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을 돕는 정신적 지압사 『아티스트 웨이』
살면서 우리는 육체의 근육 뿐 아니라 정신적인 근육들도 다양한 이유로 경직되거나 상처를 입는다. 그래서 전문가의 마사지를 통해 경직 상태를 완화할 때가 많다. 나는 『아티스트 웨이』가 우리의 정신을 마사지해주는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시간이나 공간의 구애 없이 마음으로 그를 받아들이기만 하면 필요한 부분을 잘 찾아서 지긋이 눌러준다. 시원할 때도 있고 매우 고통스러울 때도 있지만 응어리졌던 뭉치들이 조금씩 풀어지는 느낌이다. 그래서 나는 『아티스트 웨이』를 내 안에서 잠들거나 경직되어 활동을 잘 못하고 있는 창조성을 회복 시키는 지압사라고 부르고 싶다.
내가 처음 『아티스트 웨이』를 만난 건 교사 성장 학교인 고래학교 북클럽에서였다. 책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는 무슨 책인지 몰랐는데 많은 사람들이 이 책에 열광하고 찬사를 보내며 관련 모임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책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저자는 이런저런 이유로 가둬 두었던 생각들을 하나씩 세상에 꺼내어 모닝 페이지에 세 쪽씩 적으라고 한다. 또한 추구하고 싶었지만 어떤 이유로든 제약을 받거나 할 수 없다고 느꼈던 열정을 다시 불러일으키기 위해 아티스트 데이트를 권한다.
그러나 말이 쉽지 매일 책에 나오는 대로 실천하며 모임 시간까지 투자하기란 빡빡한 일정의 직장 생활을 하는 나에게는 쉽지 않았다. 초반에는 세 쪽이 아니라 여덟, 아홉 쪽까지 쓰면서 신이 나서 쏟아냈다. 또한 나름의 아티스트 데이트를 실천하면서 힐링은 물론 자기 만족도도 높아졌다. 하지만 일과로 지친 저녁 시간에 별도로 시간을 내어 나누는 모임 참가는 일상의 급하고 바쁜 일들에 밀려 중간에 흐지부지되었었다.
매일은 아니어도 가끔 모닝 페이지와 아티스트 데이트를 혼자 지속해오던 나는 뉴아티 북클럽 작가 모임을 알게 되었다. 여러가지 일정에 방해를 덜 받는 새벽 모임이라는 점, 글쓰기 인증 과정을 통해 글쓰기 연습을 겸할 수 있다는 점이 와 닿아서 덜컥 신청했다. 서로 돕고 용기를 주며 치유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일독을 무사히 마쳤다. 책도 다시 읽고 있고, 지금까지 꾸준히 써온 모닝 페이지는 벌써 네 권째다.
창조성이 특별한 능력이나 감각을 가진 예술가들만의 전유물이라고 오해하는 경향이 있는 우리에게 작가는 프롤로그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창조성은 피 같은 것이다. 피가 당신의 몸 안에 흐르고 있지만 당신이 만들어낸 것이 아니듯이, 창조성도 당신의 정신 속에 존재하지만 당신이 만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누구나 내재된 창조성이 있으며 그 깊이와 넓이는 무궁무진하다고 믿는다. 나 역시 몸 안에 피가 흐르는 살아있는 훌륭한 예술가임이 틀림 없으며 세상 밖으로 자유롭게 펼쳐내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아티스트 웨이』는 우리 안의 창조성을 어떻게 발현할 수 있는지 알려준다. 사람들이 실패에 대한 두려움, 완벽 주의. 자기 의심, 비판과 판단, 시간 부족, 문화적 또는 사회적 기대, 비교 의식, 해결되지 않은 감정적 장애, 미루기와 저항 등의 이유로 자신의 창조성을 자유롭게 펼치지 못한다고 말하며 작가는 이런 구속에서 과감히 탈출할 것을 권한다.
나는 처음 모닝 페이지를 적을 때 내 안의 자기 검열관의 강력한 저항을 받았었다. 부정적인 말은 입 밖으로 내지 말아야 한다는 초긍정주의자인 나는 내 안의 솔직한 감정을 자연스럽게 지면에 적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준비 없이 갑작스레 당한 정신적 타격과 스트레스 때문에 모닝 페이지를 나의 안마사로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모닝 페이지가 없었으면 지금 나는 어땠을까! 아마도 신께서 타인에게 부정적 감정 드러내기를 터부시하는 나를 스트레스로부터 구원해주기 위해 『아티스트 웨이』를 만나게 해 준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할 정도였다. 지금은 스트레스가 생길 때마다 모닝 페이지에 나를 맡긴다. 그러면 노련한 안마사가 되어 차분하게 지압을 하여 풀어준다.
인생은 내면의 예술가와 대화하며 관계를 회복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뭉쳐진 근육을 스스로 풀어나가는 방법도 있겠지만 나의 손이 닿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이미 충분한 경험과 연구로 숙련된 베테랑 지압사에게 맡기는 것도 좋은 결정일 것이다. 지침서인 『아티스트 웨이』를 읽고 따르다 보면 작가가 처방하는 지압법 이상의 무엇, 즉 신의 손길까지도 느끼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물론 한 번에 풀어지는 근육도 있지만 오랜 기간 누적된 뭉침은 여러 번 손을 봐줘야 하기에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 그럴 수록 이 책을 옆에 두고 꾸준히 읽어야 한다. 상황과 때에 따라 매번 다른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책이 바로 『아티스트 웨이』 인 것은 나만 알고 싶은 비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