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 인사)
잘 가라 나를 떠나가는 것들, 그것은 젊음 자유 사랑 같은 것들~
잘 가라 나를 지켜주던 것들, 그것은 열정 방황 순수 같은 것들~
그렇게 믿고 다치더라도 나는 또 누굴 믿게 되겠지~
그렇게 아픈 사랑이 끝나도 나는 또 누굴 사랑하겠지~
그러니 잘 가라 인사 같은 건 해야겠지, 무섭고 또 아파도~
최백호 가수가 부르는 '나를 떠나가는 것들' 속 노랫말이 비처럼 가슴을 적십니다.
3년 전 이맘때,
많은 걸 내려놓고 남도로 내려왔습니다. 세월의 흔적 가득한 관사에서 자발적 유배가 시작되었습니다. 마음을 다치면 마음이 닫힌다고 했던가요? 문을 열고 많은 분들과 소통하지 못했습니다, 미안했습니다. 관사 창문을 열면 언제나 늠름한 메타세쿼이아가 서 있었고, 그 풍경은 아름다운 위로가 되었습니다, 저와 아내에게. 남도의 아름다운 풍경만큼이나 친절하고 좋은 분들 덕분에 조금씩 마음에 근육이 붙었고, 몸도 마음도 차츰 탄탄해졌습니다. 아내도 몰라보게 건강해졌습니다. 제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헤어짐을 이별이라 하고, 제 힘으로 힘껏 갈라서는 헤어짐을 작별이라 했던가요? 저의 경우는 이별보다 작별 쪽에 가까울 것입니다. 재회를 기약하진 못하지만, 여기서 풍경이 되어 준 많은 사람들과 아름다운 풍경들을 기억하려는 결심이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정말 고마웠습니다.
저는,
제가 떠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건 틀린 생각이었습니다. 32년 동안 나를 지켜주던 것들이 나를 떠나가는 거였습니다. '공직'이라는 울타리가 한 번에 사라지고 '관사'라는 보호막이 제거되었습니다. 전자공무원증을 폐기하라는 메시지가 뜨고, 정부메일은 차단되었습니다. 불과 하루 만에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은행에서는 '공무원'이어서 가능했던 대출금이니 조속히 상환하라는 전화가 왔습니다. 그렇게 정신없는 작별이 완성되었습니다. 작별 인사 속에는 새로운 만남의 씨앗을 심는다고 했습니다. 떠나야 오는 것이고, 헤어져야 만나는 거겠지요. 그 사실을 알기에 나를 떠나가는 것들을 흔쾌히 보내 주었습니다. 이제는 만남에 집중해야 하니까요. '만남'은 '맛남'이라고도 합니다. 이제 새로운 울타리 안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익어가면서, 오랜 '만남'을 완성하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