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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롱 Aug 26. 2023

2023년 9월 4일

대한민국 교육공동체의 회복을 꿈꾸며


재량휴업일 결정을 앞둔 시점, @@초 학부모회 입장문


신뢰란 이런 것입니다.

우리 @@의 선생님들은 아이들의 학습권을 경시하고 교육하는 의무보다 단체 행동을 우선시하는 이기적인 집단이 아닙니다. 재량휴업일을 지정할 수밖에 없었던 경위와 @@ 교육 공동체가 함께한 결정이지만 교사라는 사명감 때문에 그분들이 여전히 가지고 있을 마음의 짐을 헤아려봅니다.

그날만큼은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교육 환경을 바로 세워달라 소리내려 결단한 선생님들의 고뇌를, 나눠가질 수 없으니, 우리가 어찌할 수 없으니.. 이렇게라도 지지해 드립니다.


우리 아이들의 선생님들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부족함 때문인가 싶어, 또는 동료 교사들이 내게 의지한다는 이유로 혼자 감당하고 삭여왔던 묵은 마음들을, 오늘의 상실 앞에 마음껏 슬퍼하고 풀어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고학년 자녀를 둔 맞벌이 학부모님들의 우려를 이해하고 존중합니다.

우리가 다 같이 결정하였으니 불편함도 걱정도 함께 나누겠습니다. 진심이 닿았으면 합니다. 잠시 후 있을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무난하게 통과한다면, 9월 4일(월)은 재량휴업일이 될 것입니다.

@@초 학부모 공동체는 그 교육공동체 회복의 날을 우리가 우리 아이들을 함께 돌보는 날로 계획하였습니다.


1. 엄마품 돌봄 교실(해당학생)의 운영 시간이 오전 9시부터 13시까지로 변경됩니다. 간식과 점심도시락이 제공될 예정입니다. 해당 학생들의 학부모님들께는 별도로 안내하겠습니다.

2. @@학교사회적 협동조합은 고학년을 대상으로 영화 상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3. 엄마품 마을학교(방과 후)의 원데이 수업이 9시부터 12시까지 개설됩니다. 돌봄 사각지대에 있는 맞벌이 가정의 고학년 학생들을 위한 수업들 중심으로 계획하였지만, 돌봄을 미처 신청하지 못한 저학년 학생들을 위한 수업도 있습니다. 학교종이로 안내가 나갈 예정이며 별도로 증빙서류를 확인하지는 않을 것이나, 맞벌이 가정을 배려하여 오전 중 가정 보육이 가능하신 경우, 신청으로 유보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4. @@초도서관 학부모 봉사자회도 정상적으로 봉사를 할 것입니다. 이에 책놀이터(도서관)가 평소와 동일하게 운영됩니다. 운영시간은 8시부터 16시 30분까지이며, 대출 및 반납도 가능하므로 많은 이용 바랍니다.

※자세한 사항들은 학부모님들의 혼란을 줄이기 위하여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공지하도록 하겠습니다.


@@초 학부모회는 절차에 따라 3 주체가 함께한 우리 학교의 자치적인 결정을 지지하며, 이번 일로 구성원 중 누구도 법과 원칙의 날 위에 있게 되지 않기를 소망합니다.


9월 4일(월)은 우리 @@ 가족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함께 애도하고, 이튿날 우리가 자랑스러워하는 교육 현장인 @@초등학교에서 건강한 마음으로 다시 만나겠습니다.



                                                                                                              2023. 8. 25.

                                                                                           2023학년도 @@초 학부모회장 OOO





 K의 현업은 @@ 초 재직 교사이면서 나와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엄마로서 우린 땡땡초 학부모회 임원을 3년 동안 함께 하게 되었고, K를 알게 된 순간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K를 응원하는 팬이 되어 종종 일상을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서이초 교사의 죽음 이전에도 자신의 일터인 교실에서 자살하는 사건이 셀 수 없이 많았으나 학교 관리자나 교육청 관계자들은 진상조사 따위에는 안중에도 없고 속히 사건을 덮어버리고 은폐하는 일에 능숙했음을 K에게 들을 수 있었다. 또한 이번 9월 4일에 연차 휴가를 내고 집회에 참여하게 되면 분명 중징계가 내려질 것이라는 공문에 많은 교사들이 웅크리는 분위기인데 **초등학교에서는 학부모님들 83%가 재량휴업을 찬성한다고 의견을 내서 재량휴업일이 결정되었고, @@초 학부모회에서는 이 글을 올리고 운영위를 거쳐 재량휴업일이 된 경위를 말해 준 것이다.

한 땀 한 땀 정성스럽게 읽어 내려가는 내내 한 번도 만나 본 적 없는 OOO학부모회장님의 간절하고 진심 어린 마음이 내게 닿아 눈물이 차올랐다.


"교육공동체 회복의 날"

"자치적인 결정"


그 슬픔을 전부 나눠가질 수는 없지만 선생님의 고뇌와 결단을 지지한다는 학부모회장님의 눈물 어린 진심은 충분히 와닿을 수 있는 호소문이었다. 3 주체의 신뢰는 이런 것이라며 앞장서서 돌봄의 사각지대를 꼼꼼하게 메꾸어나가는 엄마품 돌봄 교실과 엄마품 마을학교, 도서관 봉사회까지 총동원하여 힘을 보태는 모습에서 희망의 빛줄기를 본다.


2023년 9월 4일,

그날이 이 빛줄기를 눈부신 희망으로 바꾸는 날이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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