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ey Soon Jun 24. 2024

#48. 영어 스터디 스물아홉 번째 모임 후기

: Kinder than is necessary

❚스터디 모임이 주는 일상의 분주함

그저 널부러질 수 있는 토요일 오전이지만 그러지 않기로 했다. 어느 새 그렇게 일상의 분주함을 즐긴 지 1년하고 반년이 지나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주말 오전에 무언가를 더 한다는 게 쉽지는 않다. 주말 아침이지만 평소처럼 일찍 일어나 프리젠테이션 준비를 마무리 한다. 그리고 아들 아침을 챙겨 먹이고 아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고온다. 그리고 설거지를 하며커피를 내린다. 그리고 스터디 장소로 향한다. 주말 오전이라도 교통은 늘 막힌다. 늘 스터디 시작 시간에 빠듯하게 도착한다. 이번 모임은 겨우 5분 전에 도착했다. 최근까지는 다들 제시간에 오시는 분이 거의 없어서 괜찮았는데, 점점 멤버들의 연령층이 높아지면서 학령기의 자녀를 둔 분들보다는 이미 자녀를 다 키운 장년층들이 많아지면서 약간의 부담이 생긴 부분도 있다. 제 시간에 도착하는 것 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서 소소한 일상의 대화를 한 후 정시에 스터디를 시작하는 게 좋겠지만 현재 나의 상황이나 여건으로는 참 마음 먹기가 힘이든다.    

  

괜히 서두르다보면 남편에게 짜증이 번지는 일이 발생한다. 나의 분주한 아침과는 달리 남편의 아침은 한가하다. 하지만 스터디 장소에 먼저 가서 사람들을 맞이할 생각은 없는 사람에게 괜한 기대나 요구를 하면 결국 내 마음만 힘들어진다. 결국 일찍 오는 사람들에게는 조금 미안하기로 했다. 어쩌면 제 시간에 시작해서 뒷풀이를 좀 더 여유롭게 하는 편이 현재 나에게 덜 부담이 되기에 그렇게 하기로 해버렸다.      


❚1년 그리고 6개월

오래 가기 위해 너무 완벽해지지 않아도 된다고 스스로 다독이기. 그게 2년째 영어 스터디를 하며 깨달은 것 중에 하나다. 애초에 5년 정도는 해보기로 마음 먹은 일이다. 그 과정에서 내가 배우고 알게 되는 것도 있을 것이고 선물처럼 얻게 되는 귀한 것도 있을 것이다. 시작할 때는 그게 뭔지 알 수 없었다. 이제 1년 그리고 6개월을 보낸 현재는 그것들이 조금씩 눈이 보인다.    

  

사람을 얻는 것.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이 넓어진 것.

나의 활동 반경이 넓어지며 내가 만나는 사람의 범위도 넓어진 것.

그 세월의 영어 스터디가 나에게도 영어 공부가 된다는 것.

남에게 나의 재능을 나누면서 내 재능이 더 커진다는 것.

대단한 결실을 맺을 오늘의 발걸음인지 아닌지 알 수 없이 그저 한 걸음 한걸음 나아가는 나의 발자취를 이렇게 적어 가는 것도 이 스터디 모임에서 얻는 귀한 것 중에 하나다.      

     

❚사람에게서 얻는 배움

스터디 모임으로 얻게 된 많은 것 중에 단연 최고는 사람을 얻고 그들로부터 오히려 내가 많이 배운다는 점이다. 물론 가끔은 딸랑 스터디만 하고 가버리는 분도 간혹은 있지만 대부분은 사람대 사람으로 교류할 마음을 가진 따뜻한 분들이다. 최근들어 자녀들을 웬만큼 다 키운 분들이 늘면서 그분들로부터 듣고 배우는 게 많다. 최근 새로이 참가하신분 중 자녀 교육에 소신이 있으신 분이 계신다. 정보의 홍수 시대, 거의 무한에 가까울 만큼 첨예한 경쟁 사회에서 자녀 교육에 고민이 많은 요즘, 그런 분과의 대화는 참 큰 위안과 도움이 된다. 다행히 그 분도 자신의 자녀 교육 경험을 남들과 나누는 것에 관대하셨다.      


”Kinder than is necessary. (Wonder, P.300)“  (최소한의 친절보다 조금만 더 친절하기)


그 분은 귀한 시간을 내어주어서 좋은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최소한의 친절의 선을 넘어 우리에게 베풀어 주는 것에 인색하시지 않으셨다.     

내친 김에 스터디를 끝내고 번개 점심 식사를 하며 거의 2시간에 걸친 담소를 나누었다. 그분이 가지고 계신 교육에 대한 소신은 이랬다.      


우리는 국제화의 시대 살고 있다.

한국인의 정체성을 가지고 다른 나라에서도 통하는 역량과 넓은 시야를 키우는 데 중점을 두었다.

우리나라에만 코 막고 살 것 없다.

대학교는 목적이 될 수 없다.

세계 일류 대학교에 일류 학과를 나와도 결국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아니면 그 배움과 상관없는 진로를 간다.

삶에는 내가 계획하거나 기대한 대로 이뤄지지 않는 부분은 분명히 강력하게 존재한다.

그런 걸 깨달으며 삶을 이어나가며 주어진 현실에서 다음의 선택을 현명하게 해 나가는 그 역량이 소중하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그분은 두 아이를 동남아시아쪽에 나라의 국제 학교에 자녀를 보내서 키웠다고 한다. 교육비와 생활비가 비싼 북미나 유럽등만 바라볼 게 아니라 가까운 아시아 지역에도 충분히 기회가 있다. 그런 곳에서 경험도 자신의 시야를 넓히고 국제적 역량을 키울 수 있다고 한다.      

나 역시 두 아이를 데리고 미국 유학을 다녀왔다. 하지만 다시 귀국을 하고 시나브로 주위의 환경에 둘려싸여 다시 그 예전의 마음이 점점 퇴색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오늘 다시 그분의 이야기는 좋은 리마인더가 되어 주었다.     

 

❚이제 새로운 출발을 준비

하반기 스터디를 시작하면서 이제는 모임에 오지 못하는 기존의 멤버들도 포함되어 있는 톡방을 없애고 새롭게 톡방을 개설하기로 했다. 어쩌면 그분들에게 살짝 서운함을 안겨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좀더 단촐하게 실질적인 소통이 될 수 있기위해 내린 선택이다. 기존에 읽던 <Wonder>책도 완독을 했다. 7월부터는 <Number the Star>를 시작할 예정이다. 다소 얇은 원서책이라 더운 여름 가볍게 읽고 사색의 계절 가을에는 <Tuesday with Morris>를 읽을 예정이다.    

  

오늘 오신 어떤 분은 퇴직을 하신 지 10년이 지나셨다고 한다. 아이들도 독립을 다 시키고 남은 시간들을 어떻게 보낼 지가 고민이라 하셨다. 하지만 이렇게 영어를 배우는 일을 즐길 수 있어서 좋다고 하신다. 여행을 가서 영어를 좀 할 수 있으면 더 자신이 좋을 것 같아 이렇게 배운다고 하신다. 그렇다. 삶은 그렇게 대단한 무언가를 위해 대단하게 무언가를 해야만 하는 건 아닌 것 같다. 그저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의미있게 무엇을 하며 보낼지를 정함에 있어서 이렇게 소소한 것이지만 의미 있는 것을 선택하고 차분히 그 과정을 즐기면 그게 삶의 행복이고 성공인 듯 싶다.      


조금씩 여가 시간이 많아지는 연령대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스터디의 초점이 전환되고 있다. 차분하게 그리고 풍성하게 삶을 살아가는 건, 그건 부자들만이 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저 평범한 옆집 아줌마 아저씨 같은 우리들도 분명 그렇게 일상의 잔잔한 행복과 소통을 나눌 수 있다는 확신이 든다.     

      

❚성공을 측량하는 법


 <Wonder>의 끝 부분 Auggie가 다니던 학교 교장 선생님, Mr. Tushman의 졸업 연설문의 일부이다.


“It’s what you’ve done with your time, how you’ve chosen to spend your days, and whom you have touched this year. That, to me, is the greatest measure of success. (Wonder, P.299)     


여러분이 여러분의 시간을 가지고 무엇을 했는 지를 보는 것, 여러분의 매일을 어떻게 보내기로 선택했는지 보는 것, 올해 누구에게 영향을 주었는지. 그것이 내가 생각하기에 성공을 측량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결국은 내가 무엇을 이루었는지를 따지고 재는 것보다 다음 세 가지 질문을 해보면 현재 나는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는 지 알 수 있다는 말이다.      


질문1. 나는 나의 시간에 무엇을 했나?

질문 2. 나는 나의 매일에 무엇을 하기로 선택했나?

질문 3. 나는 누구에게 영향을 주었나?     


여러분들은 지금 성공적인 삶을 살고 계신가요?          

매거진의 이전글 #47. 영어 스터디 스물여덟 번째 모임 후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