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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y Soon Dec 16. 2024

#58. 영어 스터디 마흔 번째 모임 후기

: Let it go for a while

▮오늘은 역사적인 날

오늘 대통령 탄핵안이 두 번째로 국회에 상정되는 역사적인 날이다. 그런 날 내가 스터디를 하는 게 맞는 일인가? 며칠 전 대학교때부터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나의 스터디 모임에 오겠다고 했었다. 하지만 오늘 아침 결국 탄핵 집회에 가야겠다며 문자가 왔다. 추운 날씨에 소신을 행동으로 옮기는 친구에게 고마웠다. 그런 생각을 미처 하지 못한 내가 마음 한켠으로 부끄럽게 생각되기도 했다. 멀리 유학씩이나 갈 용기와 행동력은 있었지만 더 중요한 나라의 운명을 결정하는 오늘 같은 날 나는 그 현장에 달려갈 용기나 행동력이 없었다. 비록 조용히 기도를 하며 펑펑 울기는 했지만 지난 일주일 내내 속이 상해 소화도 잘 되지 않았지만, 난 친구처럼 그 추위에 그들과 함께할 생각은 하지 못했다.    

  

▮마흔 번째 그러나 처음으로

나라 전체의 운명이 걸린 중요한 날임에도 계획대로 스터디를 운행하기로 했다. 그리고 오늘은 마흔 번째 스터디였다. 아니나 다를까 오늘 스터디 운영 한 지 2년 만에 남편과 나를 제외하고 딱 한 분만 참가한 건 오늘이 처음이었다. 멤버들이 불참한 게 다 그 탄핵 시위에 참가하기 위한 것은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오늘 만큼은 그들의 마음이 이렇게 한가이 스터디나 하고 있을 상황이 못 되었음은 분명하다. 계획한 스터디를 그냥 취소하기에 오시기로 한 분이 몇 분 있었기에 예정대로 하기로 했지만 막상 아침이 되니 그 중 몇 명이 사정이 있어서 불참할 것이라는 문자가 왔다. 눈치껏 스터디를 취소했어야 했나? 오늘 스터디장에 도착해서야 살짝 생각이 짧았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감히 정치, 종교 이야기

한 분의 멤버만 오셨지만 그럼에도 준비한 스터디는 기왕에 온 김에 하기로 했다. 나와 남편, 그리고 한분의 멤버 뿐인 이런 스터디는 마흔번째 만에 처음이었다. 그런데 나름 좋은 점도 있었다. 스몰 토크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특히 오늘은 날도 날인지라 탄핵 시위 이야기를 시작으로 정치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그리고 셋 모두 크리스찬이라 좋은 온라인 설교 영상도 공유하며 공통분모가 많아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더군다나 다가올 금요일에는 새롭게 온라인 바이블 스터디를 오픈하는 날이다. 오늘 스터디에 오신 그분은 그 온라인 성경 모임도 함께 하시기로 하신 분이라 그 모임의 취지와 방향에 대한 의논도 편하게 할 수 있었다. 그분은 나의 새로운 성경 스터디모임을 적극적으로 응원해주는 첫 지원군이다. 아래 영상에서 스피커가 말한 것 처럼 리더는 제1추종자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한다. 비록 내가 리더가 된다는 뜻은 아니지만 그 온라인 스터디를 리드해가는 사람으로서 그런 한 분은 나에게 천군만마와 같다.


이 모임에 대한 이야기는 <따뜻한 소통 with Lain>시리즈로 연재할 계획이다. 앞으로 그 모임이 어떻게 이어질지 사뭇 기대가 된다.


https://youtu.be/fW8amMCVAJQ?si=ug0ILWlHtSR1tbFN


▮한 명의 멤버와 스터디하기

스터디를 준비한 나의 시간에 비하면 오늘의 출석률은 참담할 만큼 저조하다. 하지만 이 모임의 의미를 그 출석률에 대비해서 생각하자면 애초에 이 모임을 할 이유가 없었다. 매일 내가 즐기는 일에 몰입하며 그게 나와 남에게 의미를 만들어갈 수 있다면 그 일을 할 이유가 충분하다. 미련스레 보이고 바보스레 보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한해가 저무는 이즘에도 다소 열기가 사라지는 이 즘에도 새로이 한 해가 시작되며 새로운 열기가 솟아나길 기대하며 그저 지금까지처럼 해보려 한다. 애초에 나는 5년을 해보기로 스스로 목표를 설정한 바 있으니 일단은 이 과정에서 얻은 나의 경험과 배움이 헛된 것은 아님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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