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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롱 Jan 23. 2024

동묘동락 4

수난묘대_중성화 수술

 크림이를 처음 만난 날, 수의사선생님의 주의사항 중에 가정에서 고양이를 키우려면 중성화를 하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을 거라는 말씀의 진의를 확인할 수 있었던 날의 일이다.

평소보다 애교가 많아진 것이라 하기엔 교태스러운  포즈로 요리 발라당 조리 발라당하며 궁둥이팡팡을 강요하기도 하고, 혹여 뭔가 만족스럽지 않은 터치로 끝내는 경우에는 생전 처음 들어봄직한 괴상한 울음소리를 쉼 없이 내며 누군가를 부르는 것 같은 크림이를 보며 이것이 첫 발정이구나 직감하게 되었다.

그에 앞서 크림이의 예방접종이 끝나고 체중이 2.3kg를 살짝 웃도는 즈음 병원에서는 중성화 수술 날짜를 잡아도 좋겠다며 11월 둘째 주 날짜를 예약해 주었지만, 아직 아기아기한 녀석에게 중성화수술은 너무 이르다는 생각에 한두 달 뒤로 수술을 연기해 달라고 미루었던 참이다. 그리고 얼마 안 돼서 발정이 온 크림이는 갑작스러운 몸의 변화에 놀란 듯 제 몸을 스스로도 어쩌지 못하고 자정이 넘는 깊은 밤에도 하울링 같은 낯선 울음을 울어대는 것이다. 그런 크림이를 품에 안고 무작정 수술날짜를 미룬 것에 대한 후회의 감정과 그래도 전신 마취를 해야 하는 수술인데 아깽이가 감당하기에 힘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교차하는 몇 날 밤을 지새우며 결국 병원에 연락하여 수술 일정을 잡은 것이다.

중성화수술은 생후 6개월이 지나고 체중이 2.5kg 이상이면 수술하는데 무리가 없다는 말씀을 떠올리며 남은 수술 일정 때까지 D-day 3주 동안 1일 1 츄르로 살 찌우기 대작전은 성공적이었다.

2023년 12월 4일


가장 작은 넥칼라를 씌우고 수술 준비를 마친 크림이를 보면서 한숨 푹 자고 만나자며 사진도 찍고 애써 태연한 척하며 병원을 나오긴 했지만 커다래진 눈망울을 보니 긴장과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는 듯하여 자꾸만 뒤돌아보게 된다.

수술 전날 밤부터 공복을 유지하고 병원에 입원시킨 시각  오전 10시 30분.

수술이 끝나고 연락 온 시각 오후 4시.

금일 수술과정이 담긴 사진을 보여주시면서 간단한  주의사항과 5일분 항생제가 담긴 조제 약봉투를 챙겨 함께 집에 온 크림이는 어느새 잠이 들었다.

다음날 봉합 부위 소독을 한 뒤 일주일 후 실밥 제거만 하면 된다는 간단한 설명과 달리 일주일 후 다시 찾은 진료실에서는 천천히 실밥을 하나, 둘, 세 번째 제거하는 순간 수술부위가 툭 벌어져 응급 재봉합을 해야 했다.

파티션 너머로 크림이의 고통스러워하는 울음소리가 잦아들 때쯤 당혹스러운 모습으로 크림이를 안고 나오신 수의사 선생님께서는 절대 수술부위를 핥지 못하도록 더 큰 넥칼라로 바꿔주고 또다시 다른 항생제를 5일간 더 먹이면서 경과를 보자고 하셨다. 

 이게 무슨 일이지?

 말로만 듣던 의료사고인 건가, 그나저나 크림이 재봉합 때 국소마취는 한 건지, 머릿속으로는 수만 개 물음표가 뿅 뿅 뿅, 솟아났지만 누구보다 놀라고 아팠을 크림이를 진정시키기 위해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다.

수술도 잘 끝나고 넥칼라도 풀 수 있겠지 하는 가뿐한 마음으로 병원에 동행한 큰아이는 동물병원에서 수술 후 일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하는 그런 케이스가 하필이면 크림이에게 닥친 상황이라는 사실에 너무나 놀라 충격을 받은 눈치다. 크게 놀란 턱이 쉽게 다물어지지 않은 모습으로 가만히 있던 큰아이는 집에 와서야 말문이 터져 아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연락하며 조금 전 벌어진 일에 대해 생중계를 하고 있다.

 더 커다란 넥칼라가 불편하기도 할 텐데 크림이는 집에 오자마자 깊은 잠에 빠져 잠꼬대인지 못다 한 억울함을 낑낑거린다. 그렇게 열흘을 더 지내고 결국 수술한 지 3주 만에 넥칼라와 칭칭 감은 붕대 드레싱을 제거할 수 있었다.

그간 그루밍을 못해서 퍽이나 답답했는지 한참 동안 몸단장을 하던 미묘 크림이는 다시 돌아왔다.

번개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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