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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종대 Sep 11. 2021

그때 그 말 3

전주비빔밥 주세요!

전주비빔밥 주세요!


앉았다.

전주터미널 맞은편 식당에 들어갔다. 이번 주 비빔밥이 아닌 전주비빔밥을 주문했다. 놋그릇에 담긴 비빔밥이 나왔다. 밥을 숟가락으로 막 비비기 시작할 때 맞은편 자리에 여자 한 명이 앉았다. 의외였다. 십 여 개 식탁 중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손님이라곤 나와 일곱 살 남짓 아들과 엄마가 전부였다. 빈 식탁이 대부분인데 하필이면 내 앞에 앉다니…… 내가 앉은자리는 식탁을 두 개 붙여놓은 자리다. 번호로 설명하면 내가 1번 자리에 앉았고 그녀가 맞은편 3번 자리에 앉았다.    


불편했다.

그녀의 눈길이 비빔밥을 비비고 있는 나의 손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잠시 후 그녀가 주문했다. 

“전주비빔밥 주세요” 

아무래도 눈앞에 보이는 음식이 영향을 미친 모양이다.    


궁금했다.

아저씨 혼자 앉아있는 자리 맞은편에 용기 있게 앉은 그녀의 얼굴이 궁금했다. 다른 곳을 보는 척하면서 슬쩍 보았다. 20대 후반 아가씨로 보였다.    


무거웠다.

낯선 아가씨가 코앞에서 밥숟가락 움직임을 계속 쳐다보고 있으니 숟가락이 너무 무거웠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소화불량에 걸릴 확률이 100%이다. 마음속으로 주문을 외웠다.

“가세요 가세요 다른 자리로 가세요!”


통하지 않았다.

흐트러진 내공 탓인지 아니면 주문이 약한 탓인지 통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쫌 쌘 주문을 마음속으로 외웠다.

“가라 가라 다른 자리로 가라!”


통했다.

역시 쌔게 해야 통한다. 아가씨가 자리에 일어섰다. 사각지대인 뒤편 자리로 이동했다.

“휴우~”

무거웠던 숟가락은 가벼워졌고 예상되었던 소화불량은 거의 해소되었다.


궁금했다.

타지에서 오늘도 이렇게 한 끼를 해결했다.     

이 험한 세상에서 그 많은 자리를 두고 하필이면 50대 아재 앞자리에 앉은 그 아가씨의 패기가 궁금했다.   

 


                                                   2017년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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