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의 힘.

나가는 글

by 김혜주 비올라

에니어그램은 참 신기합니다. 내 유형을 보면 ‘어머나 어쩜 이렇게 족집게 점쟁이처럼 나의 속마음을 정확하게 표현해 놨지? 나 정말 이런 생각 많이 했는데, 물론 지금도 많이 하지.’ 이런 느낌입니다. 정말 용한 무당집에 와서 내 속마음을 듣고 있는 느낌입니다.


그런데 에니어그램의 다른 유형을 보면 너무 어렵습니다. 마치 의학서적이나 법률책을 보는 느낌입니다. 물론 그 정도면 저에게는 양호하죠. 의학서적은 그나마 그림이라도 있고 법률책들은 반복해서 보다 보면 조금은 이해되는 말들도 있거든요. 저는 천문학이나 화학책을 보면 숨이 턱 막힙니다. 이쪽 분야는 정말 외계어 같아요. 에니어그램이 그랬어요. 그나마 가족이나 친구에게 있는 유형은 자꾸 읽다 보면 그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고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은 느낌이 조금 들었어요.


그러나 4번과 5번은 정말 천문학과 화학책 같은 느낌이었죠. 반복해서 읽어 보아도 무슨 뜻인지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머릿속에 이미지가 그려지지 않았지요.


그런데 그 유형의 그림책을 통해서 보니까 그 그림들이 전해주는 힘이 있습니다. 느낌이 있죠. 아 이런 마음이구나, 이 유형들은 이런 생각들을 하는구나. 정말 힘들겠다. 살아가는 게 참 힘겹겠다. 그렇게 그 유형에게 애정이 생기는 걸 느꼈어요.


모든 아이들이 각자 상처와 아픔이 있죠. 그 고통을 고스란히 가지고 어른이 됩니다. 그림책을 보면서 에니어그램을 공부하면 각 유형의 아이들이 가지는 느낌들이 강하게 전달됩니다. 도대체 아이의 마음이 이해되지 않을 때, 그림책을 보면 ‘아,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거구나. 그래서 이러는 거구나’ 조금 쉽게 이해가 됩니다.


무지함이 질병보다 더 심각하게 병을 악화시키죠. 아이의 성격을 이해하지 못하면 그냥 그 유형의 특성일 뿐인데, 자칫 아이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혹은 유형에 맞지 않는 넘치는 사랑 표현으로 아이에게 상처를 주게 되기도 합니다. 아이의 성격유형을 이해하기에 좋은 그림책을 천천히 그리고 자세하게 보면 아이의 존재 자체를 있는 그대로 마주하게 하는 기회가 됩니다. 또한 그 유형의 아이들과 함께 그림책을 보면, 그 그림책 자체가 아이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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