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오빠, 나의 든든한 울타리(3)
*빈자리에 남은 따뜻함
도시락에 들어간 모든 재료는 오빠의 기운을 북돋기 위해 하나하나 정성껏 고른 것들이었다. 이른 새벽, 부엌에서 야채와 과일을 다듬으며 속으로 조용히 기도했다.
"이 해독주스가 오빠의 몸에 들어가 조금이라도 아픈 곳을 치유해 주기를."
오빠가 그 주스를 마시며 한 모금씩 입가심할 때마다 내 기도가 오빠의 몸에 닿기를 간절히 바랐다.
매일같이 병실에 도시락을 챙겨 가며, 언젠가 오빠가 조금씩이라도 나아지기를 바라는 희망을 품고 우리 가족들은 곁을 지켰다. 내가 바쁜 날에는 남편이 대신 도시락을 들고 출근길에 병실로 향했다. 그 작은 손길들, 작은 정성들이 모여 오빠가 조금이라도 편안해지기를 바라는 우리 가족의 간절한 마음이었다. 하지만 우리의 간절한 바람에도 불구하고, 오빠의 상태는 점점 더 악화되었다.
그리고 어느 날, 의사 선생님은 더 이상 서울에서의 치료가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오빠는 엠블런스를 타고 자신이 살고 있는 곳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두 다리로 멀쩡하게 걸어서 서울로 올라왔던 오빠였건만, 몇 달 만에 스스로 일어서지 못한 채 누운 채로 돌아가게 된 것이다.
오빠를 엠블런스에 태워 보내며, 동생과 함께 그 자리에서 한참을 울었다. 그가 떠나며 남긴 빈자리, 그리고 우리 마음속에 밀려오는 허탈함과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하지만 미련과 후회는 없었다. 우리 가족은 오빠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기 때문이었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오빠는 하늘의 별이 되었다. 그 마지막 순간에 곁을 지키지 못했다는 사실이 지금도 마음 아프다. 마지막 인사를 하지 못한 채 떠나보낸 오빠를 생각하면,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아려온다. 오빠의 떠난 자리는 우리 가족 모두에게 큰 상처로 남았다. 평생 곁에 있을 거라 믿었던 그 든든한 울타리가 순식간에 사라져버린 듯한 상실감은 지금도 여전하다. 특히 아버지의 슬픔은 더욱 깊었다. 엄마에 이어 오빠마저 떠나고 난 후, 아버지는 삶의 기둥이 무너진 사람처럼 보였다. 평생을 가족을 위해 강하게 버티며 살아오신 아버지가 이제는 그 힘을 잃고 조용히 주저앉은 듯했다.
오빠의 빈자리는 우리 삶에 깊은 구멍을 남겼고, 나와 우리 가족 모두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상처로 남아 버렸다.그때, 매일 새벽 도시락을 준비하며 오빠의 곁을 지켰던 시간이 이제는 더없이 소중한 추억으로 남았다.
그가 한 입 한 입 도시락을 먹으며 나를 향해 미소 지어주던 모습이 그립다. 그리고 "고맙다, 힘들지 않냐"고 오히려 걱정하던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하다. 오빠는 여전히 내 삶의 든든한 울타리로 남아 있으며, 추억 속에서 나를 위로하고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