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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시환 Aug 29. 2022

[AFTER WO] 8월 영상 작업 후기

AFTER WO

https://youtu.be/w9x7jDEp3z4

copyright. 우시환




우연하게 해 질 녘 영상을 많이 찍었다. 해 질 녘 영상이 별로 없어서 9월이 돼야 영상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가, 밤에 할 일 없어 찍어놓은 영상을 이어 붙으니 꽤 양이 되었다. 우연찮게 모아놓은 영상들을 보니 해 질 녘 = 낮을 보내고 밤이 시작됨 = 여름을 보내고 가을을 맞이하자! 혼자 이런 의미 부여하게 되었고, 첫 지하철 영상은 이제 가을의 시작을 알리고, 두 번째 지하철 영상은 '고맙습니다'로 끝나니 여름을 보내는 걸로 하면 좋겠다, 그리고 8월 말, 입추와 처서가 지났고, 2022 여름을 보내는 게 어떨까 싶어서 영상을 만들게 되었다.


copyright. 우시환

이번 인트로는 August가 아닌 'Passing Summer'이다. 늦여름을 나타내고 싶었다. 생각했던 대로 사전적 정의로는 Late Summer가 맞았지만, 조금 더 검색해보니 '늦여름'이라는 영화 제목은 Passing Summer였다. 후자가 더 마음에 들었고, 직역하면 <여름을 통과하며>, <여름을 보내며>가 되어서 영상의 주제와 더 알맞지 않을까 싶어서 Passing Summer로 뚜둥! 하고 정했다. 그리고 저 나무길은 본가 가는 길에 자전거를 타고 가면 볼 수 있는 길인데, 오후 4,5시면 저렇게 햇빛이 나무 사이를 통과한다. 좋아하는 풍경 중 하나다. 이렇게 Passing Summer로 영상을 시작하며, 청량리역 근처에서 약속과 볼 일을 다 보고 건물 밖으로 나오니 핑크와 보랏빛 구름이 펼쳐져 있었다. 찍지 않을 수 없었다! 지명이 없는 영상, 지명이 살짝 걸쳐진 영상, 지명과 하늘이 모두 보이는 3가지 영상을 찍고 제일 마지막 영상을 고르게 되었다.


copyright. 우시환

지난번 영상에 이어 등장한 우리 집 세탁기다. 밥을 먹다가 남은 세탁 시간이 1시간 11분이어서 이걸 찍으려다가 1분이 지났다. 1:11을 찍지 못해 아쉬워서 어떻게 할까 영상을  갖고 있다가, 1분 10초쯤 이 영상을 넣자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영상의 주제가 정해지면서 시간이 지남 = 계절도 지남, 여름이란 계절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게 됨을 나타냈다.  이다음에 이어진 나무와 잔디도 역시 좋아하는 여름 풍경 중 하나다. 오후 5시쯤 나른한 햇빛이 나무나 풀잎을 비추면 그림자가 생기는데, 그걸 좋아한다. 푸르른 여름엔 그림자도 짙고 잎도 더 푸르다. 본가 근처 신축 아파트는 엄청 높아서 고개를 높이 들어야 꼭대기층까지 볼 수 있다. 고층 아파트 사이사이로 보이는 그림자는 괜스레 기분이 요상해진다. 아파트 1층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방충망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은 따뜻하고 아련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아파트 건물과 아파트 안, 제멋대로 찍어놓은 영상이 이렇게 이어질 때 묘한 쾌감을 느낀다.


copyright. 우시환

이제 저녁 혹은 밤이다. 서울 밤 산책을 끝나고 지나가는 길에 찍은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 서울 하늘. 사람들이 횡단보도를 지나가는 것도 찍었는데, 혹시 모를 초상권도 있고, 사실 사람들이 다수로 나오는 게 생각보다 예쁘지 않아서 자동차 전용 신호등만 나오는 걸로 사용했다.


copyright. 우시환

다시 낮. 지난 영상에서 쓰지 못한 서울 국립현대미술관 벽면이다. 벽면에 사선으로 그어진 그림자와 맑은 날씨가 좋아서 인서트로 써야지 싶었는데, 지난 영상 주제와 맞지 않아서 쓰지 못한 영상을 이번엔 넣게 되었다. 예상했던 대로 화면 전환으로 쓰기 딱 좋았다.


다음 햇빛에 유리 조각을 비춘 짧은 영상은 2019년도에 이때쯤 찍어놓은 영상이다. 아직 학교에 있을 때, 점심 먹고 학교 올라가는 길에 깨진 유리 조각을 발견했다. 문득 유리 조각을 햇빛에 비추면 어떻게 될까 싶어서 찍어 보았다. 전 영상부터 얘기했듯, 반드시 올해 혹은 이 달에 찍은 것만 쓰지 않는다고 서술했는데, 마침 오래전에 찍어두었던 영상이 이번 영상과 잘 맞아 사용했다. 모빌은 서울 혜화의 어느 카페. 솔솔 부는 바람에 흔들리는 모빌과 카페에 흘러나온 음악이 잘 맞아서 작년에 찍어두었다.


copyright. 우시환

대망의 마지막 영상인 지하철. 지하철에 타면 종종 들을 수 있는 소리를 문득 담고 싶어졌다. 이 역은 종착역이 아닌데도 "고맙습니다."라고 말하곤 하는데, 이걸 담으려고 영상을 길게 찍었고, 본가로 향하는 지하철 풍경은 한 번도 찍은 적이 없어서 찍어보기도 했다. 이 "고맙습니다"가 대미를 장식하게 될 줄은 몰랐다. 영상이 적재적소에 쓰일 때 기분이 정말 좋다. 지하철 영상 소리를 페이드 아웃시키며 바로 이어지는 엔딩은 부디 영상을 보는 사람들에게 여운이 느껴졌으면 좋겠다는 욕심을 조금 부려본다. 엔딩엔 AFTER WO 말고 다른 걸 넣지 않았는데, 여름을 온전히 느끼고 보내고 싶었다.


이번 영상도 여름의 청량함을 그대로 느끼기 위해 배경음악은 넣지 않고 원본 영상의 소리를 그대로 썼다. 언제쯤 딱 맞는 배경음악을 찾아 영상을 만들 수 있을까? 그날이 올 때를 기대해 본다.

유튜브 알고리즘에 따라 내가 찍은 영상과 비슷한 영상을 보게 되었다. 이런 영상을 부르는 명칭은 "시네마틱 브이로그"라고 하는 것 같다. 내 영상을 시네마틱 브이로그라고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편의상 그렇게 불러야겠다. 어떤 영상은 연출과 기획을 인트로나 엔딩에 넣던데, 나도 넣어야 할지 고민해봐야겠다. 또 영상을 만들 때마다 큰 화면, 더 좋은 영상 프로그램을 쓰고 싶어 진다.



이번 영상은 우연이 확신이 되었다. 우연하게 찍힌 것들이 같은 주제로 연결되어 만들어졌다. 이런 순간이 자주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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