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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누 Nov 18. 2022

대학수학능력 시험을 보는 날

기뻐할 일만 즉시 기뻐하자

늘 유난히 날씨가 추웠다. 대학입학시험이 치뤄지는 날은.... 오늘 2023학년도 대학입학을 위한 수학능력시험이 치뤄졌다. 다행히 쌀쌀한 날씨는 아니었지만 50만명이나 되는 수험생들이 본인도 모르게 어깨를 움츠리고 하루를 보냈을 것이다. 수능을 본지 너무나 오래되었지만 아직도 그날의 기억이 생생하다. 전날밤, 혹시라도 푹 자지 못할까봐 전전긍긍. 오히려 잘 자야한다는 강박때문에 가슴은 쿵쾅쿵쾅 뛰었다. 내 가슴이 뛰는 게 그렇게 생생하게 느껴진 날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시험장 앞에는 수 많은 인파들이 몰려 흡사 어떤 행사장을 방불케 했다. 각 학교의 선,후배들이 나와서 귤이나 따뜻한 음료를 나눠주며 힘차게 응원가를 외쳤다. 자녀들을 응원하는 어머니들은 시험장 교문에 엿을 붙였고, 추운 날씨에도 시험이 끝나는 시간까지 자리를 지키며 기도했다. 

 뉴스에서는 경찰차를 타고 시험장에 도착하는 수험생의 모습이 스쳐갔다. 수십만명이 보는 시험이다 보니 매년 그렇게 지각하는 학생은 사라지지 않는다. 매 시간 시험이 끝날 때마다 실시간으로 시험의 난이도에 대한 소식이 속보 표시를 하고 붉은 글씨로 인터넷 뉴스창에 떠오른다. 아마도 오늘 저녁 바로 정답 해설 방송이 진행되고 수험생들은 자신의 점수를 알게될 것이다. 이어서 주요 대학의 진학 가능 점수가 공개될 때쯤 수험생의 희비가 갈리게 될 것이다. 내일 고등학교3학년 교실에서는 웃음과 눈물이 교차하며 자신의 점수로 지망할 수 있는 대학을 찾느라 분주하겠지. 

 

 우리나라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온 국민의 관심사이다. 메인 뉴스의 주요 꼭지로 다뤄지고 어느 과목의 난이도가 어땠는지 모두가 알게된다. 그만큼 대학에 간다는 것은, 좋은 대학에 간다는 것은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 좋은 대학에 진학하는 것보다 더 나은 삶의 긍정적 변화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우리 모두는 간절하다. 내 아이들을 위해, 아는 사람의 자녀를 위해, 친구를 위해 우리는 모두 기도한다. 교회에서, 절에서, 성당에서 수험생을 위한 기도회가 열린다. 

 길고 험난한 인생길에서 맞이하는 첫번째 중요한 갈림길. 고통스럽고 두렵지만 반드시 지나야만 하는 길 위에 우리 모두는 서있다. 지나온 길을 뒤돌아 본다. 너무나 힘들고 괴로웠던 순간이 아련하게 멀리 보인다. 그때는 왜 그렇게 바보같았는지, 왜 그렇게 두려워 했는지, 이해하기 힘든 내 모습이 보인다. 그러지 않아도 되었을 것을....오늘이라는 시간동안 벌어진 일 때문에 우리는 기뻐하고 슬퍼한다. 오늘이라는 시간동안 벌어진 일 때문에 벌어지지 않은 일까지 상상하며 불안해 한다. 기뻐할 일은 마음껏 기뻐하자. 하지만 슬퍼하고 괴로워 할 일은 내 마음 구석에 잠깐 밀어 놓자. 시간이 지나면 그때 슬퍼했어야 할 일들이, 그때 괴로워 했어야할 일들이 기쁜 일의, 다행한 일의 한 부분으로 변할 수도 있으리니. 기쁨은 받아들이고 슬픔과 괴로움은 잠시 잊어두자. 

 오늘 수학능력시험을 본 50만명의 학생 중에 시험이 끝나고 기쁨을 맛본 학생보다 슬픔과 절망에 빠진 학생이 많지 않았으면 좋겠다. 혹시라도 그런 친구들이 있다면 '아직 모른다'고 꼭 말해주고 싶다. 아직은 섣불리 판단하지 말라고 어깨를 두드려 주고 싶다. 작고 이상하게 생긴 퍼즐 조각이 커다랗고 아름다운 그림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처음에는 알 수 없다. 퍼즐이 완성되고 나면 그 작고 이상했던 조각이 아름다운 그림의 훌륭한 부분이었음을 알게 된다. 우리네 인생도 그렇다. 최선을 다한 수험생들을 모두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다. 모두들 화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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