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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누 Jan 05. 2023

끝까지 쓰는 용기

어떤 글이든 끝까지 써보자.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싶어..."

 

 막연한 바람을 가지고 살고 있다. 인생의 후반전은 조용히 침잠하며, 세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글을 쓰고 싶다고 늘 생각해 왔다. 자극적이고 짧은 동영상이 각광을 받는 이 시대에 나는 왜 글쓰기를 소망하는가? 내가 살아온 삶의 궤적이 투영된 글을 통해 세상에 선한 영향을 주고싶다. 혼란의 시대, 한 걸음 내딛는 것조차 두려운 시대에 희미하지만 따스하게 빛나는 불빛 하나를 남기고 싶다. 

 글에 대한 욕망을 품은지 오래 되었건만 제대로 된 글쓰기를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글쓰기 동호회에서 주최한 강좌에 참석한 적이 있다. 강사가 했던 한 문장이 뇌리에 깊숙히 새겨졌다. 

 "내 이름으로 낸 책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함부로 책을 내는 최근 세태를 안타까워하는 이야기였다. 누구나 글을 쓰고 책을 낼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블로그, SNS,등에 많은 사람들이 오늘도 짧은 글, 긴 글을 쓰고 있다. 그 중에 '읽을 만한 글'은 얼마나 될까? 적어도 읽는 사람의 시간을 빼앗고, 공해가 되는 글을 쓰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 생각이 자리를 잡자, 곧 잘 써내려 가던 글이 막히기 시작했다. 좋은 글을 써야만 한다는 강박이 머리 속 생각부터 손 끝까지 얼어붙게 만들었다.  

"많이 읽으면 좋은 글을 쓸 수 있을까?" 

"글쓰기를 쉬고 생각이 내면에 고이면 잘 써질까?"

그렇지 않았다. 책읽기에 집중해도, 오랫동안 글쓰기를 멈춰도 글쓰기는 쉬워지지 않았다. 오히려 점점 더 크게 자라나는 바위덩어리가 되어 마음 한가운데에 자리잡았다. 

"글쓰기는 품질보다 생산량", "많이 써야 좋아진다.", "남에게 자꾸 보여야 한다."

 글쓰기 주변을 맴돌 던 나를 누군가 툭툭 치기 시작했다. 쓰지 않으면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높은 산도 한걸음 한걸음 옮겨야 정상에 닿듯이, 글도 한글자 한글자 써야만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 그렇게 한편의 이야기가 두편이 되고 세편이 되어야 한권의 책이된다. 뚜벅뚜벅 걸어나가는 동안 근육이 생기고 단단해 진다. 문득 생각했다. 좋은 글은 정형화 될 수 없다. 비뚤빼뚤 써내려간 초등학생의 글에서도 감동을 받을 수 있다. 아무도 보지 않는 글을 쓰면서 모두가 보는 글을 쓰는 것처럼 움츠려 들 필요는 없다.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게만 써보자."

 내가 부끄럽지 않으면 된다. 거짓되지 않으면 된다. 그런 글이면 적어도 한 사람에게는 선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 같다. 몇 달 전 읽었던 정여울 작가의 책이 생각났다. '끝까지 쓰는 용기'. 뜯겨져 던저진 원고지가 수북히 쌓이듯이 내 블로그에는 임시 저장된 글들이 늘 쌓여 있었다. 이제는 나도 용기를 내어보려고 한다. '끝까지 쓰는 용기'. 글쓰기는 여전히 힘들고 지난한 과정이 되겠지만 내 마음과 생각을 쏟아 놓고 예쁘게 만들어 가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즐기는 것으로 삶의 여백을 채워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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