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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수정 Jan 25. 2024

부부육아_집에서 산후 조리하기 (1)

이렇게 편하다고? 

산후조리원에 가지 않기로 결정한 이유는 첫번째로 경제적인 이유였다. 집 근처 산후조리원은 2주에 150만원, 거기다 산후 마사지비용은 별도 10회에 100만원 정도를 추가로 결제해야 했다. 2주 동안 250~300여 만원의 비용을 아기와 내가 자발적으로 갇혀 지내야한다는 사실이 내게는 매력적인 제안이 아니었다. 두번째로 가능했던 이유는 요리를 좋아하는 남편이 10일 동안 출산휴가를 쓸 수 있었던 덕이었다. 남편은 산후조리에 대한 간략한 정보를 출산대백과를 통해 학습한 후 내게 필요한 아침, 점심, 저녁 메뉴 등을 고민할 수 있을 정도의 숙력된 요리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주 메뉴는 아주 일상적인 가정식 백반이었지만 그래도 아기를 돌보면서 집안 살림과 식사까지 우리 두 명이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은 해보기 전까지 늘 가지고 있었다. 


실제로 나는 첫째와 둘째 모두 산후조리원을 가지 않고 집에서 바로 육아를 스타트했었고 결과적으로 매우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만족스러웠던 이유는 내가 우려하고 준비했던 이유들과 달리 아기와 엄마가 너무 편안하고 즐거웠던 경험때문이었다. 아이가 처음 눈을 떠 바라보는 것이 자신의 침대이고, 자기의 방이고 앞으로 살아갈 엄마, 아빠와의 집이란 사실을 깨닫고 적응하는 것을 천천히 바라보는 것은 꽤 신기하고 내게도 엄마가 될 준비를 마음 편히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병원에서 실제로 집에 오기까지는 3일이 걸렸다. 아이가 태어나고, 엄마와 아이의 건강을 체크하는 검사들을 시행한 후 2박 3일 만에 퇴원 수속을 밟을 수 있었다. 대부분의 산모는 병원과 연계된 산후조리으로 드라이브쓰루하듯 들어가는데 퇴원하는 나를 적잖이 낯설게, 이상하게 바라보는 병원 관계자들이 많았다. 집으로 가신다고요? 하며 되묻는 일도 다반사였다. 그러면 나는 당당히 네! 하고 말하다가도, 그들의 걱정어린 말과 측은한 시선에 불안감이 살짝 올라오기도 했다. 열심히 산후조리에 관련된 책을 탐독하고 있던 남편만이 유일한 나의 지지자였달까. 


아이와 실제로 집에 돌아가는 방법은 굉장히 심플했다. 아이가 병원에서 나오기 전, 간호사가 당부 사항을 말해주는데, 나는 모유수유를 하기 때문에 초기에 아기는 황달이 자연적으로 오기 때문에 이를 잘 관찰해야한다고 했다. 요 시기는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황달이 자연스럽게 왔다가 지나가는 시기라고, 의사 샘이 설명해줘서 그렇게 많이 걱정이 들진 않았다. 

특히 모유수유는 황달이 잘 오기 때문에, 황달 수치가 1~2주 사이에 6~12로 올라갔다가 자연스럽게 내려가야 하는데, 이 때 수치가 내려가지 않으면 황달을 낮춰주는 빛을 쏴주는 인큐베이터에 하루만 치료가 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치료 시기를 놓치면 없어질 황달수치가 떨어지는데 오래걸리기 때문에 위험할 수 있다고 한다. 급하면 황달을 치료할 수 있는 인큐베이터가 있는 병원을 미리 찾아 놓는 것도 방법이다. 


또 중요한 것은 빛인데 형광등 아래에 아기를 놓고 보면 확인이 어렵기 때문에, 자연 빛, 햇빛에서 아이를 하루에 한번 보며 1~2주간 노란빛이 두드러지지 않으면 황달이 자연스럽게 왔다가 지나간거라고 했다. 화실히 갓난아기의 얼굴 빛이 노란가? 아닌가?를 판단하는 것은 어려웠다. 하지만 엄마는 위대하다. 정말.  조금만 얼굴이 노래져도 금방 알아챘다. 나도 내가 참 신기했다. 그만큼 새로운 생명체를 탐구하는 것은 신기한 일의 연속이었달까. 실제로 우리 첫째는 황달이 왔지만, 병원에서 바늘을 찔러 피검사를 통해 확인한 결과 수치가 높지 않아서 집으로 돌아가 자연스럽게 없어졌고, 둘째는 황달 수치가 높은데 잘 떨어지지 않아서 다시 병원에 하루 입원해서 황달치료를 받았었다. 사실 이때 부터랄까, 아이의 건강을 챙기는 부모 연습 시작이었던 것 같다. 


기저귀 가는 법이라든지, 목욕시키는 방법은 유투브를 통해서 찾아볼 수 있었는데... 다만 아이의 하루 일과가 어떻게 시작되고 끝나는지에 대한 것은 찾기가 어려웠다. 한국의 대부분의 아기들은 산후조리원을 가기 때문에 태어나고 3주 내의 아기의 패턴에 대한 리뷰는 정말 찾기 어려웠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하지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는데, 내게는 정말 중요한 조력자가 있어 덕분에 아이의 패턴을 잘 맞출 수 있었다. 보건소에서 실시하는 첫아기마중사업을 신청했는데, 이는 산전, 산후 아기와 엄마의 건강상태를 체크해 주는 간호사님이 직접 집에 방문해주는 서비스다. 아기 낳기 전에도 와주시고, 아기 낳고 나서도 1~2주 사이 마다 방문하여 아기의 건강과 발달 상태를 점검해주신다. 직접 키와 몸무게도 재주시고, 모유를 잘 먹는지 어려움은 없는지에 대한 상담도 직접 해주셨기 때문에 내게는 정말 보건소 간호사 선생님이 든든한 조력자였다. 


태어난 뒤 3일 차, 아기는 처음으로 우리가 준비해 둔 아기 침대에 누워 잠이 들었다. 그리고 계속 잠을 잤다. 엄마 뱃속에서 나와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  실제로 태어난 지 2주 내의 아기는 3시간 마다 우유를 먹고 계속 잠을 잔다. 정말 잘 잔다. 집에서 산후조리를 하면 전쟁터가 될 것 이란 우리의 우려와는 달리 아기는 계속 자고, 3시간 마다 깨면 젖을 20~30분간 주고, 아기는 다시 잠들고. 그야말로 남편과 나는 출산 방학을 맞이했다. 자는 아기를 바라보며 행복한 기분을 느꼈고, 남편과는 맛있는 거 해먹고, 영화도 보며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원래 이런건가? 뭐지? 왜이렇게 편하지? 우리도 의아했고, 아기를 보러 방문한 가족들도 평안한 우리 집의 일상을 보며 깜짝 놀랐다. 


보건소 간호사 선생님의 이야기에 따르면, 원래 아기가 2주까지는 굉장히 잘 지내다가 3주차에 원더웍스가 와서 별안간 마구 울거나 잠 패턴도 없어지는 때라고 했다. 원더웍스는 성장기 아기가 잘 지내던 패턴과는 다른 일상이 나타나는데, 이 시기가 지나면 다시 패턴이 만들어진다. 그래서 보통의 아기들이 3주 차에 집에 오는데...부모들은 아이들을 집에서 이 때 처음 마주하니, 아이들이 마구 울고 패턴이 없는 일상을 바로 보게되니 더욱 당황하고 힘들게 되는 것이라고.  이 이야기를 들으니 산후조리원이 굉장히 똑똑한 경영을 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정말 편안한 시기의 아기들을 조리원에서 마주하니 말이다. 아기가 조리원에서 집에 오면 3주차 원더웍스 시기이니... 보채고 울고 잠 패턴도 없는데, 처음 아기를 집으로 데려온 엄마들은 산후조리원 없었음 어쩔 뻔 했을까 하고 돈을 쓴 것에 감사함을 느끼지 않을까...? 라는 개인적인 생각이 든다. 

원더웍스 기간은 평균적으로 아이들마다 비슷하게 다가오니, 이 시기를 미리 공부해 놓는 것도 아기의 발달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 


황달을 잘 넘겼던 우리에게 또 중요한 것은 아기의 기저귀를 매일 들여다 보는 것이었다. 모유수유를 하니 아기가 얼만큼 젖을 먹고 있는지 수치를 알지 못했다. 1주일마다 아기가 몇 그램씩 늘고 있는지 체크하는 방법도 있지만, 제일 정확한 건 기저귀였다.  기저귀의 갯수와 똥의 횟수를 통해 아기가 잘 먹고 크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모유수유를 할 때 시간을 체크하는 것에 집중하지만, 아기가 잘 먹지 않거나 길게 먹지 않는 경우가 자주 있어 참 어려웠다. 기저귀를 체크하면 아기의 건강상태를 대번 알 수 있어 좋았다. 보통 한달 동안 8~9번의 기저귀를 매일 가는 게 이상적이고, 똥도 4~5회 정도 나왔다. 나는 100% 모유만 먹었기 때문에 횟수가 많았다.  잘 먹으면 쉬도 많이 하고 똥도 잘 나오게 되는 원리랄까.  쉬를 적게 하면 수분이 모자란 것이고, 똥을 지린다면 모유의 후유, 즉 뒤에 나오는 하얀 지방을 덜 섭취하고 있는 상태니 그에 맞게 모유 시간도 조절해주었다. 내가 먹는 것도 아기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기에 조절해야했다. 너무 신 음식을 먹으면 모유가 맛이 없어 귤이나 레몬 같은 과일은 거의 먹지 못했다. 우리 아기는 된장을 먹고 젖을 주면 자꾸 밤에 깨서... 된장국도 도 모유 먹이는 동안은 잘 먹지 못했던 것 같다. 이런 제한들이 불편하다기 보다는 내게는 아이와 나의 연결된 일상이 더욱 자연스럽고 밀착할 수 있는 시간이 되어 즐거웠다. 


집에서 산후조리를 하면 더욱 신경쓸 것이 많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지만, 실제로는 정 반대였다. 아기가 매일 우유를 먹고 잠이 드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내게는 큰 즐거움이었고, 남편이 나와 함께 새로운 일상을 지지해주는 것에 더욱 힘이 났던 시기였다.  2주 동안 정말 아기는 잠만 잤고, 3주 차에 남편도 회사로 떠나고 아기의 패턴이 망가졌지만, 그래도 나와 아기는 집이란 공간에서 잘 적응해 나갈 것이란 생각에 힘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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