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다 함께 여름! (2020) 리뷰
프랑스의 어느 여름밤, 펠릭스(에릭 낭트 슈앙)는 우연히 만난 알마(아스 마메 사우 덴)와 하룻밤을 보낸다. 이후 알마는 가족과 함께 남프랑스로 여행을 떠나버리고, 알마를 잊지 못한 펠릭스는 슈퍼 마켓에서 일하는 친구 셰리프(살리프 시세)와 함께 무작정 그녀를 쫓아가기로 마음먹는다. 펠릭스와 셰리프는 마마보이 에두아르(에두아르 술 피스)의 차를 얻어 타게 되는데, 시작부터 티격태격하더니 그만 차가 고장나버린다. 차를 고치는 동안 근처 캠핑장에 자리 잡게 된 세 사람은 각자의 방식대로 휴가를 즐긴다. 알마를 만난 펠릭스는 기대와 다른 알마의 반응에 실망하고, 셰리프는 아기 엄마 엘레나(아나 블라고예비치)와 오붓한 시간을 보낸다. 이들의 대환장 여름날은 어떻게 지나갈까?
여름날 캠핑장 이야기 시작이다.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열리는 첫 장면에서 축제의 광경은 더없이 싱그럽고 흥이 난다. 한밤의 도시에 수많은 익명의 사람들이 한데 모여 춤을 추고, 흘러나오는 노래가 그들을 하나로 묶는다. 어색하게 주변을 서성이며 지켜보던 두 주인공 펠릭스(에릭 난 추앙)와 알마(아스마 메사 우덴)어느 순간 춤추는 군중 사이로 들어가 춤을 춘다.
보는 내내 약간 대 환장인데?라고 생각했던 영화다. 다만 보는 내내 입가에 웃음이 띄었다. 보면 소소하게 행복해지는 영화다. 정말로 딱 가벼운 소동이라는 단어로 표현할 법한 사건들로 이루어진 여름날의 휴가지만, 이상한 웃음과 행복과 감동 같은 게 자연스럽게 서린다.
과욕적으로 웃기려 들지 않아도 피식케 하고, 상황을 애써 몰아붙이거나 개연성을 면밀히 신경 쓰지 않아도 몰입하게 만든다. 정해진 일정과 계획으로부터 벗어나 마음대로 걸음을 옮기는 여행처럼, 자유로움이 느껴진다.
영화 <다 함께 여름!>의 여행은 지나가는 풍경에 반응하는 기록이다. 장면의 시작 지점에 자연과 풍경이 있고, 카메라가 움직이면 그 영역 안으로 인물들의 시선이 들어온다. 이 연결로부터 하나의 사건, 하나의 방향이 만들어진다.
또한 영화는 여러 사람이 모이고 또 흩어지는 무작위의 현장 한가운데서 지워지지 않는 순간을 기록한다. 예측할 수 없는 우연과 모든 방향으로 열린 사건의 잠재성이 그곳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낯선 마주침이 뒤섞이는 장소에서라면 누구든 자유롭게 나타나고 또 사라지며, 우리는 서로를 잘 모르지만,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에 대해 친밀감이 느껴질 것이다. 친밀감이 더 깊어질 수도 있고.
‘다 함께 여름!’에는 도드라지는 줄거리는 없다. 이 영화를 간단히 설명한다면, '한바탕 여름날'이라고 말할 수 있다. 특별한 이야기를 담고 있지 않아도 뻔하지 않다. 전형적인 상업영화의 클리셰로 빠질 수 있으나, 잔잔한 시각으로 담백하게 인물들과 이야기를 그려낸다. 이게 이 영화의 매력이다.
영화 <다 함께 여름!> 속 청춘들의 만남은 계속 어긋나고 실패한다. 영화가 끝난 후에도 이들의 미래는 여전히 불안하고, 고민은 하나도 해결되지 않는다. 어쩌면 내일은 더 씁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영화는 다가오지 않은 미래를 고민하는 대신 눈앞에 주어진 감정에 솔직할 수 있도록 따뜻한 시선으로 이들의 현재에 동참한다.
한바탕 여름의 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