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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y Soon Nov 25. 2024

#57. 영어 스터디 서른아홉 번째 모임 후기

: Time management—that's the hardest.  

▮마흔 번째가 코앞에

이번 모임이 어느덧 서른 아홉 번째가 되었다. 마흔 번째가 코앞에 다가 왔다. 나에게 마흔이라는 숫자는 그저 하나의 숫자로만 취부되지 않는다. 마흔이 되던 해 미국 유학을 떠났던 터라 왠지 마흔이라는 숫자는 새로운 단계로의 시작을 의미하는 것 같기도 하다.      


사실 마흔 번째 모임을 한 후 기존의 스터디 그룹은 유지하고 새로운 온라인 스터디 모임을 더 운영하기로 되어있다. 줌으로 진행될 스터디 모임은 나의 멘토이신 레인 할머니 (신앙심이 깊으신 미국 백인 할머니)와 거의 100% 영어로 진행할 예정이다. 할머니가 선정한 책을 중심으로 삶의 지혜를 얻고자 만든 모임이다. 구체적인 일정들을 다 잡아 둔 상태라 내심 기대가 크다. 그 모임 역시 차차 운영해가면서 운영 방식을 최적화시킬 예정이지만 운영의 목적이나 목표는 분명하기에 이 스터디 모임처럼 오래 오래 꾸준히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서른아홉 번째를 맞이한 요즘 스터디 모임은 완전히 토요일 오전 루틴이 되어 버렸다. 최근들어 홀수 토요일은 남편이 운영하는 영어 말하기 모임도 멤버로 참석하는 중이라 거의 매주 토요일은 영어 모임을 가지게 된 셈이다. 특히 두 스터디 멤버가 거의 같아서 익숙한 친구를 만나러 가는 듯 마음이 들어 즐겁다. 더 이상 예전같은 부담스런 감정은 없다. 그리고 이 모임을 계속 할지 말 지에 대한 고민도 사라졌다.


최근 밀튼, 레인 할머니의 방문을 맞이해서 그 분들과 한층 더 가까워 진 듯 한 느낌이 든다. 덕분에 더 진솔한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연배가 대체로 비슷한 사람들과 다양한 경험을 듣고 서로에게서 공감을 받고 한편으로 새로운 관점을 얻게 되기도 한다. 그 먼 예전 대학시절 동아리 방에서 한 듯이 스터디 멤버들 역시 인생의 타임라인이 비슷하기에 그 시절 동아리 친구처럼 서로 고민을 허심탄회하게 나누기도 한다.      


▮명언으로 마음 열기 시간     

함께 읽고 있는 소설 <A Summer to Die>의 2장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I stood, stamping my feet to keep warm, and looked at it for a long time. It reminds me of a very honest and kind blind man. That sounds silly. But it looks honest to me because it's so square and straight. It's a very old house-I know that be- cause of the way it's built, with a center chimney and all the other things I've learned about from living in our old house -but its corners are all square like a man holding his shoul- ders straight. Nothing sags on it at all. It's a shabby house, though, with no paint, so that the old boards are all weathered to gray. I guess that's why it seems kind, because it doesn't mind being poor and paintless; it even seems to be proud of it.”     


"나는 추위를 막으려고 발을 동동 구르며 서서 그것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그것은 나에게 매우 솔직하고 친절한 맹인을 떠올리게 한다. 조금 우스운 말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그것이 매우 정직해 보인다. 왜냐하면 모양이 너무 네모 반듯하고 곧기 때문이다. 그것은 매우 오래된 집이다. 중앙에 굴뚝이 있고, 우리가 살던 오래된 집에서 배운 다른 특징들로 보아 확실히 알 수 있다. 하지만 그 모서리들은 마치 어깨를 곧게 펴고 있는 사람처럼 모두 반듯하다. 집 어디에도 처진 곳이 전혀 없다. 다만, 칠이 하나도 되어 있지 않아 낡은 나무들이 모두 회색으로 변해버린 허름한 집이다. 아마도 그래서 더 친절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가난하고 칠도 하지 않은 모습을 개의치 않아 보이면서도, 그 모습 자체를 자랑스러워하는 듯하다."     



주인공이 떠올린 그 사람처럼 나에게도 “허름하게 보이는 것에 개의치 않고 그 모습 자체를 자랑스러워하는 사람”이 있다. 내가 레인 할머니를 존경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더 많이 가지려 애쓰기 보다 자족하며 마음의 평온함을 늘 가지며 살아가시는 분이다.      


자족하는 삶에 관해 스토아 학파인 세네카(4 BC – 65 AD)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It is not the man who has too little, but the man who craves more, that is poor.”

-Lucius Annaeus Seneca-      


“너무 적게 가진 사람이 가난한 사람이 아니라, 더 많은 걸 갈구하는 사람이 가난한 사람이다.”     


이 명언을 시작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엄청 부자 친구를 둔 분의 상대적 박탈감에 대한 경험담,

사업을 하시는 분의 부에 대한 갈망이 가져오는 부정적인 마음,

따뜻한 샤워를 하며, 퇴근 후 먼 산을 보며 마시는 차 한잔 같은 사소한 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으며 나 역시 자족하는 삶에 대해 생각해 보기도 했다.      


▮Time management—that's the hardest part of all.

미있는 대화를 영어로든 우리말이로든 나누는 것 자체가 의미롭다는 생각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멤버는 얼른 원서책을 읽자고 말하는 듯 책을 만지작하며 시계를 힐끗 힐끗 보신다. 운영자로서는 이 부분이 참 도전이다. 자신의 경험을 나누는 멤버를 중간에 멈추게 할 수도 없고 자꾸 길어지는 이야기를 하염없이 다 들어 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어른 학습자들은 늘 자신의 경험치나 생각들을 나누는 걸 즐기는 편이다. 그래서 90분의 스터디를 학원 수업하듯이 일방적으로 이끌 수 없다. 그리고 다들 스터디 이후 나름의 스케줄이 다 있으신 분들이라 스터디 시간을 내 마음대로 늘릴 수도 없다.      


마흔 번째 스터디가 다가오는 중이지만 늘 시간 운영이 제일 고민이다. 코리안 타임이라는 말이 있듯이 어느덧 우리 모임도 “스터디 타임”이 생겨버렸다. 말은 10시 30분이지만 늘 스터디 시작은 10시 40분이나 되어야 이뤄진다. 나 역시 고등학생을 둔 엄마로서 아침 일찍 서둘러 준비해도 늘 돌발 상황으로 스터디 시간에 맞춰 도착하기 역시 쉽지 않다. 차차 이 부분도 어찌 어찌 잘 해결 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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