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LA, 샌프란시스코, 그리고 라스베가스까지
CES를 방문하는 김에 미국의 다른 도시들도 여행하는 분이 많으실 것 같은데, 미국은 땅덩어리가 워낙 큰 만큼 도시 간 이동 경로를 짜는 것도 중요하고, 각 도시에서 꼭 경험하고 싶은 것들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내년에 CES에 방문하실 분들이 여행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제가 방문한 도시들과 즐길거리를 간단하게 소개드리려고 합니다.
* 전체 여행 루트: 하와이(2박 3일) - LA(3박 4일) - 샌프란시스코(2박 3일)-라스베가스(6박 7일)
하와이안 항공을 이용하신다면 하와이 경유를 고려해 봐도 좋습니다. 하와이는 한국에서는 대략 8시간, LA 공항에서는 4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섬으로 연중 내내 온화한 날씨로 휴양지로 인기가 많은 섬입니다. 특히 1월은 한국이 겨울이라 그런지 따뜻한 하와이가 더 천국처럼 느껴졌는데요, 저는 하와이의 와이키키 해변에서 2박 3일 동안 머물며 온전한 휴식을 즐겼습니다.
와이키키 해변은 하와이 하면 바로 생각날 만큼 유명한 해변입니다. 상점가가 해변을 따라 늘어서 있고, 보 통 휴양지하면 떠올리는 동남아시아의 도시들과 달리 하와이는 세련된 부촌의 느낌이 강한 휴양지입니다. 첫날은 와이키키 해변 주위를 걸어 다니면서 하와이를 탐색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하와이에 온 만큼 하와 이 음식인 포케를 먹기로 했습니다. 와이키키에는 포케바(Poke Bar)라는 이름의 포케 체인이 여기저기 있는데, 처음 맛본 순간 반해버려서 하와이를 떠날 때까지 하루에 한 번은 포케를 먹었습니다. 이제 포케는 한국에서도 쉽게 맛볼 수 있는 음식이 되었지만 싱싱한 회와 특제 소스, 다양한 야채들이 만드는 오리지널 포케의 맛은 하와이에서만 느낄 수 있으니 하와이에 들른다면 꼭 포케를 맛보세요!
와이키키에서는 여기저기서 전통 공연이 열리곤 합니다. 우연히 들어간 아울렛 광장에서 불쇼를 하고 있어 감탄을 하며 구경한 기억이 나네요. 그러고 나서는 전통 춤 공연이 이어졌는데, 마지막에 관객이 함께 참여하는 부분이 있어 얼떨결에 무대에 나가 공연하시는 분들과 신나게 춤을 추고 돌아왔습니다.
호스텔에서 묵었기 때문에 전 세계에서 여행온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친구가 될 수 있었습니다. 제가 묵은 호스텔에는 6개월 간 태평양-중남미를 여행하려고 휴학한 호주 의대생, UC버클리에서 교환학생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하와이에 들른 덴마크 대학생들이 있어 저녁에 함께 하와이 야시장을 돌아다녔고, 다음날에는 함께 트레킹을 가기도 했습니다. 하와이는 해변도 아름답지만 트레킹 코스에서 대자연을 만끽하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이니 꼭 경험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별들의 도시 LA는 볼 것도, 즐길 것도 정말 많은 도시입니다. 3박 4일의 일정이 너무 짧게만 느껴졌던 곳인데 다음에 가면 최소한 하루는 더 있을 것 같습니다. 캘리포니아 답게 겨울인데도 햇살이 따사롭고 건조해서 낮이면 니트를 입은 사람과 나시를 입은 사람이 함께 돌아다니는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대신 밤이 되면 제법 쌀쌀해지니 얇은 긴팔을 챙기기를 추천합니다. 그리고 겨울의 캘리포니아는 5시 반만 되면 완전히 해가 져서 어두워지니 일찍 일어나서 부지런히 돌아다녀야 합니다.
우선 첫째 날에는 산타모니카 비치와 베니스 비치에 피크닉을 갔습니다. LA에 먼저 와 있던 친구들과 같은 한인민박에서 묵게 되어 LA에 머무는 동안 네 명이서 함께 다녔는데, LA는 체감 상 그렇게 안전하지 않고 관광지 간 거리가 제법 되기 때문에 한두 명이서 돌아다니는 것보다는 여러 명이서 우버를 함께 타 고 돌아다니는 것을 권장합니다. 산타모니카 비치에서는 운동을 하고 여유를 즐기는 현지인들과 관광객들을 동시에 볼 수 있습니다. 저와 친구들도 이곳에서는 분주히 돌아다니기보다는 풀밭에 앉아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나네요. 산타모니카 비치와 베니스 비치는 연결되어 있는데, 공예품을 파는 노점상들이 늘어서 있어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특히 해질녘에 산타모니카 비치에서 베니스 비치까지 자전거를 타고 달리면 아름다운 석양을 두 배로 즐길 수 있습니다.
다양한 어트랙션이 있는데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왔으면 1시간 정도 열차를 타고 영화 세트장 투어를 하는 유니버설 스튜디오 투어를 추천합니다. 영화에서 비가 내리는 장면을 어떻게 연출하는지 보여주는 세트장에서는 스프링클러에서 물이 뿌려지기 시작하더니 강이 범람하는 것까지 보여줘서 정말 신기했습니다. 또한,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어트랙션은 대부분 대기시간이 1시간 이상으로 매우 깁니다. 몇몇 인기 라이드에 대해서는 ‘싱글 라이더’라고 혼자 탑승하는 사람들을 위한 줄을 따로 운영하는데, 싱글 라이더를 이용하면 금방 입장할 수 있으니 어트랙션을 많이 즐기고 싶으신 분들은 싱글 라이더 이용을 적극 권장합니다. 두 번째 날에는 대망의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갔습니다. 디즈니월드와 유니버설 스튜디오 모두 입장권이 20만 원 정도라 고민하다가 할리우드가 있는 LA에 온 만큼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가기로 했습니다. 미니언즈 파크, 닌텐도 월드, 해리포터 스튜디오 등 영화 속에서만 보던 장면이 눈앞에 펼쳐진 것 같았는데, 퀄리 티가 정말 좋아서 입장료가 전혀 아깝지 않았습니다. 해리포터 덕후인 저는 호그와트 성에서 30분에 한 번씩 하는 미디어 쇼와 불꽃놀이를 볼 때 너무 행복했습니다.
세 번째 날에는 베벌리 힐즈와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 그리고 그리피스 천문대에 갔습니다. 베벌리 힐즈는 할리우드 배우들도 많이 산다는 명성답게 호화로운 고급 주택들과 명품샵이 즐비해있습니다. 베벌리 힐즈의 언덕 위에는 그레이스톤 맨션이라는 대저택이 있는데, 일반인도 정원에 자유롭게 입장할 수 있고 세련되게 잘 가꿔져 있어 사진을 찍기 좋습니다. 라라랜드에 나온 것으로 유명해진 그리피스 천문대는 높은 지대에 있어 LA의 야경을 볼 수 있습니다.
LA는 이처럼 볼 것이 넘치는 도시인데 일정 상 3박밖에 하지 못해 게티 뮤지엄, UCLA, LA 다운타운 등 보지 못한 관광 스팟이 넘쳐 아쉽습니다. 그만큼 LA 여행을 할 때는 일정을 넉넉하게 잡거나 정말 가고 싶은 곳들을 정리해서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샌프란시스코는 당시 위험하다는 말을 많이 들어 걱정을 했던 곳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인 안전 수칙들만 잘 지키니 생각보다 안전하기도 하고 풍경도 아름다워 가장 다시 가고 싶은 도시가 되었습니다. 우선 첫째 날에는 저녁 늦게 도착해서 다운타운의 호스텔에 짐을 풀고, 다음 날 있을 구글 엔지니어 선배님과의 만남을 준비했습니다. 제가 묵은 호스텔은 번화가인 유니온 스퀘어와 슬럼가인 텐더 로인의 경계에 있었는데, 우버 기사님도 텐더 로인 쪽으로는 발도 들이지 말라고 신신당부하셨습니다.
구글플렉스에서 선배님과 점심 식사를 한 후에는 이왕 실리콘밸리에 왔으니 쿠퍼티노에 있는 애플 본사도 방문해 보기로 했습니다. 지인이 있어 어느 정도 출입이 가능했던 구글 본사와 달리 애플은 방문자 센터만 방문 가능해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현대적인 절제미가 돋보이는 건물에서 애플 특유의 세련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실리콘밸리가 판교처럼 빅테크 기업이 모여있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가보니 각각 본사들은 저마다 멀리 떨어져 있었습니다. 실리콘밸리를 방문은 열의가 다시 불타오르는 계기가 됐는데, CES를 가는 김에 실리콘밸리를 방문할 계획이 있으시다면 지인에게 연락해서 건물 내부도 구경하고 실리콘밸리 엔지니어들의 생생한 모습을 봐야 건물만 보고 오는 데서 그치지 않고 더 많은 것들을 얻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실리콘밸리가 위치한 산호세는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에서 1시간 30분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저는 Caltrain이라는 샌프란시스코와 산호세를 잇는 열차를 타고 이동했습니다. 약속 시간보다 일찍 도착했기 때문에 팔로알토 역에서 내려 스탠퍼드 대학을 구경했습니다. 미국에서도 캠퍼스가 아름답기로 손에 꼽히는 스탠퍼드 대학은 초록빛 잔디밭과 야자수, 그리고 스페인풍의 건물이 정말 예뻤습니다. 이후 마운틴뷰에 위치한 구글 플렉스로 향했는데, 마운틴뷰는 구글 마을이라고 할 수 있을만큼 구글 건물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습니다.
다음 날에는 피셔맨스 와프에서 금문교를 건너 소살리토까지 자전거 라이딩을 했습니다. 소살리토는 이건희 회장도 별장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아름다운 휴양도시라고 해서 꼭 가보고 싶었습니다. 피셔맨스 와프에서 금문교로 향하는 길에는 Palace of Fine Art를 비롯해서 구경할 만한 스팟이 몇 군데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금문교는 명성에 걸맞게 정말 긴데, 바람이 아주 강하게 불어서 코너를 돌 때는 자전거가 뒤로 밀려나 비틀거릴 정도였습니다. 페리 출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제대로 둘러보지는 못했지만 소살리토는 색색깔의 집들로 아름다웠습니다. 페리를 타고 다시 피셔맨스 와프로 향했는데 페리에서 바라본 샌프란시스코의 잿빛 풍경은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열심히 자전거를 타고나서 먹은 캘리포니아 롤은 미국 여행에서 먹은 음식 중에 최고라고 할만큼 맛있었으니 캘리포니아에 계실 때 캘리포니아 롤을 한 번 맛보시기를 바랍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라스베가스로 향할 때는 비행기를 타고 이동했는데, 체크인 직전에 도착한 나머지 $25의 지각비를 내야 했습니다. 게다가 딱 1kg 초과되었을 뿐인데 $125를 내야 해서 억울한 기분까지 들었습니다. 사실 일찍 도착했더라면 친구 캐리어에 옮겨 담는 식으로 무게를 조정할 수 있었을텐데 너무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당장 $125를 내지 않으면 비행기를 놓치는 상황이라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러니 공항에 가실 때는 항상 여유롭게 도착하시기를 바랍니다.
라스베가스에는 CES 시작 2일 전인 6일에 도착했는데, 원래는 그랜드 캐니언 투어를 할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눈이 너무 많이 와서 그랜드 캐니언은 입장할 수 없다고 하여 투어를 취소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른 친구들이 그랜드 캐니언에서 찍은 사진을 보니 압도적인 자연의 웅장함을 느낄 수 있었는데, 그랜드 캐니언에 가실 분들은 날씨 요정이 함께하기를 빕니다. 그렇게 하루가 붕 뜨게 되어 노스 프리미엄 아울렛과 프리몬드 스트리트에 갔습니다. 라스베가스에는 노스 프리미엄 아울렛과 사우스 프리미엄 아울렛이 있는데, 노스 프리미엄 아울렛은 게스, 타미힐피거와 같이 캐주얼한 브랜드 위주이고 사우스 프리미엄 아울렛은 명품 위주로 구성되어있다고 합니다. 아울렛 내 매장 중에서도 Factory라고 불리는 창고형 매장들은 한국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예쁜 상품들을 건질 수 있으니 한 번 방문해 보세요.
프리몬드 스트리트는 라스베가스에 대형 자본이 들어와서 초호화 호텔을 짓기 전부터 형성된 라스베가스의 다운타운입니다. 하지만 카지노의 도시답게 프리몬드 스트리트에도 카지노가 즐비하고 대마초 냄새도 심하게 납니다. 프리몬드 스트리트는 LED 천정으로 덮여있는데, LG의 LED 디스플레이라고 합니다. 매일 저녁 6시에 전구쇼가 있고, 천정에는 슈퍼맨 포즈로 탈 수 있는 짚라인이 있습니다.
향락의 도시인 라스베가스라 호텔에서도 술과 담배에 찌든 채 슬롯머신 앞에 몇 시간이고 앉아있는 손님들을 많이 볼 수 있지만 CES 전날부터는 오는 손님들의 분위기가 확실히 달라집니다. CES가 워낙 크고 볼 것이 많은 행사인만큼, 저는 CES 기간에는 CES 관람에 집중했습니다. 미국 여행을 하다보면 식비와 교통비가 한국에 비해 정말 많이 든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는데 라스베가스에서는 모든 메뉴가 6달러인 Ocean One Bar & Grille이라는 레스토랑을 찾아 CES 기간동안 애용했습니다. 웨이터도 많고 음식도 맛있는데 어떻게 그 가격이 나오는지 아직도 미스터리입니다. 이번에 크게 화제가 되었던 스피어와 벨라지오 분수쇼도 볼만했습니다. 저는 오쇼를 보지 않았는데 본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인생에서 본 적이 없는 엄청난 쇼다, 신기하긴 한데 20만원을 쓴 건 아깝다라는 식으로 반응이 갈렸습니다. 라스베가스의 화려함에 압도되기도 했지만 모든 게 인위적이기도 하고 어딜가나 카지노밖에 없다는 느낌이 강해서 저는 CES에 집중하시는 것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