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행요 Sep 14. 2021

여행을 왜 좋아하세요?


2013년 7월 27일. 처음 혼자 국제선 비행기에 몸을 실었던 날이다.

그로부터 8년간 방학만 되면 어디론가 떠났고, 결국에는 학교를 쉬면서까지 여행을 다니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런 나의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에게 종종 이런 질문을 받곤 했다.


"여행을 왜 좋아하세요?"


처음엔 허세와 자기 방어를 반반 섞은 대답을 했다.

"여행을 다녀오면 배우는 것도 많고, 일상에서 몰랐던 나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잖아요."

그런데 이 대답에 대해 언젠가 곰곰이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정말 나는 그래서 여행을 떠난 걸까?

결국 스스로 내린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아니다"였다.


나는 그저 좋아서 갔을 뿐이다.

그냥 그곳이 너무 궁금해서, 가면 재밌는 일이 벌어질 것 같아서. 그래서 갔다.

그런 마음을 견딜 수 없어서, 나도 모르게 이끌리듯이 대학을 다니는 내내 학기 중엔 돈을 모으고 방학은 여행지에서 보내고 돌아오는 생활을 반복했다.

그렇게 13개의 나라를 180일 동안 여행했다.


그럼 다시 한번 나에게 질문을 던질 수 있다.

나는 언제부터 그런 마음이 들었나.

시작은 고등학교 1학년 시절이었다. 공교롭게도 나의 20대를 완전히 바꿔놓은 180일의 여행이 시작된 계기는 한 영화에서부터였다.


<부에나 비스타 소셜클럽>이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쿠바 하바나에서 아주 오래전 '부에나 비스타 소셜클럽'이라는 전설적인 클럽이 있었다. 그러나 쿠바 혁명 이후, 그곳에서 명성을 떨치던 뮤지션들은 뿔뿔이 흩어져 음악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었다. 구두닦이가 된 사람도 있고, 이발사가 된 사람도 있다.

그로부터 50년이 지난 1995년, 우여곡절 끝에 그들이 한자리에 모이게 되고 '부에나 비스타 소셜클럽'이라는 명반을 탄생시킨다.


영화의 주 무대인 쿠바의 수도 하바나는 말 그대로 시간이 멈춰버린 도시 같았다.

50년 된 자동차가 아직 도로를 달리고,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과는 달리 그곳에서는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듯했다.


영화를 처음 볼 당시, 나는 '한국 고등학생'이었다.

어느 나라보다 더 빠르게 변화하며 그 변화를 따라가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로 가득 찬 나라에서 살아온 나에겐 충격적인 풍경이었다.


그렇게 생전 처음, '가고 싶은' 나라가 생긴 순간이었다.

"언젠가 나도 저기에 가볼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으로 시작된 바깥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나를 그렇게 몇 번이고 낯선 도시로 데려다 줄 거라는 사실을 그때는 미처 몰랐다.

 

나의 여행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