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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수정 Aug 07. 2023

아침 차려주는 남편

가족이 행복한 육아 

언젠가 연애 시절, 결혼에 대한 로망이 있냐고 물었을 때 남편은 두가지를 이야기했었다.

"아침밥을 차려주는 아내", "부모님의 제사를 언젠가 물려받아줄 수 있는 아내" 

나는 두가지를 해줄 수 없을 것 같다고 이야기하며 크게 싸웠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우리는 결혼을 했고, 아이가 두명이 생겼다. 보통 싱글일 때 결혼에 대한 가치관이 잘 맞아서 결혼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생각보다 가치관이 잘 맞지 않는 두사람이 결혼하는 경우도 꽤 있다. 우리처럼. 사랑으로 극복하는 경우도 있고, 결혼하고 나니 말과 행동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고. 

27개월 첫째 남자 아기와 5개월 둘째 여자 아기를 양육하면서 남편이 아침을 차리기 시작했다.

 내가 모유수유를 하기때문에 새벽에 2,3번 깨는 일이 잦다보니 첫째와 나의 아침을 남편이 차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모유수유를 하게 되면 호르몬 변화가 극심하여, 특히 아이가 젖을 빨 때 엄마의 우울 호르몬이 많이 분비된다. 즉, 감정 조절이 어려워진다는 의미이다.  또한 수분이 많이 빠져나가므로 극심한 목마름과 허기가 찾아온다. 남편은 어쩌면 가정의 평화를 위해, 자신에게 쏟아지는 아내의 감정 분출을 막기 위해  아침을 차리는 선택했을지도 모른다. 

남편의 아침 메뉴는 보통 계란 말이, 계란 찜, 계란 후라이를 기본으로, 감자탕, 미역국, 소고기뭇국 반찬으로는 시금치나물, 감자볶음 등이다. 모두 간단하면서도 한국인의 밥상에 빠질 수 없는 기본 상차림 메뉴이다. 특히 비타민 B가 많이 함유되어 있어 모유수유를 위해서도 아주 좋은 구성이다.

남편이 요리를 좋아해서일수도 있지만, 이 메뉴는 모두 요리 시간이 30분 내외이다. 남편은 아침요리 30분을 투자해서 그날 하루 24시간 남은 가족들의 일상을 작게나마 행복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게 길을 터준다. 

투자대비 고효율이다. 

안타깝게도 남편은 아침을 먹지 않고 출근을 한다. 생리적인 문제로 인해서, 아침 출근길이 늦어질까봐 자신의 일상 루틴을 위해서 아침을 거르는데, 그래도 자신이 차려 놓은 아침을 첫째와 내가 맛있게 먹으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하니, 아쉽지만 함께 하는 아침식사는 포기하기로 했다. 


아침을 차려주는 사람은 사실, 우리 부모님이었다. 부모님에게서 받은 사랑은 보통 차려준 음식들로 기억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나도 부모가 되니 아이들의 아침 식사를 중요시하는 사람으로 바뀌게 되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학교에서 점심을 먹긴 하지만, 아이들이 얼마나 먹겠냐는 걱정에 아침은 늘 든든하게 먹여야 한다는 생각이 어느새 자리잡게 되었다. 


그래서 늘 아침엔 생선 한마리라도, 고기 한덩어리라도 따뜻한 국물이라도 아이들에게 먹여야 마음의 안심이 되는 부모가 된 것이다. 남편도 어머님이 늘 아침을 정성스럽게 차려주셨던 경험, 어머님이 싸준 점심 도시락을 보며 친구들의 부러움을 샀던 경험들때문인지 아이들의 식사 메뉴에는 늘 진심이다. 

그런 부분에서 우리 부부는 마음이 통한다. 


사랑 받은 경험은 한 사람의 인생을 충만하게 하는 것을 넘어서 대를 이어 사랑을 내린다. 혹은 그 주변의 베풂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남편이 차린 아침을 먹으며 나도 남편에게 아침밥을 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도 했다. 둘째 아이가 좀 크고 나니, 두 아이 모두 유아식으로 아침을 먹게 되었다. 

이제는 누가 할 것 없이, 그 날 아침 좀 덜 피곤한 사람. 일찍 일어난 사람이 아이들 아침을 챙겨주기 위해 부엌에 선다. 


누군가의 아침, 점심, 저녁 메뉴가 궁금하고 밥을 함께 먹고 싶은 사람. 그런 사람을 만났다는 것이 

어쩌면 일상의 행복이 아니겠는가. 



두 사람이 마주 앉아 

밥을 먹는다


흔하디 흔한 것

동시에 최고의 것


가로되 사랑이더라


고은 <순간의 꽃>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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