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내과 의사가 말하는 신장에 좋은 음식 - 채소

by 박준규

우리나라 사람들은 먹는 것에 관심이 많습니다.


인사말로 “밥 먹었어?” 라고 물어보기도 하고 오늘 점심에 뭘 먹을지, 저녁에 뭘 먹을 지가 주된 관심사입니다. 오랜만에 마주친 친구에게 헤어지는 말로 “다음에 밥 한번 먹자” 라고 인사하기도 합니다.


“신장을 좋게 하려면 뭘 먹어야 하나요?”


진료실에서 제가 환자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질문입니다.

그 질문에 저는 이렇게 답합니다.


“좋은 것을 찾아 먹는 것 보다 절제해서 먹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맞는 말이지만, 저에게 항상 많은 진료시간이 있다면 저는 이렇게 설명할 것입니다.


“피 검사상 칼륨이 높지 않은 범위에서, 채소를 적절히 먹는 것이 신장기능 보호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많은 분들은 위 글을 보고 ‘우리 주치의 선생님은 채소는 위험하니 먹지 말라고 했는데 이게 무슨 말이지?’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저도 채소를 피하라고 설명 드리는 환자들이 있는데 주로 혈중 칼륨이 높은 환자들이며, 모든 신장 환자가 채소를 피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환자에 따라 상태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식이 교육도 다르게 진행되어야 합니다. 이 글에서 짧은 진료시간에 미처 다 설명 드리지 못했던 채소와 칼륨에 대해 말하려고 하며, 중요한 이야기인 만큼 꼼꼼히 읽으셔서 완전히 이해하기를 바랍니다.

칼륨은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에 존재하며 특히 채소와 과일에 많습니다. 섭취된 칼륨은 본래 먹은만큼 콩팥에서 소변으로 배설되는데, 콩팥기능이 감소하면 칼륨을 배설하는 능력이 떨어집니다. 채소와 과일을 한번에 많은 양을 먹으면 칼륨이 많이 들어오는데, 배출 되는 양은 적다면 몸에 칼륨이 쌓이게 됩니다. 칼륨이 몸에 너무 많이 쌓이게 되면 몸에 힘이 빠지거나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게 되고, 심한 경우에는 급사할 위험까지 있습니다. 이런 치명적인 결과를 피하기 위해, 의사들은 신장기능 감소가 있는 환자에게 채소와 과일을 피하라고 교육합니다. 이전에는 ‘신장기능이 안 좋으면 채소와 과일은 무조건 피하는 게 좋다’가 상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칼륨이 신장환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 연구하던 중 의외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많은 연구 들에서 채소를 적당량 먹을 경우 신장기능 보호 효과가 있다는 결과가 나온 것입니다. 채소가 콩팥에 좋은 영향을 주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채소의 식이 섬유는 혈당과 지방의 흡수를 늦춰주며 고지혈증 수치를 좋게 만듭니다. 신장은 혈관이 많은 장기로, 고지혈증 수치를 낮추는 것이 신장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2. 채소에 함유된 칼륨은 나트륨 배출을 돕습니다. 더 쉽게 말씀드리면 몸에서 소금기를 빼 싱겁게 먹는것과 같은 효과로, 혈압을 낮춰 콩팥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3. 채소섭취는 장 내에 유익균이 자라게 하며, 이는 콩팥에 좋은 영향을 줍니다.


4. 채소섭취는 산성화된 몸을 중화 시킵니다. 신기능 저하 환자는 몸이 산성화되어 피로하게 되는데, 적절한 채소섭취는 약물만큼 효과적입니다.


이처럼 채소가 콩팥에 좋은 이론적 근거도 확실하며 뒷받침하는 연구도 많이 있으나, 신장내과 의사들은 환자들에게 채소섭취를 선뜻 권유하지 못합니다. 그 이유는 채소를 한번에 과량 섭취해서 몸에 쌓일 경우 나타나는 부작용이 너무 무섭고 치명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내 몸의 칼륨수치가 높지 않은데 무조건 채소를 피하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내 몸의 현재상태를 정확히 알고 신장내과 주치의와 상의하여 내 몸에 맞는 식습관을 길러야 합니다.


칼륨수치가 높지 않다면 주치의와 상의 후 채소섭취를 늘려볼 수 있습니다. 다만 매우 조심스럽게 늘리는 것이 좋습니다. 채소를 섭취할 때에는 물에 30분이상 담가서 먹거나 (칼륨 20%정도 감소) 데쳐서 먹는 것이 (칼륨 40%정도 감소) 좋습니다. 채소 섭취를 늘릴 때에는 매우 소량만 늘린 후, 피검사 결과를 보고 채소 섭취량을 다시 설정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한번에 많은 양의 채소 섭취는 위험을 동반하기 때문에 꼭 피해야 합니다. 저는 진료실에서 한끼 채소섭취량을 ‘급식에서 1인분에 나오는 정도’ 로 권유 드립니다. 또한 채소섭취를 김치와 같은 절임류, 염장류로 섭취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칼륨수치가 높거나, 칼륨이 정상 범위 더라도 정상 상한에 가깝다면 지금은 채소섭취를 늘릴 때는 아닙니다. 칼륨은 채소와 과일에만 있지 않습니다. 과자나 즉석식품, 라면, 조미료, 음료수 등도 칼륨이 많은 식품입니다. 요즘 이런 공장에서 나오는 식품들을 초가공식품이라고 하는데, 초가공식품 섭취는 최대한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 초가공식품에 대해선 다음에 다시 한번 다루겠습니다. 이외에도 우유, 유제품, 견과류 등도 칼륨이 많은 식품들입니다. 식습관을 꼼꼼히 점검하여 불필요한 칼륨섭취를 줄인 뒤 적절한양의 채소로 섭취한다면, 신장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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