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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아연 Jul 12. 2024

신아연도 똑같이 할 수 있어요!

신아연의 영혼 맛집 1005 / 나의 재판일지(10)


1000권 책을 읽고, 1000번 글을 쓰며 10년을 살아보니, 찬양곡 '충만'의 가사처럼 '가난하여도 부족하지' 않은 나를 알게 되었습니다. 




가난에 대한 저의 태도는 맑은 세숫물 같았습니다. 내 얼굴 비출만큼 맑게 가난했으며, 내 눈빛에 부끄러움 없는 구차하지 않은 가난이었습니다. 가난해도 내 머리, 내 생각을 포기해선 안 된다는 자아 결단이 '세숫물 가난'을 기준으로 매번 얼굴을 비추며 지난 10년간, 욕구에 허덕이지 않는 청빈을 배웠습니다. 







하재열 작가의 '심상'





지금 씨알재단과 관계박살이 나고 보니 8, 9년 전 김원호 이사장이 내게 "월 200만원을 지원하겠다."고 한 제안을 거절한 것이 얼마나 잘한 일인가 싶습니다. 만약 그 돈을 받았다면 지금쯤 저는 꼼짝없이 김원호에게 끌려다니며 자유를 잃고 비굴해졌을 테지요. 




나아가 돈 때문에 김원호의 비리(그런 게 있다면)에 휩쓸려 어쩔 수 없이 함께 블루스를 춰야 했을지 알 게 뭔가요. 법정 다툼까지 벌이며 씨알재단에서 완전히 빠져 나오게 된 것은 진정 '신의 한 수'입니다. 




월 200만원 대신, 20만원을 받은 것조차 사무국장 이*희는 "은혜를 저버린 배은망덕한 여자"라며 법정 기소문에까지 써넣었습니다. 그러고도 부족해 제가 김원호에게 20억원을 내 놓으라고 했다며 헛소문을 퍼뜨리고 다녔습니다.




제가 무슨 꽃뱀입니까. 그리고 김원호가 저한테 무슨 약점이 잡혔다고 제가 달란다고 다 줘야 합니까. 20만원이 20억원으로 둔갑하는 판이니, 만약 200만원을 받았다면 200억원을 받았다고 부풀려졌을 테지요. 김원호의 재산이 그 정도가 된다면 말입니다. 저야 모르죠.   




아닌 게 아니라 저는 김원호에 대한 배은망덕이란 자책과 자괴감으로 세 달 가까이 설사를 하고, 몸과 마음이 너무 괴로워 길에서 토를 하기도 했습니다. 




"몇 차례 썼던 폭로성 글로 김원호가 명예훼손으로 나를 고발해 버리면 차라리 발 뻗고 자겠다"며 저간의 사정을 훤히 알고 있는 지인을 붙잡고 울기도 했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비록 다른 건이라 해도 지금은 김원호가 나를 고소까지 한 마당이라 일면 홀가분하기도 합니다. 속된 말로 서로 '퉁치는', 그래서 김원호의 후원에 더는 부채감을 느끼지 않게 되었으니까요. 




저는 할 만큼했습니다. 김원호의 월 20만원 후원에 보답하고자 재단 일에 온 마음, 온 정성으로 헌신했습니다. 그랬음에도 이제는 요란하고 살벌한 이별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 이별을 재단 사무국장이 법정에서 대신 치러주고 있는 거고요. 








1년 반 전, 씨알재단 초대로 네 명이 모여 책을 한 권 내기로 하고, 각자 파트를 나눠 글을 썼습니다. A, B, C, D 파트 중에서 제가 맡은 부분은 C 파트. 




그런데 제가 지난 해 9월, 관동대학살에 관한 책을 '김원호 주인공 시점'으로 쓰지 않겠다고 하는 바람에 괘씸죄에 걸려 재단의 모든 일에서 쫓겨나게 되었지요. 글쓰기팀에서도 도중하차 당했고요. 




쫓겨나는 마당이니 내가 쓴 C 파트 글은 내가 갖고 나가겠다고 했더니 그럴 수 없다며, 그 글은 재단 글이라며 소송을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자, 과연 C 파트 글은 누구의 것이며, 그것이 밝혀져야 소송의 원 취지인, 그 글이 출판되지 못하도록 법으로 막을 수 있게 되는 거지요. 




판결은 이미 났지요. 재판 시작도 전에 판사가, "아이디어 회의 백 번 해도 소용없고, 글에 관한 권리는 모름지기 그 글을  쓴 사람에게 오롯이 있다."며 저작권 정의를 명백히 내려주었으니까요.  




그러자 사무국장 이*희는 "아닙니다, 판사님. C 파트 글에는 A, B, D  파트를 쓴 사람의 생각도 녹아져 들어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같은 주제 하에서 네 사람이 소정의 분량을 분담하여 쓰기로 한 것이니 C 파트가 오롯이 신아연의 것이라 할 수 없습니다."라고 궁색한 소리를 늘어놓았습니다. 








그러자 판사는 마치 명절날 벼린 칼처럼 날카롭고 명쾌하게, 




"그렇다면 피고 신아연 씨도 똑같은 요구를 할 수 있어요.  A, B, D  파트를 쓴 사람들에게 '너네들 글에도 내 입김, 내 아이디어, 내 의견이 들어가 있다. 그러니 일부는 내 글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너네 글도 내 허락, 내 동의없이 출판할 수 없다. 여차직하면 나도  A, B, D  글에 대해 출판금지 가처분 소송을 할 것이다.'라고 주장할 수 있단 말입니다. 원고 논리대로라면 말이죠."라는 쾌도난마로 씨알재단 사무국장의 너저분한 지껄임 싹뚝 잘라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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