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라봄 May 05. 2021

만년 사춘기 K-아줌마의 마음의 소리를 찾아서

엄마 말고 뭐?



  대한민국 공교육 코스에 따라서 큰 의미부여 없이 초, 중, 고, 대학교에 이어서 취업과 결혼 그리고 육아까지 서른일곱 살을 살았다. 아이 넷을 키우며 우울할 틈도 없고 내가 무언갈 하고 싶다고 생각한 틈도 없었다.

  그러다 아이들이 다 교육기관에 가고 손이 가는 육아가 점점 줄어져 가는 그 시점에 내 마음에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너 엄마 말고 뭐할래?”


 오잉? 엄마 말고 뭐하냐고? 크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아이 넷을 키우며 양가 부모님 도움을 받은 적은 열 손가락에 꼽을 정도이고 혼자 쌍둥이 유모차를 밀고 다니며 아이 넷 등 하원 시키고 병원 진료 보고 할 일 다 하고 살았다. (물론 정시에 출퇴근하는 남편이 아니기에 예방접종이나 스케줄 관리가 되는 일은 도움을 많이 받았다)

 아이들과 같이 눈 뜨고 아이들이 잠들면 집안일하고 아이들 자는 와중에도 난 밤잠을 끊어 자며 누군가 깨면 토닥이고 토닥이다 잠들곤 했다.

 그렇게 정신없이 살아온 나는 한 번도 엄마 말고 뭐?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생각해 보면 어려서부터 착한 아이라는 칭찬이 좋아서였을까, 어른들이 원하는 대로 살고, 사회적 잣대에서 옳다고 하는 코스대로 살았다.

 공부에 관심도 재능도 없다는 걸 알았지만 고등학교 입시를 앞두고 내가 관심 있던 요리학교 진학의 꿈은 부모님 반대로 꺾였고 그 후로도 열정 없이 그냥 살았다.

 중요한 게 무엇인지, 내 인생의 주인공이 되어서 알차고 멋지게 살아내는 게 무엇인지, 나는 몰랐다.

 공부 아니면 전문직. 둘 중 하나를 골라서 내 밥벌이를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고 그냥 그랬다. 실제로도 그렇게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내 마음의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귀 기울이고 용기를 낸 결과 내 나이 서른다섯 살에 한국코치협회 코치로 자격을 취득했다.

 아이 넷 등원시키고 왕복 4시간을 오가는 용기. 어리바리 하지만 실습시간을 채워내는 용기. 애들 재우고 지하 주차장에서 시험을 보는 용기. 나를 위해 목돈을 투자할 용기.

 나에겐 큰 용기였다. 이 기준이 누군가에겐 크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나에겐 큰 용기와 도전이었다.


 이 도전의 결과는 내게 큰 성취감을 주었다.

 엄마로 맛 본 성취감이 아니라 무얼 할지 몰랐던 만년 사춘기 류아라가 맛 본 크나큰 성취감.

 그 후로 난 나처럼 삶을 잘 모르는 사람들을 돕겠노라 라이프 코치의 길을 걷는 중이다.

 특히 엄마들이 아이와 남편의 삶의 보조가 아닌 내 삶을 살도록 돕고 있다. 앞으로도 손 잡아 줄 것이다.



 고맙다, 내 마음의 소리야 : )



작가의 이전글 어쩌다 보니 딸넷맘이 되었습니다 :)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