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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라냥이 Apr 25. 2024

시험 감독 들어갔다  같이 써보는  내 인생 답안지

4월의 바람처럼  꽃처럼  우리 행복하자

사각사각.... 조용한  교실에   사각대며  

열심히   하얀 답안지에  글을 써 내려가는   소리만   들린다.  


열심히  골똘히   머리를  쥐어짜며   중간고사   답안을 작성하는   녀석들을   바라보며  

20여 년 전  내 모습이  떠오른다.  

그래.. 나도 저랬던 때가 있었지... 

어른이 되면  시험도 평가도 없겠지 했지만

인생은  끝없는 평가와  시험의  연속이란 걸...


한 치 앞도 안 보이던   어두컴컴 한   동굴 속에서

저 앞에  희미하게  비추던   빛의 흔적을  따라  걷고 또 걷던  그때....

지리와 세계사와   역사 과목이 좋아서

이  학과에 가면    세계 여행은   자주 다니겠다   싶어서   선택했던   

문화인류학이란   생소한  학문.  

신입생  환영회에서  자기소개할 때   40명의 동기 녀석 중  10명 도 넘게   

' 인디애나 존스 '를 보고   감명받아서   고고학자 가 돼서   유물을 발굴하고 싶어 왔다던  

 그 지겹던   자기소개를  4년  넘게 들으며  

땅도 파고  삽질도 하고   남쪽 바닷가의 씻김굿도 보러 다니고

수첩에  할머니들 이야기도  열심히  받아 적으며  그렇게  대학 4년을  보냈다.


학과 과목 중   흥미로울 거라 생각했던    고고학은  사실   과학이었으며

생물과  지구 과학만   깔짝거리던   수포자에겐  

탄소 연대나   측량, 수치 계산이  필요한  땅 파기는   공염불이라  

실습 시간에  만든  돌도끼는    내 인생 최악의  점수를 받고  선사 시대 고 인류 선조들도

하품할만한   조악한 퀄리티라는   평을  교수님과  동기들에게  들어야 했다..


대신  나는   외부 강사였던 선생님이  강의하는  

' 영상 문화론'  '다큐멘터리  실습'  같은 과목들이   너무 재밌었는데

영상에   내가  직접  글을  입힌다는  사실이  그리  신나고  흥분되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90년대  당시  인기 많았던   학과였던    '광고 홍보학'  과가 있는 몇 안 되는 학교였기에

그 광홍 과의  수업은  좌다 신청해서  다 들었다.

광고 카피론,  광고 제작 실습  등등..  미디어 비평 등

영상과 내레이션 작업만큼   내게 신나고 재밌는 일이  없었다.

아마도 영상 위에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글로   덧 입히는 것에

짜릿함을 느꼈었나 보다

결국   그렇게   졸업 후   방송 작가가  되었고  

글을 쓰다     또  아이들을 가르치는   직업을  가질 거라  

상상도 못 했지만...


글을  쓴다는  건   뭘까...

힘들게  걸어온  길에서   바위  위에   

잠시  걸터앉아   맞는    시원한 바람처럼

나를  위로하고

나를  돌아보며  맞는  아주 작은  안식 같은 건지  모르겠다.


누군가  내 글로 인해   따스함을 느끼고

그래.. 잘하고 있어   그러니  

지금처럼만  잘  걸어가자  

느낄 수 있다면   그걸로  되었다.


정해진 답 대신  자기 생각    적느라고  피곤했을  

예쁜   아이들아,    오늘 하루는   집으로 돌아가며    

꽃도 보고   4월의  바람도   맞으며   

손가락 사이로   봄날의   간질 한  바람을  느껴보렴.  

5월이  오면  다시없을   오늘의  바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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