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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 정원사 Dec 03. 2024

큰오빠, 나의 든든한 울타리(2)

*큰오빠를 위한 마지막 도시락


어느 날, 그 든든하던 큰오빠에게 말기 암이라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내 가슴은 철렁 내려앉았다. 언제나 강하고 든든하던 오빠, 우리 집안의 기둥이자 나의 울타리였던 오빠가 이제는 병상에 누워 다른 누군가의 보살핌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너무 힘들었다. 


서울의 큰 병원에 급히 입원하게 된 오빠에게는 곁에서 지켜줄 보호자가 필요했지만, 올케언니는 지방에서 아이들 학교 문제로 쉽게 올라올 수 없는 상황이었다. 마침 나도 딸아이의 고등학교 진학 문제로 직장을 쉬고 있던 터라, 주저 없이 오빠의 간병을 맡기로 했다. 아니, 어쩌면 이젠 내가 보호자가 되어 오빠를 챙겨주고 싶었다. 언제나 자신의 삶보다 가족을 먼저 챙겼던 오빠에게, 이제는 돌려줄 차례라고 생각했다.




매일 새벽이면 부엌에 서서 오빠를 위해 도시락을 쌌다. 정성껏 준비한 밥과 반찬 한 가지 한 가지에, 오빠가 조금이라도 힘을 얻고 건강을 회복하기를 빌었다. 그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음식을 만드는 일 밖에 없다는 게 안타깝기도 했지만, 또 그만큼 간절한 마음을 담아 준비했다. 그 도시락이 오빠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있기를 바랬다. 그리고 내 기도로 인해 오빠가 빨리 좋아지길 간절히 바라면서 정성을 도시락통에 꾹꾹 눌러 담았다.


매일 출근하는 사람처럼 지하철을 몇 번이나 갈아타고 오빠가 입원한 병원까지 가는 길은 고단했지만, 신기하게도 힘들다는 생각보다는 뿌듯함이 더 컸다. 내가 싸 간 도시락을 한 입 한 입 천천히 비워갈 때마다, 무언가 소중한 일을 하고 있다는 뿌듯한 마음이 차올랐다. 


그 순간은 마치 엄마 새가 아기 새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는 듯했으며 오빠의 건강을 책임지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리고  힘없는 오빠에게 음식을 먹일 때마다 천천히 입을 벌려 먹는 그 모습이 너무나 애틋하고 안쓰러웠다. 내 손길을 통해 정성과 마음이 그의 아픈 곳을 조금이라도 덮어주길 원했다. 오빠가 천천히 한 입 한 입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면서, 비로소 오빠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이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고마운 것인지 깨달았다. 그동안 우리 가족을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쏟고 희생해 왔는지를 돌아보며, 그에 비하면 내가 하는 일은 너무나 작지만 지금 이 순간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


그렇게 도시락을 들고 오빠의 병실을 오가는 날들이 이어졌다. 오빠는 도시락을 맛있게 비우면서도, 매번 "힘들 텐데 너무 애쓰지 마라"며 오히려 위로해주며 미안해했다. 내가 만약 오빠와 같은 처지라면 나 또한 가족들에게 그런 마음이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시간이 나와 오빠에게도 얼마나 소중한지 알기 때문에 우린 견뎌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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