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원룸 관리비 재판일지(4)
저는 지난 5일, 7만원 짜리 1년 만기 적금을 들었습니다. 왜 하필 5일이며, 왜 하필 7만원이며, 왜 1년 짜리냐고요?
5일은 제가 관리비를 내는 날이고, 7만원은 저의 7평 방 관리비 액수죠. 만기를 1년으로 한 것은 재판 기간을 어림잡은 것입니다. 재판이 1년은 가지 않겠나 싶은 거죠.
그러니까 소송에서 반드시 이기라는 법은 없으니, 졌을 경우에 대비해 관리비를 모아두겠다는 거지요. 만약 지면 한꺼번에 토해내야 할테니까요.
자, 이렇게 대비를 해 놓고 소송을 진행하면서 그 진행 사항을 일지로 세밀히 쓰고, 적절한 때가 되면 재판에서 오간 모든 서류를 공개하려고 합니다. 글로만이 아니고 유튜브로도 하려고 합니다.
왜? 같은 사안으로 고통받는 청년 및 중장노년 저소득층을 돕기 위해서. '깜깜이, 닥치고, 묻지마 관리비'를, '억울해 관리비'를 당신도 이렇게 해결하라고.
우선 원룸이라는 사각지대의 음지 관리비를 정상화하고, 1인 가구나 저소득층의 주거비를 낮출 수 있는 방안을 한 단계, 한 단계 모색해 나가자는 것이 니꺼내꺼 변호사 황도수 교수님과 제가 함께 품은 비전입니다.
용마산에서 내려다 본 집, 집, 집!
서민 대중을 위하는 일을 신아연 작가와 함께 해보자며, 그러기 위해 우선 저의 고통부터 해결해 주겠다며 씨알재단과의 저작권 소송에 이어 제 원룸 관리비 소송을 무료로 해주고 계신 황교수님으로부터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듣는 말이 "서두르지 말고 재판을 즐기라."는 것입니다.
의사는 육체의 병을 고치고, 변호사는 관계(분쟁)의 병을 고친다고 할 때, 의사와 변호사의 대처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누누이 말씀하시죠. 즉, 의사의 행동은 대체로 신속해야 하지만, 변호사는 대개가 느긋해야 한다는. 그러니 즐기라고.
조급증 내지 않고 느긋하게 즐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즐기되 구체적으로 무엇을 즐겨야 할까요.
절차를 즐기는 것입니다. 소장을 넣고, 준비 서면을 올리고, 답변서를 쓰고, 증거자료를 제출하고 이 모든 과정을 즐기는 것이죠. 재판 자체를 즐기는 거죠.
법치주의란 절차를 존중하고 절차를 따라 일을 처리하는 것입니다.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관리비는 낼 수 없다고 하자 집주인이 제게 어떻게 한 줄 아세요? 방을 소개한 부동산을 앞세워 제 방문을 쾅쾅 두드리며 당장 문을 열라고, 당장 방 빼라고 공포의 난동을 부렸습니다.
그 순간 저는 어떻게 한 줄 아세요? 가뿐히 경찰을 불렀죠. 주인 쪽이 "음매, 기죽어" 하면서 단박에 꼬랑지를 내렸을 뿐만 아니라, 한 번만 더 그러면 스토킹 범죄로 처벌하겠다는 경찰의 엄중 경고를 받았습니다.
법치주의 사회에서는 법대로 처리하면 됩니다. 이전투구할 필요 없다니까요. 법으로 깔끔하게 대응하면 된다니까요.
하기사 대통령도 법을 어기고, 대통령이 되겠다고 눈이 벌게 설치는 작자는 이미 전과가 수두룩한, 법치를 장례지낸 비참한 나라의 국민이 법을 말한다는 게 민망하고 옹색하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