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레인보우:나의 사랑 (2017) 리뷰
1944년 제2차 세계대전 중의 이탈리아, 반(反)파시스트 운동을 펼치는 파르티잔 청년 ‘밀톤’(루카 마리넬리)은 고향 근처에서 임무를 수행하다 사랑하는 여인 ‘풀비아’(발렌티나 벨레)가 살던 집을 지나가게 된다. 관리인으로부터 ‘풀비아’와 자신의 절친한 친구 ‘조르조’(로렌조 리첼미)가 남몰래 만나던 사이임을 듣게 된 그는 당사자에게 직접 진실을 따져 묻고자 하지만, 마찬가지로 파르티잔인 ‘조르조’는 마침 그날 파시스트 군에 잡혀간 상태다. ‘밀턴’은 그와 포로 교환으로 맞바꿀 파시스트를 잡고자 고된 여정을 시작한다.
1943년 이탈리아 북부 피에몬테. 제2차 세계대전으로 혼란스러운 정세 속에, 이탈리아에선 무솔리니가 파시스트 공화국을 세우면서 민족간 이념대립이 확산된다. 뜻있는 이탈리아 청년들은 의용군 파르티잔을 조직해 무솔리니에 대항한다. 영문학에 정통한 문학청년 ‘밀톤'역시 총을 들고 파르티잔으로 활동 중이다. 밀톤은 한때 피에몬테의 별장에 머물며 자신과 음악과 문학으로 교감한 '풀비아'를 마음 깊이 사랑했다.
하지만 밀톤이 고백하기 전에 풀비아는 고향으로 떠났다. 그리고 밀톤은 뒤늦게 풀비아가 자신의 친구 조르조(로렌초 리첼미)와 남몰래 만나왔다는 얘기를 듣고 괴로워한다. 밀톤은 조르조를 만나 사실을 확인하려 하지만 조르조는 파시스트에게 잡혀간 상태. 파시스트를 생포해 조르조와의 교환을 계획하지만 그조차 뜻대로 되지 않는다.
밀톤은 풀비아와 함께 했던 날들을 회상하며 기억에 잠긴다.
영화는 전쟁 속에 사랑의 문제에 몰두하는 한 인간의 실존적 고민에 집중한다.
전쟁 도중 포로가 된 조르조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밀톤을 따라가며, 우리는 그를 둘러싸고 있는 전쟁의 참혹함과 그의 마음 속에서 몰아치고 있는 풀비아와 조르조에 대한 기억이 뒤죽박죽된 밀톤의 상태를 보고 따라갈 수 있다. 또한,영화는 전쟁의 긴박감, 무고한 사람들의 죽음을 그리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따스한 이탈리아 햇살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보낸 시간, 그리고 그녀 곁에 있던 절친에 대한 복잡한 감정을 회상하는 밀톤의 심리가 있다.
영화는 자욱한 안개라는 시각적 요소를 통해 현재와 과거의 전환 그리고 밀톤 시점의 흐릿하고 혼란스러운 세상을 그린다. 밀톤이 무슨 행동을 하는지, 영화속 장면에서 안개가 얼마나 자욱한지로 관객은 밀톤의 심리를 일정 부분 유추할 수 있게 된다.
군사적 임무에 집중할 때는 영화 장면이 선명하며, 과거 회상에 빠져있을 때는 씬이 아련한 필름 빛이 난다. 그리고 과거에 대한 생각으로 마음이 사로잡혀 현재를 거닐고 다닐 때는 안개로 한치 앞이 안 보인다. 이런 방식의 연출은 분명 주인공에 대한 이해를 도우면서도 몽환적인 느낌을 주며 방황하는 주인공의 심리를 잘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영화는 강렬하면서도 차분하다. 이러한 영화적 분위기는 후반부에 깊은 여운을 남긴다. 처음부터 강하게 나가는 영화가 아니라 감정이 천천히 아로새겨지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