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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en Mar 04. 2017

지금, 당신 앞의 사람

어제는 지났고 내일은 모르니...

가장 중요한 때는 지금이고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이며 가장 중요한 일은 그 사람에게 선을 행하는 것이다

- 세 가지 물음 | 톨스토이 -



소속된 곳이 없다. 아울러 정기적인 모임도 없다. 일부러 사람의 밀도를 낮췄다. 홀가분하기도 허전하기도 하다. 사람이 채워주는 깊이는 대체제가 없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가 그렇듯이. 그래서일까? 지인들에게 주기적인 안부를 묻고 시간 맞춰 만난다. 맞다. 과거 알던 이들, 오래 알아온 이들.


시간이 지나면 안부는 뜸해지고 만남도 줄어든다. 당연한 거다. 삶의 궤도가 달라지면 나눌 것도 준다. 알고 지낸 기간이 길어도, 함께 나눈 경험이 특별해도, 서로를 다독이며 너 밖에 없다 해도 모두 과거다. 그 순간이 강렬하고 간절했어도 천년만년 가겠나.


시간과 생활 반경이 달라지니 마주치는 사람도 바뀐다. 몇 년을 얼굴도 모르던 경비 아저씨를 자주 본다. 안면이 생기니 안부도 오간다. 문득 엉뚱한 생각이 스친다. 매일 보는 경비 아저씨와 멀고 뜸한 지인. 누가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는 걸까? 지금 내게 누가 더 소중한 걸까?

누구나 경비 아저씨보다 지인이 더 소중하다. 당연하지!!! 나와 각별한 인연 아니던가. 그 인연이 과거였고 지금은 드물어도 바뀌지 않는다. 그런데 만약 지금 당장이라면? 멀고 뜸한데 지금 당장 어떤 의미? 이러면 좀 달라진다.

사람을 옆에 두라고? 글쎄다. 나도 변하고 상대도 변한다. 마음이야 그대로라도 둘러싼 상황이 변하기도 한다. 그 모든 변화에 그 자리에 그대로? 무리다. 변한다는 건 살아있다는 증거다. 이거 인정 못하는 것이 집착 아니던가. 특정인만 고집하다 보면 자연스레 집착으로 이어진다. 관계를 지옥으로 바꾸고 싶다면 집착이 최고의 방법일 거다.


사람 밀도가 낮아지니 비로소 마주치는 개개인이 눈에 들어온다. 평소라면 모른 척 지나치고 건네는 관심이 귀찮던 그 사람들. 덕분에 사람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본다. 아무리 각별해도 지나면 추억이고 별날 거 없어도 지금 내 앞에 있으면 중요하지 않을까라고.


이러면 어떤 이를 마주하더라도 전과 좀 다르다. 담장이 낮아진다고 할까. 낮아진 경계는 여유를 부른다. 친절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어제도 내일도 오늘만큼 중요할까. 오늘, 지금을 공유하는 사람은? 소중하겠지. 그러니 당연히 집중한다.


특정인을 찾는 동안 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무심하고 괴팍하게 지나쳤던가. 내 시간의 상당수는 이들에게 물려있을 텐데. 오늘, 지금 내 앞에 있는 이에게 친절한 거. 그걸 잘 쌓는다면 애타게 찾는 지인의 몫 이상 따뜻하게 해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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