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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상 Apr 15. 2021

겪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어요

그리고 그것은 내 음악의 좋은 재료가 되어요

엽기가수. 한때 강남스타일로 세상을 들썩이게 했던 싸이가 데뷔했을 , 파격적인 그의 음악과 , 외모  때문에 대중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엽기라는 단어는 싸이 이전에는 ‘엽기적 토막살인사건’처럼 상상도   없는 끔찍한 일들에나 쓰이는 희귀한 단어였는데 이제는 보통에서 조금 벗어나거나 일상적이지 않으면 엽기라는 말을 쉽게 붙이게 되었다. 단어의 뜻이 변질되고 희석된 것이다. 언어는  변하는 것이니 그냥 그렇게 받아들이면   같다.


요즘 들어 의미가 변화된 단어가 또 있다. 다름 아닌 ‘천재’라는 단어이다. 예전에는 백 년에 한 번, 혹은 더 드물게 나올법한 특출한 재능을 가진 사람을 천재라고 부르곤 했었는데 이제는 그렇게 강한 의미를 갖고 있지는 않은 듯하다. 인터넷에 보면 천재라는 말이 남용되고 있다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다. 어린아이가 신기하게 뭔갈 잘하거나, 여러 분야에 다양한 재능을 보여주는 사람이 보이면 이제는 아주 쉽게 천재라는 말을 붙인다. 뒤집어 말해서 천재라 불리는 것은 이젠 예전만큼의 극찬은 아니게 된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천재는 분명히 있다. 예전보다 잘 발견되는 것일지도 모르는데, 나는 나만의 음악분야의 천재에 대한 기준이 있다. 일반인이라면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슬픔 기쁨 등의 감정을 음악으로 표현하게 마련인데, 도저히 자신이 그런 데이터베이스가 있을 수 없는 어린 나이인데도 엄청나게 풍부한 감정 표현을 해 내는 사람들이 있다.



https://youtu.be/VzLzUqdGBNo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 이야기이다. 그는 잭슨 5 시절부터 감성이 절절 흐르는 비범한 노래실력을 보여주더니, 성인이 되어서는 작곡과 춤에서까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주 오랜 시간 동안 단일 앨범 판매량 1위를 드릴러 앨범은 전체가 히트곡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고, 흰 장갑을 끼고 추던 문워크 등의 신기에 가까운 춤들은 아직도 춤 좀 춘다는 사람들이 열심히 연습하여 따라 하는 멋진 퍼포먼스이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 가장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부분은 이것이다.


https://youtu.be/Zi_XLOBDo_Y



초반부에 가벼운 드럼 소리와 함께 등장하는 베이스 라인. 그 뒤에 이어지는 멋진 코드들. 이 부분에서 나는 이미 반해 버렸다. 어렸을 때 나의 취미이자 놀이는 팝송들을 피아노로 따라 치는 것이었는데, 슬프게도 이 곡의 느낌과 분위기를 피아노로 제대로 표현하는 것에는 성공적이지 못했다. 아쉬운 마음에 아버지께서 사주신 CD를 듣고 또 듣고 또 듣고 하며 혼자서 흐뭇해하기만 할 뿐.


마이클 잭슨이 2009년에 사망할 때까지 그가 발표하는 음악들을 들으며, 시대의 천재가 오랫동안 살아남아 주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가를 느끼며 살았던 것 같다. 그리고 볼티모어의 작은 리쿼 스토어에서 일하던 중 들은 라디오에서 슬픔에 찬 목소리의 진행자가 비보를 전했을 때의 놀람과 슬픔을 잊지 못한다.


자신의 명성을 사회운동, 환경운동을 위해 멋지게 사용까지 한 진정한 천재이자 영웅, 이미 세상을 떠난 지 십 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지만 지금 들어도 전혀 촌스럽지 않다.


https://youtu.be/QNJL6nfu__Q




클래식 음악계에서는 천재 하면 모두가 아는 그 사람이다. 신에게 사랑받았다는 이름을 스스로 붙인 그 남자,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그런데 모차르트를 천재라고 부르는 데는 익숙하지만 왜 천재라고 부르는지는 고민해 보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 많은 사람들은 매우 어렸을 때부터 연주와 작곡을 잘해서라고 믿고 있는 듯하다. 물론 전 유럽에 알려질 만큼 신기에 가까운 연주력을 유치원생의 나이에 보여줬다는 것으로도 엄청난 천재성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나는 보다 더 본질적인 이유를 찾는다. 그의 음악이 경이로울 정도로 아름답기 때문이다.


https://youtu.be/-ZkqcIkXtQ8



모차르트는 35년의 그리 길지 않은 삶을 살며 여러 악기를 위한 작품들을 작곡했다. 다작을 한 작곡가는 여럿 있지만 그들과 구별되는 모차르트의 대단함은 그가 다룬 모든 악기들을 깊이 이해하고 그 소리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한다는 데에 있다. 일례로, 바순이라는 악기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길쭉하게 생겨서 저음역을 담당하는 목관악기인데 파곳 이라고도 불린다. 모든 오케스트라에 꼭 필요한 악기이지만, 바순을 연주하는 사람의 수는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인지 바순 연주자들이 연주할 곡이 많지 않은데, 고맙게도 모차르트가 곡을 남겨 주었고, 바순 레퍼토리 중 가장 많이 연주되는 곡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채 스무 살이 되지 않은 18세의 모차르트는 그렇게 바순이라는 악기에도 그의 족적을 남겨 놓았다.


https://youtu.be/PYOPQuhdoQM



이렇게 짧은 시간에 엄청난 전문성을 익혀 아름다운 곡들을 작곡해내는 것이 나는 그의 또 다른 천재성이라 생각한다. 이런 그도 작곡에 큰 부담을 느꼈던 곡이 있었는데 바로 죽은 자를 위한 미사곡, 레퀴엠이다.


누군지 모를 사람에게서 의뢰받은 레퀴엠을 쓰는 것에 모차르트는 큰 부담을 느꼈고 그 곡을 작곡하는 동안 건강은 점점 악화된다. 결국에는 이 곡은 나의 장례식에서 사용될 것이라고 믿게 되었다고 하니 그의 상태가 얼마나 심각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예술은 예술가의 괴로움을 먹고 자라는 존재 아니던가, 모차르트의 레퀴엠은 역사에 길이남을 명곡으로 탄생되었지만, 위대한 작곡가는 곡을 채 완성시키지 못한 채 숨을 거두고 만다.



https://youtu.be/1MoZGx3C_2E




모차르트는 늘 그의 천재성이 거론될 때마다, 내가 얼마나 많은 음악을 듣고, 악보를 보고, 연습을 하는지 아느냐고 항변했다고 한다. 그가 음악에 열정을 갖고 많은 노력을 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모차르트만큼의 열정을 갖고 노력을 한다고 다 모차르트가 될 수 있는 것 또한 아니다. 그가 천재였어서 고마운 마음이지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다. 세상에 다시없을 두뇌가 20년 정도 더 살았더라면 과연 어떤 음악들이 작곡되었을 것이며 음악사는 지금과 어떻게 달라져 있을 것인지. 역사에 만약은 없다지만 건강관리 좀 더 잘해서 오래 살아남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말도 안 되는 바람이 그에게 드는 유일한 아쉬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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