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도수 신아연의 월화대담1
신아연 :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황도수 신아연의 월화대담'을 통한 독자들과의 만남이 기쁩니다. 제 블로그를 정박지로 하여 인류 지성의 항해를 시작해 주신 것에 큰 감사를 드립니다.
요즘처럼 보수, 진보의 대립이 격심했던 때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한 보수와 진보의 정의를 어떻게 내릴 수 있을지요? 현재 대한민국에 진보가 존재하기는 하는지요? 이 질문에 앞서 내려야 할 정의, 즉 민주주의란 무엇인지요?
하재열 작가의 '심상'
황도수 교수 :
현재 대한민국 정치를 보면 여야 모두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말은 그렇게 하면서 해결 방식은 가장 반민주, 비민주적이란 게 문제이지요.
가령 윤석렬 대통령은 민주주의를 보호한답시고 비상 계엄이라는 비민주적이다 못해 독재적 방식으로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질렀고, 민주당은 거대 야당 독재로 사사껀껀 정부의 발목을 잡으며 반민주적 행태를 일삼았죠.
그 와중에서 국민들은 여야 중 무조건 한쪽에 서야한다는 '레밍쥐 강박'에 몰려 있고요. 같은 나라 사람들이 두 편으로 쫙 갈라져서 원수처럼 으르릉대고 있잖아요.
기사에 달리는 댓글을 보세요. 극명하게 갈라져 있잖아요. 익명으로 댓글 한 줄 다는데도 이 지경이니. 중간이 없어요. 명확히는 중간의사를 표현할 공간이 없다고 해야겠죠.
이 난리판 시국에서 사람을 만나면 "너는 어느 쪽이냐?"가 통성명을 대신할 정도로. '이쪽'이면 다행이지만, '저쪽'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면 분위기가 험악해질세라 눈치껏 조심하게 되지요. 그러다 행여 불씨가 튕겨지는 순간엔 파르르하니 시비가 붙죠.
이처럼 아예 말도 못 꺼내거나, 꺼내는 순간 이전투구의 상황이 벌어지는 이유는 민주주의적 사고가 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화하지 않겠다는 거죠. 대화하지 않겠다는 것은 내가 옳다는 생각을 버리지 않겠다는 거죠. 생각을 바꿀 생각이 없다는 거죠.
민주주의가 뭐냐고 하셨나요? 생각을 바꿀 생각이 있고, 생각을 바꿀 수 있는 사람들이 모여, 나의 생각을 말하고 나와 다른 생각을 들으면서 의사결정을 해 나가는 제도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는 독재만이 판치고 있는 거죠. 생각의 독재가 가장 비민주적인 건데, 생각은 딱 고정시켜 놓고 입으로만 '민주, 민주'를 떠들고 있단 말입니다.
생각이 무엇입니까. 왜 생각합니까. 생각은 인간만이 가진 고유하고 높은 수준의 의식작용이지요. 이성이라고 불리는.
그러나 인간의 이성이 완전하지는 않기에 인류는 끊임없이 보다 나은 이성적 판단을 모색해 왔습니다. 그리하여 민주주의가 독재주의보다는 낫다는 것에는 현재 모든 사람, 전 인류가 명백히 합의한 상태인 거죠.
민주(民主), 즉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생각은 군주 한 사람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생각보다 발전된 생각이란 뜻입니다.
주인은 어떤 사람입니까.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노예와 주인의 차이는 여기에 있지요. 노예는 스스로 생각할 수 없고, 했다고 해도 그 생각을 실행에 옮길 수 없지요.
내가 내 생각의 주인이라는 말을 달리 표현하면 '주체성'입니다.
주체성 있는 대통령이라면 저 따위 계엄을 할 리 없고, 주체성 있는 정치인들이라면 이 따위 야합을 일삼을 리 없고, 주체성 있는 국민이라면 정치인들이 자기들 이익과 입맛에 맞게 파 놓은 구덩이에 무분별하게 빠져들지 않겠지요.
황도수 건국대학교 교수
2020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상임집행위원회 위원장
2017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자문위원
2007~2009 동아일보 독자인권위원회 위원
2006~ 건국대학교 교수
1999~2006 황도수법률사무소 변호사
1989~1999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
1985 제27회 사법시험 합격
저서 : 법을 왜 지켜(2022, 열린생각, 현재 절판, 개정판 2024. 2. 출간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