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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품여자 Jun 16. 2021

3. 그리스 산토리니(2)

3-8. 화산섬 트레킹과 이아마을


아침에 일어나니 날씨가 참 좋다. 기분 좋은 봄날. 예쁜 햇살이 보고 싶어 숙소 문을 열고 나오니 하늘이 더없이 푸르다. 한편에 마련된 간이 테이블 의자에 앉아 따뜻한 햇살과 살랑거리는 바람을 맞고 있으니 행복이 마음에 가득하다. 게다가 오늘은 조금 생소한 화산섬 트레킹을 한다고 하니 약간 들뜨기도 했다. 숙소엔 조식이 없었으나 간식이 제공되었다. 스테라 빵, 커피, 주스, 차 등이었는데 뭐라도 먹어야 할 것 같아 리셉션 한쪽에 간식이 마련된 곳으로 갔다. 접시에 빵을 담고, 차도 준비해서 테이블에 앉아 먹는데  정말 맛있다. 그래서 양껏 먹었다. 


오전 11시부터 3시간 동안 진행되는 트레킹을 위해 선크림이며 모자, 물, 선글라스까지 준비하고 구항구로 향했다. 피라마을에서 절벽 아래로 내려가면 구항구가 있는데 그곳으로 가는 방법은 케이블카, 동키(당나귀), 걷기가 있었다. 나는 아침부터 체력을 비축하기 위해 효율적인 케이블카를 선택했다. 동키는 시간도 좀 걸릴뿐더러 그 가파른 절벽을 오르내리는 것이 안돼 보여 도저히 탈 자신이 없었다.



케이블카를 타고 구항구로 내려가는 전경을 보고 있으니 더욱더 가슴이 쿵쾅거린다. 점점 신이나기 시작했다. 바다에서 바라보는 산토리니 섬의 모습은 어떨지 기대되기도 했다. 혼자서 룰루랄라 콧노래를 마음속으로 부르며 항구에 도착했다. 조금 기다리니 나를 비롯한 투어 참가자들을 실어나를 배가 도착했고, 화산섬으로 출발했다.



화산섬에서 바라보는 산토리니 섬과 그 위에 펼쳐져있는 피라마을의 모습은 뭔가 위태위태하지만 멋스럽고 시원해 보였다. 우리는 가이드를 따라 천천히 화산섬을 걷기 시작했다. 가이드는 젊은 여자분이셨는데 쉬운 영어로 천천히 말씀하시며 시종일관 밝게 웃어줘서 투어 내내 편안하고 즐거웠다. 검은돌과 검은흙이 곳곳에 펼쳐져있는 화산섬은 이곳이 과거에 화산 폭발로 만들어졌음을 증명해주었고, 완만한 언덕 사이로 길이 나있어 걷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사실 바다를 바라보며 섬을 한 바퀴 산책하는 게 이 트레킹의 목적인 것 같았다. 


다시 배로 돌아와 이번에는 바다 온천수가 있는 곳으로 갔다. 투어 안내문에는 바다수영을 하실 분은 미리 수영복을 입고 와달라고 했는데 난 수영을 할 줄 몰라 배에서 쉬기로 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수영을 할까 싶었는데 배에 탄 사람 반 이상이 바다로 풍덩 들어가 온천수 수영을 맘껏 즐겼다. 영어에 이어 수영을 배우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아쉬운 시간이었다.



트레킹이 끝난 후 는 점심. 뭘 먹을까 고민하면서 식당 앞에 놓인 메뉴판을 자세히 보며 다니는데 뭔가 그리스 향이 물씬 풍기는 음식이 있어 먹어보기로 했다. 그릴에 구운 오징어 요리. 비주얼은 생각한대로였지만 맛은 일품이었다. 부드럽고 간이 적당해서 내 입맛에 딱이었다. 배고팠던 난 순식간에 먹어버렸다. 이렇게 매번 색다른 음식을 먹어보는 것도 여행이 주는 큰 선물임을 또다시 느꼈다. 여럿이서 왔다면 다른 메뉴도 여러 개 시키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함이 매우 아쉬웠다.



늦은 오후에는 이아마을 나들이를 가서 일몰을 보고 오기로 했다. 숙소 근처에서 버스를 타고 이아마을에 내렸다. 마을 입구로 들어가니 사람들이 북적인다. 그리고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가게들이 골목골목마다 가득다. 바다 쪽으로 눈을 돌리니 파란 지붕의 건물들이 몇 개 보인다. 내 나이 또래에겐 익숙한 음료 CF의 어느 한 장면과 CM송이 그림같이 스쳐 지나간다. 참 예쁘고 또 예뻤다.



일몰 시간까지는 여유가 있어 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카페에 갔다. 메뉴는 당연히 나의 최애 메뉴인 꿀요거트. 한입 떠먹는 순간 행복한 전율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전해진다. 특히 이 집 요거트는 그간 먹었던 곳보다 훨씬 더 맛있다. 배경이 좋아서 그런 걸까? 이러나저러나 오후의 강렬한 햇빛을 잠깐 피하고 피곤을 살짝 풀기에도 좋은 시간이었다.


카페에서 충분한 휴식 시간을 보낸 후, 산토리니의 일몰 포인트인 굴라스 성채로 향했다. 이아마을에서 보는 일몰은 또 어떨까? 어제 피라마을에서 느꼈던 로맨틱함을 이곳에서도 경험할 수 있을까? 기대감을 가득 안고 구불구불 골목길을 지나 굴라스 성채 근처로 가니 기가 막힌 바다의 모습이 보인다.



탁 트인 바다를 보니 마음이 상쾌해졌다. 청량함이 느껴지는 흰색 건물과 조화를 이루는 하늘과 바다는 언제나 그렇듯 최고의 그림을 만들어냈다. 햇살을 담고 있는 바다는 어찌나 반짝반짝 빛나던지... 이 순간에 이곳에 있을 수 있어 또 감사했다.



해가 조금씩 지기 시작할 무렵 나도 굴라스 성채로 가서 한편에 자리잡았다. 어디로 눈을 돌려도 온통 아름다움 뿐이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함께 하는 사람들도 아름다워 보였다. 황홀하다는 표현이 딱 맞다. 



태양이 점점 시야에서 없어질수록 로맨틱 산토리니가 빛이 난다. 사랑하는 사람과 바다 위에서 춤이라도 춰야 할 것만 같다. 배경음악은 틀어져 있진 않지만 음악이 들리고 있다. 바다 위 요트는 로맨틱 바다의 훌륭한 조연이 된 것 같았다. 곳곳에서 사랑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말하고 싶지 않아도 저절로 I love you가 나올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라마을의 로맨틱함보다 조금 더 아름다운 일몰의 로맨틱함이 펼쳐지고 있었다.


'신혼여행은 산토리니로 와야겠는데? 숙소는 좀 럭셔리하게 이아마을 전망 좋은 호텔로 잡고, 요트를 빌려서 바다 위에서 일몰을 보면 좋겠어. 일몰 후에는 레스토랑에서 우아하게 저녁을 먹는 거야. 아... 생각만 해도 행복해.'


혼자서 잔뜩 감동받은 표정으로 그렇게 그곳에 한동안 머물러 있었다. 마치 이 시간이 꿈인 것처럼...



숙소로 돌아가는 길. 잠시 동화 속에 파묻혔다 나온듯한 낌이다. 오늘도 여전히 외롭지만 일단 신혼여행은 결혼 결심부터하고 그때 가서 생각하자며 마음을 다독인다. 밤이 되니 트레킹의 여파인지 피곤이 몰려온다. 얼른 가서 자야겠다.(이후 신혼여행은 하와이로 갔고, 결국 산토리니는 나 혼자만 외로이 즐겼던 로맨틱 섬으로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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