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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y Soon Jul 16. 2024

#49. 영어 스터디 서른 번째 모임 후기

: Push limits to discover potential.

❚새로운 분기를 힘차게 시작


Only those who will risk going too far can possibly find out how far one can go.     

-T.S.Eliot-


매 모임을 하면서 나는 나의 기록을 갱신하고 있는 중이다. 나태하고 회의적인 마음을 뒤로하고 구지 계속 가던 길을 가는 그 수고스러움을 견디는 이유는 그러지 않고 그저 머리로 내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 지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

나의 시간은 유한하다.

내가 품을 목표는 그리 대단하지도 않다.

나는 그저 오늘의 경험을 열심히 하려 한다.

내가 오늘, 그리고 내일,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해보며 내가 느끼고 배우는 그 경험이 소중하다.     

새로운 분기를 맞이하여 멤버도 대폭 바뀌었다.

그분들의 스터디 참여의 동기, 바라보는 삶의 방향은 참 흥미롭다.


오늘은 최근 함께 하시고 계시는 한 분이 복숭아 농사를 지으시는 지인으로부터 받았다며 복숭아를 세 바구니나 들고 오셨다. 스터디를 끝내고 나가시면서 각자 가져가시라고 봉지에 일일이 담아 놓으셨다. 비오는 토요일 오전 복숭아를 그렇게 들고 오시는 일은 참 귀찮았을 지도 모른다. 어쩌면 구지 내가 왜?라며 냈던 마음을 다시 집어 넣을 수도 있으셨다. 하지만 그 분은 그렇게 마음을 내어 주셨다. 2년째 스터디를 운영하는 나의 마음을 그 분은 참 잘 헤아려주셨다. 너무 감사한 일이다.


❚평생 좋은 인연을 만나며 살 수 있는 법

지난 주일 예배에서 목사님의 말씀이다.


  “평생 좋은 인연을 만나며 살 수 있는 방법이 뭔지 아세요?”

 “돈이 안되는 일을 하면 됩니다.”

 "돈이 되는 일은 좋은 사람, 나쁜 사람 어쩌면 나쁜 사람이 더 많이 덤빌테니 돈이 안되는 일을 하면 좋은 사람들만 모이게 됩니다."  


순간 나의 스터디 모임 멤버들의 얼굴이 생각이 났다. 주말 스터디 운영은 애초에 돈을 위해 시작한 게 아니니 돈이 될 리 없다. 돈이 되는 일이 아니라 정말 좋은 사람들만 모이게 되는 것 같다.     


❚스터디 운영에 대한 고민

서른 번째의 모임을 하며 더군다나 새로운 멤버들이 대부분이 이번 분기를 시작하며 다시 마음 속 스터디 운영에 대한 고민이 있다.      


- 영어 원서 낭독의 템포, 방식

- 짧은 시간에 서로 나누는 스몰 토크는 어느 선에서 멈춤을 해야 할지

- 영어 영상은 늘 뒷전이 되는 이 느낌

- 4가지 스킬을 키우기 위해 영어 영상을 잘 활용하고 싶은 데 뜻 대로 되지 않는다

- 수준이 다양한 분들, 배움에 대한 갈망 역시 다양하다,

- 멤버들이 다들 시작 전에 미리 와 계시는 데 비해 정작 운영자인 내가 그러지 못하고 있다.

사춘기 아들의 변덕스러운 일정에 최대한 서포트를 해주고 싶은 엄마로서 주말 오전에 아들의 라이드 부탁을 거절할 수 없어 이번에도 결국 스터디 시간에 늦었다.           


이런 고민들을 멤버들과 스터디 끝자락에 살짝 나누며 일단 아래처럼 해보기로 했다.

- 일단 낭독하는 페이수 분량을 몇 페이지로 미리 정하기

- 영어 영상은 반드시 20분을 확보하기

- 개인적으로 영어 영상을 활용해서 Shadowing이나 발음, 억양 등 음성적 부분을 코칭하기


끝으로 스터디 시작보다 조금 일찍 오기 힘든 나의 상황에 대해 양해를 부탁했다.  

   

❚모임을 계속하는 이유

모순되게 들리지만 사실 스터디 모임 시작하면서 스터디를 하는 이유가 내 마음에 선명하고 분명하게 있었던게 아니다. 사실 스터디를 매번 하면서 새록새록 스터디의 매력을 발견하고  하면 좋은 이유가 조금씩 발견되는 식이다.       


요즘들어 드는 이유는 이렇다.

첫째 이유는 그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게 참 신선하다. 중학교 교사인 내가 외부인을 만날 기회는 거의 없다. 하지만 이렇게 스터디를 함으로써 완전히 다른 직업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다.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라 삶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롭다. 나의 삶도 그들의 삶도 다 나그네로서의 삶이긴 하지만 서로 각자의 색깔로 살아온 그 모습을 나누는 게 참 재미있다.      

 

둘째 이유는 나의 모습을 관찰하고 있는 아들 때문에서라도 스터디 모임을 계속하고 싶다.

비록 중학교 교사가 대단한 직업이거나 사회적으로 엄청난 존경이나 부러움을 받는 직업은 아니지만, 엄마는 사회인으로서 그리고 한 개인으로서 온전한 삶을 살가가는 모습을 아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대학생이 된 딸과는 달리 사춘기에 접어든 아들은 무심한 듯 하지만 면밀히 내가 무얼 하고 사는 지가 관찰 중이다. 어른들은 어떤 삶을 사는 지 아들에게는 초미의 관심사다. 어른이 아직 되지 못한 아들은 어른의 세계를 무척 궁금해 하고 있는 중이다.       


내가 거실 책상에 앉아 브런치나 블로그에 글을 쓰거나 책을 출간하기 위해 원고를 쓰거나 스터디 준비를 위해 영어 소설책을 읽으면 아들은 쓰윽 옆으로 와서 한마디 한다. “엄마는 참 쉬운 일 하네.” 그런다. 영어 만큼은 자신있는 아들에게 나의 일은 그저 식은 죽 먹기처럼 보일 법도 하다. “하지만 늘 니가 보는 이 일이 엄마가 하는 일의 다는 아니야. 엄마도 처음부터 영어를 좋아하고 잘 하진 않았어. 역량을 키우려고 무지 애썼어~.” “아, 네~ 네~” 사춘기 아들은 어김없이 그렇게 댓구한다.


사실 지금 이렇게 스터디를 계속 운영하는 것도 할 수 있는 일, 하고 싶은 일, 그리고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일을 많게 하기 위한 나의 몸부림이다.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 일.

하고 싶었고 당장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나씩 하다보면, 당장 할 수 없었던 일까지 다다를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4년 전 미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할 당시에는 뭐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참 막연했었다. 하지만 조금씩 내가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 일, 하고 싶은 일 중 당장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나씩 하기 시작하니 내 안에 잠자던 잠재력이 조금씩 사용되는 것 같아 뿌듯하다.     


예전에는 목표를 구체적으로 세워 그걸 이루기 위해 참 계획적으로 열심히 산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딱 무언가 목표로 구체적으로 정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여전히 두 아이의 엄마로, 직장인으로, 집의 아내로 살아야 하는 상황에서 나의 역할은 참 유동적이다. 그래서 조남호님(스터디 코드 유튜브 채널 운영자)의 조언을 진심으로 따라 보려 한다.      


그저 내가 좋아하는 일을 진정으로 추구하며

경제적 자유 (명품, 멋진 외제차, 비싼 아파트 살 대단한 재력이 없이도 자족할 줄 아는, 하지만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의 그림을 분명히 그려 그걸 향해 나갈 수 있는 자유)를 얻고 유한한 내 삶을 내가 하고 싶은 일들로 가득 채우면 그게 잘 사는 삶이라는 생각에 100% 동의한다.      

미국에서 지낸 그 5년은 나에게 그런 자유를 준 시간이었다.

귀국 후 잠시 이곳에서 주변의 시선에 흔들린 나를 다시 차분히 가다듬고 내가 바라던 삶의 그림을 찬찬히 그려보려 한다.      


오늘 고맙게도 복숭아를 한아름 안겨주신 그 친구님의 마음이 유난히 더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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