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뒤셀도르퍼 Jul 26. 2020

Day 5

of 2 Weeks Project

욕조에는 샤워 커튼이 있다.

살갗에 닿는 느낌이 싫어서 늘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야 했고,

건식 화장실에 물이 넘칠까 더 움츠려야 하는 공간.


호기롭게 사온 생리 컵을 처음 사용한 날.

그녀는 그곳에서 1시간을 머물렀다.

비좁은 화장실에 몸을 욱여넣고

낯설고 새로운 것을 몸에 넣는 중이었다.


룸메이트는 비슷한 모양으로 대체된 유튜브의 여러 튜토리얼을 봤지만

온몸으로 경험하는 것은 다르다고 했다.

그것이 어떤 느낌인지 물어보는 대신에 사진을 찍어도 되는지 물었다.

처음으로 타인의 월경에 동반해 관찰했다.

시작 전 며칠은 평소보다 더 자주, 더 단 음식을 먹었다.


장을 보며 가끔 커다란 과자 상자를 집는 것을 보았는데,

그녀는 이것이 '월경 전 늘 찾는 과자'라고 처음 알려줬다.

눈치 채지 못하는 순간 과자 상자는 사라지는데,

나는 그 타이밍에 시작을 감지했다.

한참을 먹고 난 뒤에는 스스로를 가볍게 질책하는 말을 했다.

그녀의 월경에는 우울함 대신 제어하기 어려운 식욕이 자리했다.


그렇게 집에 있는 초콜릿이 모두 사라지고 나면

그녀의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Day 4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