 피우러 나갔을 때 새로운 생각과 아이디어가 많이 떠올랐습니다. 제 친구는 샤워할 때 좋은 아이디어가 나온다고 했어요. 이것도 마찬가지로 환경을 바꾼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결국 이렇게 해야 아이디어가 떠오른다는 정답은 없지만, 생각은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고 생각합니다. 프로이트는 사람은 무의식적 욕구나 충동을 의식하지 못하지만 이들은 끊임없이 밖으로 표출되고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힘이 있어 인간의 행동과 생각, 정서 등을 지배하고 결정하는 힘을 발휘한다고 정의했어요. 그렇다면 무의식에 영향을 주는 환경이 다양해지면 그만큼 다양한 생각이 떠오르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 막막할 때 한 자리에 앉아 고민하기보다 가끔 밖에 나가 생각해보는 것은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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