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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신저클레어 Sep 07. 2024

밝은 고객을 만나는 직업

그것도 중요한 잣대였음을

두 달 간격으로 가까이 거주하는 고등학교 후배 두 명을 만나고 있다.

나랑 한 살 차이밖에 나지 않는데 고등 때 만나서인지 꼬박꼬박 존대를 하니 더 언니 같다. 

얘네가 동안인 걸로 하자^^


 동네 학구열이 좀 세다.

아직 초등생을 키우는 후배는 중학생을 키우는 친구와 고등생을 키우는 나에게 물어볼 게 참 많다.

유경험자로서 생생한 체험을 들려주느라 우린 시간 가는 줄 모른다.


6월에 만난 이후 두 달간 참 많은 일이 있었다.

그중 제일 핫한 것은 우리 둘째의 알바 스토리다.


다른 친구들은 열심히 여름특강이라는 이름으로 학원에서 공부를 했으나, 우리 둘째는 용돈을 벌고자 알바를 했다.

비록 최저시급을 받아 원하던 에어팟은 사지 못했으나 올리브영에서 플렉스 하며 나름대로 보람을 느끼더라.

최저시급에 실망을 느꼈으리라 생각하고 열심히 공부하면 시간당 페이를 높일 수 있다고 얘기했으나 돌아오는 답은...


"엄마, 겨울 방학 때는 다른 학원들을 모두 빼고 알바를 해야겠어요.

그래야 총액이 늘어 에어팟이라도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 장승수 변호사의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 라는 말을 기대했으나 실패!


설상가상으로 채용해 주신 대표님이 우리 아이가 미용에 소질이 있다고 언급하시는 걸 얘가 듣고 말았다.

고2부터는 이 길을 진지하게 생각해 보겠단다.

(=ㅠ=);;;


이번 1학기 성적표는 정말 다양한 알파벳의 향연이었다는 실화와 더불어 공부할 시간에 알바를 하려한다는 나의 한탄에 후배들의 반응이 더 충격적이었다.





언니! 좋은 선택인 것 같아요, 난 적극 찬성!!

저랑 얘는 만나는 고객들이 다 억울하거나 아픈 사람들이잖아요.

그러고 보니 언니도...


그런데 미용처럼 기쁜 일이나 설레는 일을 앞두고 예쁘게 꾸미러 신나게 오는 사람들이 고객이라면 일상이 행복할 것 같아요!


얘들은 각각 의사와 변호사다.

이런 관점에서 직업을 바라본 적은 별로 없었는데, 신선하면서도 묘하게 설득력이 있었다.

나 역시 자폐스펙트럼 아이들을 만나는 입장에서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너무나 잘 이해가 되었다.


후배들은 '행복한 얼굴로 찾아와 설렘의 기대로 찬 고객들'을 만나는 것도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했다.

물론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 이루는 것도 행복이지만, 매일 만나는 고객이 나에게 긍정적이고 밝은 에너지를 주는 그런 직업을 갖는 것도 중요한 행복일 수 있겠구나!


그동안 아이가 손 놓은 수학과 과학을 채우려고만 했으나, 그 시간과 비용으로 오히려 알바 포함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직업이면 다각도로 행복을 느낄 수 있을지 미리 시뮬레이션해 보는 연습 말이다.


후배들 덕분에 그동안 전혀 생각지 못했던 관점으로 아이 상황을 바라볼 수 있었다.

그저 내 맘 편하고자 하는 합리화 과정이 아니길 바라며...


m.Claire.


Vika_Glitter@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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