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학교 단톡방에 공유된 오늘의 한 줄 한비야의 말을 읽으며 '그래 맞아! 목적지를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지.'라고 생각했다. 그 목적지는 스스로 정하는 것이지만 함께 정하고 함께 갈 때는 혼자일 때보다 덜 지치는 것 같다.
♡ 오늘의 한 줄 ♡
낯설고 거친 길 한가운데서 길을 잃어버려도 물어가면 그만이다. 물을 이가 없다면 헤매면 그만이다. 중요한 것은 목적지를 절대 잊지 않는 것이다. <한비야>
목적지에 다다랐을 때 누리게 될 기쁨과 기대가 버티는 힘을 주기도 하지만 목적지 없이 흘러가는 대로 두었을 때 얻게 될 난감함 때문에라도 목적지를 정해야 할 때가 있다. 보통 그럴 때는 인내가 더 필요하다. 처음 가는 길이라면 그 어려움은 더욱 크다. 언제 다다를지 모르며 갈 때는 더욱 힘이 든다.
지금의 내가 그렇다. 하지만 모든 것은 나의 선택이다. 피치 못할 상황이었을지라도 항상 그 속에서도 선택할 수 있는 길은 기본적으로 두 가지 이상 있게 된다. 포기하거나 그 길로 가거나... 둘 중 하나 선택하게 되는 것이고 그중 한 쪽을 선택했을 때 어떤 방법으로 언제 왜라는 말에 스스로 답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 선택은 현재와 내일의 나를 결정하고 내 주변 상황을 결정하는 요소가 된다. 자신의 때가 아니라고 생각될 때, 내 영향력이 미미하고 그 결정이 개인에게만 국한되는 일일 때는 피하여 멀리 달아날 수도 있고 모른척하고 어니라고 체면을 걸며 스스로를 위로하며 견디어낼 수도 있다.
그러나 나의 영향력이 크고 나의 말과 태도가 공동체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라면 모른 척하고 나는 별 손해 없다는 식으로 피하는 것은 비겁한 일이며 옳은 일이 아니다. 더구나 나의 침묵이 악한 상황으로 흘러가도록 만드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면 더욱 그렇다.
사실 나는 꼭 필요하지 않을 때는 침묵을 선호한다. 그래서 이해 당사자 두 명으로부터 비밀 얘기나 상대에 대한 험담이나 서운한 감정을 종종 듣게 된다. 험담에는 맞장구를 쳐주지 않지만 그 말이 내게서 새어나가지 않을 것을 알기 때문에 안심하고 내게 털어놓는다. 그럴 때 종종 나는 험담을 당하는 사람 편에 서서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은 부분에 대해 마치 그의 대변인처럼 말해주기도 한다.
사람들은 내가 초긍정 마인드를 가지고 있어서 사람들의 좋은 면만 보려고 하고 힘든 상황 속에서도 항상 긍정적인 태도로 바라보고 그 안에서 별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가며 나의 이런 태도 때문에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 같다고 자신도 배우고 싶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뷰정적인 생각은 어떤 경우에도 스트레스가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내 옷에 묻은 먼지를 털듯이 일부러 부정적인 말과 행동이 나를 더럽히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일단 떨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나 아니어도 다른 사람이 해결하겠지 하고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살아가는 편이어서 적어도 내 편에서는 누구도 나의 적이 되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나를 인정해 주는 듯 다가와서 아부하면서 나를 이용하여 자신의 악한 목적을 위한 발판으로 삼으려는 의도를 파악한 이상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나 혼자만 느끼는 것이라면 내가 오해했다고 착각했다고 할 수 있겠지만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그 상황을 파악하고 궁금해하면서 내게 묻기에 나는 더 이상 침묵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되었다.
영국의 철학자, 경제학자, 정치인이면서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사상가 중 한 사람인 존 스튜어트 밀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어느 누구도 자신이 참여하지 않고 의견을 내지 않으면 손해 보지 않을 것이라는 기만으로 자신의 양심을 달래지 마라. "착한 사람이 구경만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것보다 나쁜 사람이 그들의 목적들을 달성하는 데 더 필요한 것은 없다.
(Bad men need nothing more to compass their ends, than that good men should look on and do nothing.)
그래서 나는 공동체를 위하여 더 이상 침묵하지 않기로 했다.
감기 몸살 시운이 어제부터 있어서 약을 먹었는데 낫지를 않는다. 3학년 2차 지필 평가 마지막 날이라 오후에 수업이 없기도 하고 쉬고 싶기도 해서 조퇴를 했다. 아들이 차를 가져가며 나를 출근시키고 퇴근하면서 픽업해 주기로 했지만 중천에 해 있을 때 퇴근하는 일은 아주 드문 일이어서 그런 기쁨과 여유를 만끽하고도 싶어서 그냥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했다.
오랜만에 전철을 탔다. 전철역으로 가는 길에 보니 때아닌 철쭉 꽃 한 송이만 덩그러니 피어 있다. 한동안 날씨가 따뜻해서 봄인 줄 착각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