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알기 전에 묻고 싶은 것
2021.07.14. 수요일
PaAp LaB 사무실에서 만나다.
중요한 것들은 보이지 않아도 드러난다. 왼쪽 가슴에서 조용히 진동하는 심장소리, 입추를 넘긴 여름밤의 선선한 공기, 단 몇 방울만으로도 개운해지는 냉면의 식초처럼. 파아프에도 그런 존재가 있다. 어제 산 건가 싶을 정도로 항상 깨끗한 흰 운동화와 먼지 없는 검은 티셔츠 차림으로 조용히 팀의 중심을 지키고 있는. 팡이(파아프 사무실에서 함께 하는 고양이)아빠로도 불리는 ㅇㅅ은 인터뷰어에게 가장 정보가 적은 사람 중 한 명이기도 하다. 조금은 점잖게, 때로는 조심스럽게 처음 나눠본 이야기들을 전한다.
초성을 떠올리며 생각한 것 … ㅇㅅ
‘연습’
우리의 삶은 끊임없는 연습이다. 돌아보면 다 연습이다. 지금 하는 일도 전 회사에 있을 때 연습했던 업무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은 이다음에 대한 연습이 아닐까? 전 회사는 어느 정도 성장한 상태였고, 파아프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일의 규모는 작지면 해야 하는 일의 가지 수는 늘어났다. 이것도 연습이라 생각한다.
‘양식’
먹는 것들. 일용할 '양식'이라고 하지 않나. 우리가 하는 일도 양식을 만드는 일이리다. 우리 가족에게 좋은 걸 더 좋은 걸 먹이고 힘나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 개인적으로 맛없는 음식이 없을 정도로 다 좋아한다. 특히 좋아하는 것은 날 음식들, 특히 회. (음식도 ㅇㅅ이네?)
‘용서’
우리가 제일 하기 힘든 것, 반대로 하기는 힘들지만 가장 바라는 것이기도 하다.
사람은 누구나 뜻하지 않게 상처를 입힐 수 있다, 그것이 '죄를 저지르는 것'이 아닐지라도 용서를 구해야 할 일이 세상엔 많은 것 같다.
최대한 용서를 바랄 일이 없고, 최대한 용서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가끔 인터넷으로 유재석 씨의 미담을 찾아보는데, 후배들이 '유재석이 어떻다, 뭐했다 등등' 이야기하는 에피소드를 들어보면 항상 누군가를 용서해주는 사람인 것 같다.
누군가에게 용서를 구한 경험이 나 또한 있고, 용서를 해준 경험도 있다.
용서를 안 받아준 사람도 있었던 것 같지만, 신기하게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 이해가 된다.
'그럴 수도 있겠구나'가 모든 일의 최종 결론인 듯하다.
단어를 듣고 생각한 것들 :
두 가지 단어를 떠올려보았다. 하나는 '상승'이고 다른 하나는 '비밀'이다.
ㅇㅅ님을 보면 건강하고 건전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위를 향하는 것이 반드시 건강한 것만은 아니지만 조용하고 묵직하지만, 이로운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운동을 했던 분인 걸 알아서 그런가.
'상승'
좋은 쪽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이 상승이라고 생각한다.
파아프로 이직하면서 기존 회사의 문법을 따르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했다. 회사는 조직적이고 정해진 카테고리가 있지만, 효율을 추구하다 보면 분명히 놓치는 것이 있다. 그렇다고 완전히 자유롭기만 한 규칙 없는 회사를 만들고 싶지도 않다. 그 중간을 찾아서, 효율적이면서도 열린 문화를 만드는 것이 '상승의 방향'으로 같이 가는 게 아닐까 싶다.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내고 실현하기 위해서는 카테고리와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그렇게 하다 보면 회사도 커지겠지만 팀원 개인들도 같이 상승할 수 있을 거다.
회사라는 곳은 버는 사람만 버는 곳이다.
부리는 사람은 계속 부리게 되고, 일 하는 사람은 계속 시키는 일을 해야 한다.
부리는 사람은 일을 안 하고 돈을 번다.
아주 오랫동안 굳어진 회사의 법칙인데, 이걸 깨는 곳이 될 수 있을까? (그러고 싶다.)
'비밀'
비밀? 왜 질문한 걸까? (웃음)
일부로 숨기고 싶은 것은 없다. 음... 만취상태 정도?
게으른 것도 좋아하고, 열심히 일하는 것도 좋아하는데 꾸준히 하는 건 잘 못 한다.
일주일치해야 할 일이 있다고 하면 3일은 힘들게 하고, 2일은 쉬면서 일하는 리듬이 잘 맞는데,
그걸 잘 안 드러내려고 하는 게 비밀이라면 비밀이랄까?
회사라는 곳은 힘들게만 일 할 수 없는 곳이다.
주 5일 내내 힘들게 하면, 쓸데없는 일도 만들어서 주는 곳이니까.
휴식할 때의 모습이 어떨지 궁금하다.
늘 여유 있어 보이고 삶의 균형이 잘 맞아 보이는 건 기분 탓일까?
주말에 맥주 한 잔 하면서 재밌는 거 볼 때 진짜 '편하다'라고 느낀다.
너무 편하다. 쇼 프로그램 보는 걸 좋아하는데, <무한도전>의 팬이었다. <1박 2일>도 좋아했다.
마음에 걸리는 것 없이 완전히 늘어져있는 순간이 정말 휴식이 된다.
경제기사 찾아 읽는 것에도 취미가 있고, 팡이와 만났으니까 고양이 기르는 유튜브 영상도 자주 보게 된다.
고양이를 처음 키워보는 거다. 강아지는 키워봤지만.
(고양이 육아 고수로 보였는데 처음이라니?!)
다른 파아프의 멤버들처럼, 과거(?)가 있다. 체육을 전공한 걸로 알고 있는데,
ㅂㅇㅅ이라는 사람의 꿈의 변천사가 궁금하다.
대학 때 전공은 체육이 맞고, 운동치료사로 일했었다.
어렸을 때는 축구선수를 꿈꿨는데, 그때도 이미 초등학교 때부터 선수생활을 시작하지 않으면 축구선수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집에서도 반대를 했었다.
중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는 소방관이 되고 싶었다.
흔히 소방관을 3D업종이라고 하면서 주변에서 만류를 많이 하더라.
고3이 되면서 건축과를 지망하게 됐는데, 이과니까.
건축 아니면 기계공학을 전공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수능을 보고 한양대 공대 한군데만 지원했는데, (왜 그랬지 정말) 떨어졌다.
재수를 하게 됐고, 재수를 하면서부터는 이왕 다시 공부하는 거 정말 하고 싶은 걸 하자는 생각이 들어서
체대로 전향했다.
체대 입학 후에는 운동처방사를 꿈꾸면서 열심히 공부했고, 졸업 후에는 병원에서 근무했다.
처음 일하게 된 병원에서 운동처방사를 하는데, 치료보다는 방송을 더 많이 했다.
병원의 매출을 올리려면 병원 원장님이 방송을 해야 한다고 하더라.
당시에 TV만 틀면 나오는 의사가 내가 일하는 병원 원장님이었다.
일주일에 두세 번 방송작가들과 전화하고 방송 일정 잡는 게 처방사로서의 일보다 많았다.
의사들의 인식도 별로였다. 의사들은 운동처방의 역할을 중요하지 않게 생각했다.
월급도 너무 적어서 계속하기 어려운 직업이라 생각했다.
그래도 3년을 일했다.
주변 사람들이 볼 때는 매일 TV에 나오고, 김연아 선수, 손연재 선수를 관리한다고 하니 일이 좋아 보였던 것 같다. 이력서 쓰기에는 좋았다.
다른 동료가 함께 이직을 권유하면서 유관하면서도 무관한 일을 시작했고, 관리업무도 그때 시작하게 됐다. 리조트의 회원 관리직을 맡다가 인사관리를 하게 되면서 여기까지 온 셈.
회사는 이윤추구를 위해 달려야 하는데, 파아프의 이윤추구가 오로지 직원들을 위한 것이라면 좋겠다.
사회적으로 기여하고, 환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전에 직원들이 만족하고 행복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좋겠다.
성격 테스트 결과?
오... 이상순이 나왔는데? 이효리한테 DM 보내야 하나.
결과지를 읽어보니 맞는 부분이 많다.
좋아하는 사람한테 많이 퍼주는 거,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생각하는 거.
약속을 깼다고 부들부들? 아 이건 아니네.
자기소개
파아프에서 경영관리를 맡고 있는 백요섭입니다. 영업은 매출이 목표이고, 마케팅은 많이 알리는 게 목표겠지만 저는 직원들의 삶이 제일 중요한 목표입니다. 회사를 다니면서 만족할 수 있는 생활을 주는 게 시작이고 마무리라고 생각합니다. 이상순 같은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