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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상 Apr 15. 2021

꼭 위대할 필요는 없어

평론가에게 보다 대중에게 선택받은 음악들

쇤베르크. 음악을 전공하고 음악사를 공부한 사람이라면 이 이름을 듣자마자 12음기법, 음렬주의 등의 용어가 머릿속에 떠오를 것이고 음악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낯선 이름일 것이다. 쇤베르크는 조성의 해체에 기여한 음악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인물이다. 하지만, 그의 음악은 매우 드물게 연주된다.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업적을 남기어 후세에 길이길이 이름이 거론되는 것은 더할 나위 없는 큰 영광일 것이다. 하지만 그리 위대하지 않으면 또 어떤가. 즐겁게 음악하며 성공까지 거뒀다면 역사적으로 잘 기억되지 않아도 신날 것 같다.


팝 전문 잡지인 롤링 스톤즈에서 팝 역사상 가장 위대한 앨범 500이라는 조사를 했다. 내용을 들여다보면은 기라성 같은 이름들이 줄줄 등장한다. 비틀스부터 마빈 게이, 마이클 잭슨 등. 거기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지 못한! 너무 신나는 음악으로 돈도 엄청나게 많이 벌었지만 평론가들에게는 그저 그런 반응만 얻은 그룹. 바로 비지스(Bee Gees)이다.


소프트한 락그룹으로 출발해서 I Started a joke, Holiday 같은 곡들로 적당히 많이 알려지기는 했지만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여기에서 찾게 된다.


디스코.



손가락으로 하늘을 찌르며 골반을 신나게 흔들어대던 그 디스코. 들으면서 생각 따위는 필요 없고 그냥 흥에 겨워 들썩들썩거리기만 하면 엔도르핀이 주르르 나오던 그 디스코.


https://youtu.be/SkypZuY6ZvA



물론 진중하고 심오하지 말자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사람이 살아가면서 머리를 비우고 한없이 가벼워지는 것 또한 꼭 필요하다. 특히 날씨 더운 여름철에는 시원하고 부담 없는 음악들이 마음을 청량하게 만들어준다. 비지스가 1970년대 후반부터 발표한 신나는 노래들을 듣고 있자면은 익숙한 멜로디를 자동적으로 흥얼거리게 되고 몸을 가만히 둘 수가 없게 되어 버린다. 개인적으로는 샤워하면서 듣는 것을 추천한다.


https://youtu.be/I_izvAbhExY



https://youtu.be/WJcozEOWgxI




클래식 음악사를 공부하다 보면은 바로크-고전-낭만-인상-현대로 시대를 나누어 공부하게 되는데, 엄청나게 유명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언급될 일이 없어서 어느 시대에 속한 지도 잘 모르는 사람이 많은 작곡가가 있다. 이 사람의 곡들이 크고 작은 오케스트라들에서 얼마나 많이 연주되고, 관중의 호응이 그때마다 얼마나 뜨거운가를 생각해 보면 의아스러운 일일 수도 있다.


https://youtu.be/NZkSNeH6QII



요한 슈트라우스 주니어. 왈츠의 왕이라 불리는 작곡가이다. 물론 위의 곡은 왈츠는 아니고 폴카였지만. 그의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청중을 다루는 법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클래식에 관심이 별로 없는 사람들도 아아 하며 익숙해하는 멜로디들을 얼마나 많이 남겼는가.


https://youtu.be/H2lrKuZKV-Q



영국 가디언지에서 재미있는 조사를 한 적이 있는데 클래식 작곡가중 가장 돈을 많이 번 사람 Top 10이라는 조사였다. 각 시대의 화폐의 가치 등을 반영해서 공식적으로 남아있는 자료들만 가지고 비교를 했다는데 우리가 잘 아는 모차르트나 베토벤은 이 목록에 들어있지 않다. 아니 오히려 음악사적으로 중요하다 못해 영웅적인 그들은 살아생전에 살기 어려우니 후원을 부탁한다고 여기저기에 편지를 썼다는 기록들이 많이 남아있다. 몇백 년 전부터 존재한 클래식 작곡자의 수입을 총망라한 그 조사에서 자그마치 2위를 한 사람이 바로 요한 슈트라우스 주니어이다. 이젠 사후 오랜 시간이 지나서 저작권이 살아있지는 않지만 만약 살아있다면 악보 판매와 판권 등으로 아직도 엄청난 수입이 있을 것이다.


https://youtu.be/G8_DdClkhaw



4월 초인 지금 시기와 이 노래는 너무나도 잘 어울린다. 꽃이 피고 새싹이 나와서 세상에 온통 화려한 색으로 덮이면 차이코프스키의 꽃의 왈츠와 더불어 가장 사랑받는 이 곡도 역시 그의 곡이다.


꼭 역사적으로 위대하지 않으면 어떤가. 곡들이 다 비슷비슷하다는 비판이 있으면 어떤가. 살면서 이런 종류의 노래들이 분명히 필요한 때가 있고 이들은 우리의 니드를 확실하게 채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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