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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아연 Apr 26. 2024

자연에 대한 인간의 죄

안락사 일문일답(1)


"'안락사(조력사)는 자살이 아니다', 맞나요?"



엊그제 어느 독자께서 불쑥 물으셨습니다. 



"그 점이 바로 안락사 찬성자와 반대자의 쟁점이지요. 그러기에 용어조차 달리 쓰지요. 찬성 쪽은 자살이 아니라는 의미에서 '조력 사망', 반대 쪽은 자살이라는 의미에서 '조력자살'이라고. "



제가 조력사에 관한 두 번째 책을 '일문일답' 식으로 써보려던 차에 마침 중요한 질문을 받았습니다. 



언론에서는 '조력사망'으로 통일해서 쓰고 있습니다. 지난 시간에도 말씀드렸듯이. 여기에 '조력 존엄사'라는 표현도 서슴지 않지요. 남의 도움을 받아 죽는 것이 굳이 존엄한 일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조력사=존엄사'라는 인식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그런 방식으로 죽는 것에 가치적 의미부여를 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하재열 작가의 '심상'





이런 생각을 하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자살은 나쁜 것인가, 죄인가' 하고. 



우리는 어떤 때 자살을 생각합니까. 



"당면한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억울한 일을 호소하기 위한, 그리고 삶의 의미상실에서 탈출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처럼 보일 때."



그런데 막상 자살의 결과는 어떻습니까. 



"당면한 고통을 끝냄과 동시에 삶의 모든 희망과 가능성을 함께 끝냄. 후회는 아무리 빨리해도 늦다는 말이 있지만, 자살 선택에는 후회 자체가 주어지지 않음. 상황이 어떻게 달라져도 돌이킬 수 없음. 죽음으로만 해결될 문제라 판단했더라도 당사자는 이미 죽어버렸기 때문에 그 결과를 확인하며 만족할 수 없음. 또한 어떤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서 자살을 했음에도 억울함이 해소되지 않았다면 그거야말로 억울한 일."



여기까지는 자살에 관한 일반적인 모습입니다. 그렇다면 조력자살 역시 이 범주에서 논할 수 있을까요. 좀 다른 것 같다고요? 저도 그렇게 느껴집니다. 왜 그런 느낌이 들까요? 



일반적으로 자살은 사람과의 관계 부대낌이나 사회에서 좌절하고 실패했을 때 하게 되죠. 그러나 조력자살은 다르죠. 인간세상에서 절망해서가 아니라는 점에서.  



'인간에 대한 인간의 죄'가 일반적 자살이라면 조력자살은 '자연에 대한 인간의 죄'입니다. 즉,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순리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 바로 죄라는 뜻입니다. 




*조력사에 관한 여러분들의 질문과 참여를 기다립니다. 어떤 내용이라도 나눠주십시오. 신아연의 영혼맛집에서 함께 고민하며 답을 찾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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