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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누 Nov 11. 2022

현실의 벽을 넘어

꿈을 이루어 나가는 삶

얼마 전 외국어 고등학교의 특강 요청을 받았다. 강의 주제는 "미래사회와 나의 미래". 난감했다. 강의 주제가 추상적이고 일반적일 수록 할 수 있는 얘기가 많아지지만 한편으로는 무엇을 얘기해야할지 막막해 진다. 강의를 듣는 사람들의 상황을 정확히 모르면 더욱 더 준비가 어렵다. 가까이 와 닿지 않는 일반적인 이야기는 듣는 사람을 졸음에 빠져들게 할 뿐이다. 대학입시를 치열하게 준비하는 고등학생들이고, 특히 자신의 미래에대한 주관이 더욱 뚜렷할 수 밖에 없는 외국어고등학교 학생들이라는 점을 감안해서 고민 끝에 강의 내용을 정리해 나갔다. 

 강의 당일, 생각보다 많은 학생이 참석해서 놀랐다. 준비된 강의실 의자가 모자라 서 있는 학생까지 있었다. 

"어찌보면 식상한 주제인데 왜 이렇게 학생들이 많이 왔을까?" 

내심 좋으면서도 기대에 가득 찬 학생들을 실망시킬까 걱정이 몰려왔다. 역시나 자신의 미래를 좀 더 적극적으로 개척해 나가고 있는 학생들 답게 많은 학생들이 반짝이는 눈빛으로 경청해 주었다. 대규모 강의에서는 늘 있는 일이지만 질문 시간이 되면 아무도 손을 들지 않는다. 그렇게 강의가 마무리 되었고, 짐을 주섬 주섬 챙기고 있었다. 학생 몇 명이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다가왔다. 

"질문 좀 드려도 될까요?"

"얼마든지!"

 학생들의 질문은 모두 비슷했다. 외국어 고등학교 학생들의 꿈은 언론인, 법조인이 가장 많고, 경영, 경제가 뒤를 이었다. 나에게 다가와 수줍게 질문을 했던 학생들은 모두 외국어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이공계 학과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 

"저는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되고 싶어요. 하지만 외국어고등학교를 다니면서 공대로 진학할 수 있을까요?"

"프로그램 코딩을 계속하고 싶은데, 학교를 다니면서 내신을 치열하게 준비하느라 너무 어려워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질문을 던졌던 학생들의 표정과 눈빛이 아직도 선명하게 떠오른다. 너무나 진지했고, 힘들어 보였고, 안타까웠다. 

"저한테 너무나 필요한 강의였습니다. 내신 공부하기도 너무 힘든데 제 꿈을 포기해야 할지 고민이 됩니다." 큰 숨을 들이쉬고, 눈물을 글썽이며 말하던 학생이 있었다. 왜 외국어고등학교에 진학했는지 자세히 물어보지 못했다. 자신의 선택이든, 주변의 권유이든 이미 선택을 하였고, 현실이 되었다.  

 학생들에게 원하는 것을 향해 매일 매일 조금씩이라도 노력해 보라고, 포기하지 말라고 말해주었다. 하지만 뒤돌아 나오는 내내 마음이 혼란스러웠다. 맞는 조언일까? 우리 모두는 살아가면서 이런 상황에 자주 놓인다. 자신 또는 주변의 의견에 의한 선택은 스스로를 부자유하게 만든다. 선택에는 책임이 따른다. 현실의 견고하고 높은 벽 앞에서 마음 속에 꿈틀거렸던 작은 꿈은 줄 곧 사라져갔다. 그리고 오늘 나는 이런 모습이 되었다. 내 삶을 뒤돌아 본다. 

"그때 좀 더 과감했더라면 어땠을까?"

"너무 무모했을까?"

"너무 불안했을까?"

새로운 것을 시도한다는 것은 늘 현재의 것을 내려놓을 수 있는 용기를 요구한다. 그 용기가 새로운 꿈을 꾸게 하고 이루게 한다. 무엇이 현실을 넘어서는 용기를 만들어 낼까? 첫번째는 나의 간절함일 것이다. 얼마나 많이, 절실하게 원하는가. 그 간절함을 얻기 위해 나를 더 많이 알아야 하고 욕망하는 대상도 더 알아야 한다. 간절해 지기 위해 계속해서 스스로 물어야 한다. 

"왜 원하는가?"

"무엇을 원하는가?"

 두번째로 나를 아끼는 사람들의 응원이 필요하다. 강의가 끝나고 다가와 질문을 해주었던 학생들은 그래서 꿈을 향해 한발짝 더 나아간 것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나의 꿈을 말하고, 의견을 구하고, 동의를 얻어내는 것은 꿈을 향해 나아가는 커다란 동력이 된다. 나에 대해, 내 꿈에 대해 좀 더 객관적인 관점을 획득할 수도 있다.  

"괜찮다. 실패해도 괜찮다. 엄마가 얼마든지 도와줄테니 니가 하고 싶은 걸 해봐." 

 

그 학생의 어머니가 이렇게 말해주었다면, 지금쯤 그 학생은 자신이 원하는 방향을 향해 힘차게 나아가고 있지 않을까? 

 현실의 바다 위에 몸을 맡기고 가만히 있으면 힘은 덜 들지만 아무데도 도달하지 못한다. 빠져 죽을 위험을 감수하고 힘차게 움직여야 어디든 도착할 수 있다. 두 팔을, 두 다리를 움직일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시간의 흐름에 밀려 떠다니는 삶은 허무하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나를 옭아메는 현실의 밧줄도 하나 둘 늘어간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아직 늦지 않았다. 오늘 하루는 아직 다 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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