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에 그리는 사랑표현, 밥육아
행복둥지 주방 아줌마 11년 차. 요리를 잘하는 건 아니지만 관심은 많다.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먹는 데 더 큰 관심이 있다고 해야 할까? 여하튼 난 음식에는 진심인 편이다.
어려서부터 맞벌이로 바빴음에도 불구하고 나와 남동생 간식까지 손수 만들어 준 우리 엄마 영향인지, 나도 아이들에게 먹는 것만큼은 잘 챙겨 주고 싶었다.
아이가 넷인 우리 집은 식판을 사용한다.
식세기 이모님도 없고 아이가 넷이기에 나누어 주어야 다툼이 없고, 그나마 싫어하는 음식도 한 번씩은 먹게 된다. 그렇다고 꾸역꾸역 억지로 먹이진 않는다. 억지로 강요하면 싫은 음식이 더 싫어지기 때문에이다. 새로운 것을 마냥 거부하지 않도록 최소 한 번은 권하고 거부하면 다음에 먹자 말한다. 그리곤 다음번엔 같은 재료라도 조리법을 좀 바꿔서 먹인다. 눈치 못 채도록!
누가 눈치 주는 것은 아니지만, 삼시세끼 챙겨 먹이는 게 내 임무이고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살아왔다. 전업맘이니까 밥은 더 챙겨야지 하는 마음이 내 안에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우리 부부는 집안일의 역할이 결혼 초부터 나뉘어 있다. 그중에서도 주방은 내 영역. (화장실 청소는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짝꿍, 고마워) 그래서 더 끼니에 신경을 쓰나 보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기왕이면 예쁘게 담아서 아이들에게 주려고 노력한다. 밥을 잘 먹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밥이 보약이다’라는 말처럼 밥 외에는 아이들에게 특별한 영양제도 없이 키운다. 아이들이 많다 보니 유산균 외에는 영양제를 챙겨서 먹이기도 벅찬 게 사실이다. 한 녀석이 감기라도 걸리면 돌림 노래처럼 옮고 옮기는지라 특히나 아이들의 건강은 잘 지키려고 노력한다.
물론 내가 아이들의 건강을 다 컨트롤할 수는 없다. 아이들이 아픈 걸 다 막아 낼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아이가 아프면 내가 미안해진다.
'아, 그날 옷을 좀 더 단단히 입힐 걸. 목욕하면서 추웠나. 밤에 이불을 좀 더 두꺼운 걸 덮어 줄걸.'
참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아이들이 건강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밥을 준비한다. 나는 밥에 사랑 한 스푼, 엄마표 보약을 넣는다.
우리 집은 다둥이라 엄마의 사랑을 더 느낄 수 있게 식탁을 차린다. 메뉴를 정하기 전에 아이들에게 먹고 싶은 반찬을 묻는다. (물론 짝꿍이 먹고 싶은 반찬도 묻는다) 아이들이 답하는 반찬을 토대로 식판을 채운다. 그래서 비슷한 반찬이 돌고 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가 내가 좋아하는 반찬을 해줘서 기쁘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아주 가끔이지만 혼자만의 식탁을 차려주어야 할 땐 사랑을 더 느낄 수 있게 노력한다. 온라인 수업하는 날, 혼자 점심을 먹을 때, 생일날, 소풍 갈 때. 가능한 사랑을 담아 식탁에 표현한다.
사실 평소에는 넷을 한 번에 보기에 사랑이 25%처럼 분산되는 경우도 없지 않다. 그것을 알기에 노력 중인 것 중에 하나이다.
오늘도 뭘 차릴까 고민스럽지만, 난 사랑 한 스푼 추가해서 밥을 차리러 간다. 엄마사랑 MSG 톡톡.
사랑 한 스푼을 먹고 아이들이 이 세상을 살아가다가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엄마의 사랑을 느낀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
그루들아 오늘 더 사랑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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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그루, 두그루, 세그루, 네그루
딸아이 넷을 나무 부르는 단위인 그루로 부릅니다.
나무처럼 아이들은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존재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