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야 Sep 29. 2021

나는야 작은 우물 안 개구리

호주 이민자의 우물 속

책을 읽다가 너무 격하게 공감되는 글이 있었다.


영어 한마디 제대로 못하는 상태로 시작한 미국 생활은 생각보다 훨씬 짜고 매섭고 차가웠다. 하루에 10시간 이상을 초긴장 상태로 지내다 집에 오면 녹초가 되는 날의 연속이었다. 그렇게 지친 몸을 이끌고 한국 드라마를 보거나 한국 친구를 만나 스트레스를 풀며 마음의 안정을 찾곤 했다. 시간이 흘러 좋은 회사에 취직해서 자리도 잡고 경제적인 여유도 생기고 있었지만, 나의 생활 반경은 내가 떠나온 한국보다 훨씬 좁았다.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말자고 나왔건만, 나는 넓은 바다에 떠 있는 작은 섬 안의 더 작은 우물 속에서 살고 있었다. 바다에 멋지게 적응한 바다 개구리가 되지 못하는 내가 실망스럽고 한심했다.



해외에서 생활하시는 분이라면,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물론 나에게는 매우 격하게 공감이 되었다. 작가분은 나보다 훨씬 영어도 잘하고 똑똑하고 학력도 좋지만 나와 느끼는 건 비슷했다. 그리곤 후에 이어지는 이 이야기는 나에게 매우 위로가 되었다.



그러다 주변의 작은 우물들을 보게 되었다. 나와 비슷한 이유로 넓은 바다로 나온 친구들도 있었고, 비슷한 고민과 생각으로 살아가는 친구들도 만나게 되었다. 그러면서 깨달음이 왔다. 우물 안 개구리가 문제가 아니라, 우물 안에서 불행하게 사는 개구리가 문제였다. 우물이든 바다든 행복하게 살면 된다. 내가 아닌 바다 개구리가 되려고 하지 말고, 바다 개구리가 된 척하지 말고, 그냥 나로 행복하게 살면 된다. 그러면 내가 있는 곳이 어디든 그로 인해 불행해지지 않는다.

                                                                                                              

참고문헌 <생각이 너무 많은 서른 살에게>



수많은 자기 계발 책에 나올법한 그런 내용이었다. 나 자신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나를 사랑하고 행복하게 살자. 그런데 이 글을 읽는 순간 가슴속에 있던 못을 더 세게 망치질해서 박더니, 못을 빼는 법을 알려주는 듯했다.



결혼을 하고 한국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호주로 다시 넘어와서 1년 동안 정말 많은 후회를 했다. 순전히 100프로 내가 원했던 호주행이었지만, 넘을 수 없는 언어장벽들과 이전과는 다른 라이프스타일, 그리고 그런 것들이 나를 기를 죽게 만들었다. 마치 어느 날 갑자기 도시 생활을 벗어던지고 머리를 깎고 절에 들어가서 묵언수행을 하는 그런 느낌이었다.


친구와의 모임, 새벽까지 광란한 밤 보내기, 일 년에 서너 번 해외여행 다니기 등 활발한 나의 라이프스타일과 정 반대의 생활을 하는 게 너무 힘들었다. 거기다 경제적인 이유까지.

근 30년을 아침형보다는 올빼미로 살아오다 하루아침에 일찍 문 닫는 가게들과 슈퍼마켓, 현저하게 좁아진 나의 친구 바운더리를 적응하는 게 여간 쉬운 게 아니었다. 그래서 한국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정말이지 매일 수백 번 찾아왔다. 무슨 핑계를 대서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까.



그렇게 핑계를 찾지 못하고 어찌어찌 5년이라는 시간이 호주에서 흘렀고, 지금은 완전히 달라진 나의 라이프를 즐기고 있다. 그리고 행복하다.

밖이 깜깜해진 저녁시간엔 집에서 영화를 보고, 불을 지펴 바비큐를 해 먹고, 쉬는 날엔 책을 읽고, 휴가 땐 캠핑을 가고, 자연에서 노는 법을 다시 배우고 있다. 한국에서와 의 생활과는 완전히 다르지만 하늘을 보는 시간이 늘어나고, 계절을 오롯이 마주하며 나무와 함께 변화를 느끼고 이 안에서 내가 평생 몰랐던 행복함을 느끼고 살고 있다.


우리 모두 내가 어디에 있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아니 행복하게 사는 법을 우리 모두 깨달을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나만의 방법으로!

매거진의 이전글 호주 사는 부부의 한 달 생활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